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정문제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 전환 선행 돼야
고통과 냉대 속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학대받는 노인이 늘어가고 있다. 한 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8.2%나 되는 노인이 학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학대받는 노인들 대부분 자신과 자식의 체면 때문에 학대받는 사실을 숨기고 있어서 학대 사실이 노출되지 않는다.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그에 대한 법적인 대응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노인학대는 아동학대나 배우자학대에 비하면 관심이 매우 미약하다. 가정문제에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 되고있는 노인학대.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노인들의 아픔을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번은 아침밥상에서 며느리에게 국이 좀 짜다고 했더니, 그 국을 다 버려버리고 설거지도 안하고 아침부터 나가서 안 들어 와. 내가 다 치웠지 뭐.? ”
“하도 두들겨 패서 아파 나왔어. 못살어. 막내딸이 데리고 왔어. 걷지도 못해서 이리로 업고 왔어. 대판거리로 싸웠지.”
거동이 불편한 칠순 노모를 돌보지 않아 굶어죽게 한 책임이 아들과 며느리 중 누구에게 더 있을까. 검찰은 며느리를 구속기소하고 아들을 불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아들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제1형사부는 노모를 굶어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李모 피고인에게 존속유기 치사죄를 적용,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며느리 朴모 피고인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5년을 선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고부간 갈등이 심한 줄 알면서도 아들은 이를 방관하고 평소 자신이 치우던 어머니의 대소변 봉투가 13일 동안 나오지 않는데도 건강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등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 벼렸다”고 아들의 구속 이유를 설명했다.
위의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들로 다음과 같은 신문기사 제목들도 우리가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반찬투정 꾸짖는 아버지 살해한 20대 긴급체포’ ‘중풍 7순 노모 살해한 50대 아들 영장’ ‘치매 걸린 아버지 구타 숨지게 해’ ‘고부갈등 고민 아들 치매 80대 노모 강변에 고려장’ ‘용돈 거절당하자 어머니 폭행’ 등등. 이러한 존속상해 및 살인사건, 노부모 유기사건을 포함한 노인학대 사례들은 극히 일부 불효자들의 반인륜적 패륜행위로서만 행해지고 있는 사건이 아니다. 우리 이웃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있으랴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실상에도 불구하고 노인학대는 아직도 은폐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문제 중,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고 문제로조차 인식되지 않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노인학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만 65세 이상 전체 응답노인의 8.2%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그들의 자녀 및 가족원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출되지 않는 숨겨진 학대까지 감안한다면 노인학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서 노인들을 위해 해결해야 할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수 있으나, 국내에서 노인학대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관한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해자는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이 대부분, 양로원 등 외부시설에서도 발생
1982년에 공시된 경로헌장에는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여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데 공헌하여 온 어른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할 분들이라고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의 고령화에 비해 노인대책은 미미하고, 급속한 산업화와 핵가족화는 이미 노인문제가 심각해 졌음을 내포하고 있다. 길에서 만나는 노인들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를 예로 든다면, 기초 질서 단속의 하나로 노약자석에 대한 특별단속 보도가 나온 뒤 PC통신 등의 매체를 통해 반대의 의견이 빗발쳤다. 생업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노인보다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를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롯하여, 자리 양보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므로 제 3자가 비난하거나 칭찬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일어 부정적인 측면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노인학대는 가볍게는 노인에게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는 언어적 학대와 노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정서적 학대에서부터 심하게는 노인에게 구타와 폭력을 행하는 신체적 학대, 노인의 재산을 착취하는 재정적 학대까지 포함되며, 좁게는 증거가 명백한 신체적 학대에서부터 넓게는 방임, 자기방임·학대까지 포함되며, 배우자 학대나 아동 학대와는 차이가 있다. 노인학대의 범주도 배우자 학대나 아동학대 보다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노인학대가 일어나는 장소는 주로 노인의 가정이며, 이 외에 양로시설, 노인요양시설, 노인주간보호시설 등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이나 노인병원 등에서 일어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의 6개 대도시의 12개 노인(종합)복지회관을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 총 865명을 대상으로 최근(1999. 5. 18∼6.9)에 조사한 노인학대의 실태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노인의 8.2%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그들의 자녀 및 그 가족원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중 언어·심리적 학대의 경우는 전체노인의 7.7%가 경험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신체적 학대·폭력의 경우는 0.3%만이 경험하여 학대유형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그 외 경제적 착취는 2.1%, 방임은 2.5%, 그리고 기타 학대 경험비율은 0.1%로 나타났다. 학대 빈도는 전체 노인학대 건수 중 ‘거의 매일’은 42.7%, ‘2∼3개월에 1회’는 24.7%, 그리고 ‘월 1∼2회’는 11.2% 발생하는 것으로, 학대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39.5%)였으며, 그 다음은 성격차이(22.1%)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주로 아들(42.6%)과 며느리(44.7%)였으며, 평소 관계는 34.0%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가해자 중 성장시 가정폭력을 목격한 비율은 28.6%였으며, 실제 가해자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경우는 20.0%에 달하는 것으로, 어려서 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 노부모를 학대하기도 한다.
학대를 받는 노인 중 과반수 이상인 62.8%가 끝까지 참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등 상당수가 학대에 매우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무조건 피하는 경우(7.4%)와 주위의 도움을 요청(4.3%)하는 등의 능동적인 노인도 있었고, 자식들에게 누가 될가, 자식들 욕먹을가, 그나마도 같이 살지 못 할가 하는 등등의 이유로 학대받은 노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은 1.1%로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반면 가해자에게 함께 맞대응 하는 경우(24.5%)도 상당수 조사 됐다.
노인학대 문제는 개인적,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눈에 잘 띄지 않고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허약한 노인은 지역사회 활동보다는 집안에만 머무는 경향이 있고, 학대는 가족의 비밀이거나 다른 보는 사람이 없을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외부인이 가족생활에 참견하는 것을 싫어해 노인이 개인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 스스로가 학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의존적인 노인은 학대자를 고발하는 것을 꺼린다. 때문에 학대가 보고되는 경우는 14건 중 1건에 불과하다.

