혼돈과 광란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매년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한반도에는 태풍이 분다. 통상 여름보다는 늦가을에 오는 것이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거대한 바람’인 탓에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면 적지 않은 피해를 남긴다. 근래에 와서는 바람뿐만 아니라 강우량도 어마어마해서 산사태 등 2차 피해도 발생시키고 있다. 인명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해일에 가까운 너울성 파도에 사람이 휩쓸리기도 하고, 홍수에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많다.
기술문명이 매우 발달한 21세기에 와서도 태풍은 여전히 위력적이고 두려운 자연현상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최근에 와서 달라졌지만, 태풍의 명칭을 여성 이름으로 지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저 순하고 잠잠하게 지나가라는 연약한 인류의 염원을 담았던 것이다.
그러나 실상 태풍은 지구환경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자연현상 중의 하나이다. 이따금씩 생성돼 지구 남반부와 북반부를 휩쓰는 가운데, 거대한 대류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불균형한 온도를 조절하며,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이 제거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시즌을 맞아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일들을 보고 있자니, 이러한 태풍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는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중이고, 국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선개입 의혹과 간첩조작 사건으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밖으로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나날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신냉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일본의 상황은 더욱 가관이다. 단순한 역사왜곡을 넘어 이를 정설로 굳히려는 도발책동이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나라 안팎을 불문하고 쏟아지는 탓에 우려와 걱정도 어디에다 맞춰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태풍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여기에다 각종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많은 선거를 치르고 있다. 오는 6월4일에는 민선 6기 지방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통상 선거전이 시작되면 정치판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근래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혼란의 시기가 점점 당겨지는 느낌이다.
본선은 아직 두 달 넘게 남았는데, 각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선거준비를 하느라 정치는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초에 현 정부가 출범하고 이제 만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여야와 언론은 다음 대권의 향방을 가늠하고 있으니, 지방선거의 조기 과열 현상을 탓할 수도 없을 듯 싶다.
물론 정치행위의 본질이 끊임없는 경쟁과 투쟁 속에서 권력을 가지기 위한 부단한 전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땅히 할 것은 하면서 전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감되는 선거의 주기가 짧아진 탓에 정치인들의 ‘뻣뻣한 목뼈’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일 년 열두 달 선거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이에 비례해 선심성 헛공약이나 약속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는 거대한 태풍에 대비하는 유권자들이 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몇 날 며칠 동안 지속되는 태풍은 없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어도 하루 이틀 사이에 통과하는 게 태풍이다. 얼마간의 피해가 남긴 하겠지만, 깨끗한 공기와 적절한 온도라도 맞춰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유권자들은 주위에서 부는 것이 진정한 태풍인지, 혹은 조금 센 열대성 저기압인지 현명하게 가리고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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