갈수록 노인문제 증가,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학대 등 심각

외국의 노인학대에 대한 연구나 대처를 보면, 노인학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된 미국의 경우도 아동학대가 1960년대에, 아내학대가 1970년대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연구가 되었지만, 노인학대가 알려진 것은 1970년대 후반이고, 이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노인학대는 1970년대 초기까지는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않다가 1978년에서야 처음으로 노인학대문제가 알려지기 시작, 미국 노인인구의 200만 명 이상이 친척이나 가족에게 신체적, 재정적, 감정적으로 학대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실제 발생보다 극소수의 경우만 보고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구타당하는 할머니’라는 말이 보고된 것은 1975년의 일로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노인학대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중요한 조사가 실시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부터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을 홀대 학대하고 유기 하는 것에 대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개탄하면서 비윤리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노인학대로 인식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노인학대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가정폭력의 일환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11월에 제정되어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가정폭력은 ‘가족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피해자 별로 배우자에 대한 폭력, 아동에 대한 폭력, 노인에 대한 폭력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 배우자학대와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으나, 노인학대는 그다지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학대에 대한 전담기구 필요,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 우선
노인학대의 피해자는 피 학대 노인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마찬가지로 노인학대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 인구의 고령화, 핵가족화, 가치관의 변화와 같은 여러 가지 외적인 요인들이 노인학대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이상 노인의 부양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가해자에게 노인의 부양을 전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학대를 개인 문제나 가정의 문제만으로 방관하고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노인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그에 대한인지를 높여서 예방과 해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는 아직 노인학대에 대응할 수 있는 독립된 법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가정폭력방지법에 의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적 장치로서 독립된 노인학대방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외부 지원체계의 확립과 노인방임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학대를 당하고도 그냥 참고 있거나 수동적,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피 학대 노인들이 학대 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기도 하고 또한 외부 원조기관이 무엇이 있는지, 외부의 원조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노인 스스로도 학대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피 학대 노인을 돕고 돌볼 수 있는 외부 원조기관 및 서비스 프로그램도 절실히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노인학대 가족을 위한 가족지원서비스도 필요하다.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주로 직계가족, 특히 주로 아들과 며느리, 딸 등인데, 이 가해자는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이다. 부양자가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 때문에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 학대 노인에 대한 보호서비스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가족에 접근해서 지원책을 모색하는 가족복지서비스가 실시되어야 한다. 학대의 원인에 있어서 노인에 대한 부양자의 부양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원인으로 나타났듯이 노인학대는 가족이 노인에 대한 부양을 담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부양을 가족에게만 전담시킬 것이 아니라 그 부양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가족지원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학대의 가해는 한 사람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가족들에 의해서 행해지기도 하므로 가족 전체에 대한 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또한 노인 학대의 문제는 현대 사회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사회적 측면에서 접근이 요구된다. 학대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예방 프로그램, 대중 교육, 학대 상황의 적극적인 발굴, 정보, 의뢰 등의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강력한 노력이 없으면, 노인학대 문제는 단지 노인 인구의 증가보다 더 심각성을 증대 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노인학대 상담센타 1588-9992 24시간 운영

까리따스 수녀원 방배복지관에서는 노인학대 상담센타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24시간 전화상담(1588-9992)을 개설하여 학대받는 노인이 쉽고 편리하게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전문상담원이 다양한 서비스 및 전화상담을 제공한다. 전문상담외에 학대노인에게 필요한 법률적·의료적·사회복지적 서비스의 지원망 구축 및 일시쉼터를 제공하며,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일반인에게 노인학대에 대한 심각성과 예방의 필요성을 홍보·교육한다.
학대받는 어르신들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여 의존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자립력을 키워주고, 가족간의 관계가 원만해 질 수 있도록 중재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노인학대 상담 및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인력을 교육·훈련함으로 상담 및 서비스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고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랑의 식당에서는 월∼금(11:30-12:20)까지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학대 상담센타 한 관계자는 “노인분들이 자식에게 누가 될까봐 신고 및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떤 일이든 본인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주위에서는 그저 안타까워 할뿐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다”며 학대받는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상담 받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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