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ICO 등에 대한 불법 행위를 차단…10월까지 낡은 규제 전수 조사
“낡은 규제 정비로 금융혁신 이끌어가겠다”

(시사매거진246호=임정빈 기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이슈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공개(ICO) 투자에 대한 스캠(사기)이 성행하면서 암호화폐 투자 시장에 적신호가 계속되어왔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암호화폐공개 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하면서 ICO 시장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관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출처_뉴시스)

금감원 조사, ICO 실태 파악인가 새로운 제재인가

금융당국이 ICO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 9월 10일 국내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팀에 ‘ICO 실태점검 관련 질문서’를 보냈다. ICO를 마치거나 계획 중인 팀을 모두 포함했으나, 일부 팀은 해당 질문지를 받지 않았다. 답변 시일은 9월 21일까지다. 일부 협회나 단체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라며 강력 반발을 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태조사라는 명목인 질문지가 요구하는 답변 수준이 이례적으로 세세하다는 반응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답변할 법적인 의무는 없으나, ICO를 규제할 수 있는 금융당국이 보낸 질문지이기 때문에 응대하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너무 자세한 내용으로 답변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실태 조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암호화폐와 ICO 등에 대한 불법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ICO의 적정성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후속 작업이라는 관측이다.

ICO 프로젝트팀들이 받은 질문의 내용은 ICO를 진행해오거나, 준비하는 팀에서 그동안 고민해왔던 부분으로, 크게 회사 개황, 프로젝트, ICO, 홍보, 토큰 투자자에게 부여되는 혜택과 권리 등 총 다섯 가지, 52개의 항목으로 나뉜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국내 회사와 토큰 발행 회사의 관계, 프로젝트의 수익구조와 진행 상황, 토큰의 성격과 발행의 필요성, 국내 투자자의 ICO 참여 현황, 상장 조건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관계, 국내에서의 홍보 활동 등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ICO 프로젝트팀들은 향후 문제의 소지를 우려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 법인이나 재단을 세우고 토큰 발행을 진행했다. 토큰은 증권의 성격을 띄고 있어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어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있어서는 프로젝트팀마다 다른 접근을 해왔다. 규제를 우려해 아예 국내에서는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은 팀이 있지만, 반대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곳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ICO 투자가 활발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금감원이 ICO기업을 대상으로 전달한 관련 질문서. 금융당국이 ICO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 실태조사에 착수, 금융감독원이 암호화폐공개 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하면서 ICO 시장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관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출처_뉴시스)


ICO 규제가 시작된 이유

ICO 자문회사인 사티스 그룹(Satis Group)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진행된 ICO의 80%가 사기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자금 모집에서부터 거래소 상장에 이르기까지 해당되는 ‘ICO 수명주기’를 고려해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진행된 ICO 중 80%는 사기로 확인되었으며, 나머지 프로젝트 중 4%는 실패하고 3%는 사라졌다. 여기서 실패란 거래소에 상장되지 못해 유동성 확보에 실패했거나, 개발 과정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ICO를 분석한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의 한 논문 자료에 따르면, 출범 후 4개월 이상 지속되는 ICO 프로젝트는 약 4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ICO 실패율은 자산 현황 공개 및 거래소 상장 여부와 꽤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지난 2017년 ICO 모집 금액은 총 119억 달러(한화 약 13조 2149억 5000만 원)에 달하지만, 상장 성공율과 수익율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프로젝트의 실패를 모두 사기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범람하는 ICO 속에서 성공하는 프로젝트의 비중이 낮아진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을 이어 2018년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가짜 ICO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암호화폐(가상통화) 시장조사업체인 코인스케줄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119억 달러(약 13조 3161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ICO 규모는 39억 달러로 상반기 모금액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것은 물론, 3배나 증가한 수치다. ICO 규모는 2016년 9500만 달러에서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 스캠과 같은 사기행위가 성행되어 투자자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ICO와 관련한 금융사기 피해 금액만 2억 2500만 달러(한화 약 2776억 원)에 달하고 피해를 입은 투자자수는 3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으로 인해 ICO·채굴·투자라고 속인 유사수신 혐의업체가 전년 대비 약 4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수익 암호화폐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업체들은 지난 2016년 27건에서 지난해 39건으로 약 44.4%가 늘었으며, 이에 따라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 신고, 상담도 지난 2016년 53건에서 지난해 453건으로 증가했다”고 집계됐다.

지난해 유사수신 피해 신고 건수 712건 중 절반이 넘는 453건(64.6%)은 암호화폐 공동구매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은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안이 발생할 때 업계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업계는 “이번 질문지의 내용이 거의 모든 정보를 털어놓으라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답변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ICO 프로젝트팀, 금융당국 진의 파악

이번 금융당국의 조사에 일부 기업들은 공동으로 대응하지 말자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자본시장의 시각에서 이제껏 진행된 ICO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접근 하려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호화폐 관련 업계들은 금융당국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분위기다. 질문지를 수령한 업체들은 자문 변호사들과 함께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은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안이 발생할 때 업계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업계는 “이번 질문지의 내용이 거의 모든 정보를 털어놓으라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답변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한 변호사는 “조사명분이 국정감사 답변용 자료수집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 요구를 핑계로 기업 대상 조사와 고발 가능성 이어지고, 하반기 기업 죽이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으며, 다른 변호사는 “금감원이 프로젝트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 그래서 앞으로 국내의 투자자가 어떤 피해를 입을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면서 “질문에는 국내와 해외법인, 증권형과 유틸리티형 토큰, 해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등 규제 당국이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파악하려는 의중이 담겨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변호사는 “하반기 ICO 시장의 사기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사전 조사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금융위, 10월까지 낡은 규제 전수조사…제도 정비 계획

금융당국은 오는 10월까지 낡은 규제를 전수 조사한다. 낡은 규제를 정비해 금융혁신을 이끌어가겠다는 목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지난 9월 14일 브리핑에서 ‘금융혁신기획단 업무계획’을 공개하면서 “혁신에 낡은 규제를 9~10월 중 전수조사해서 규제정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혁신기획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금융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금융위에 신설된 국이다. 권 단장은 “기획단은 규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했다.

권 단장은 “전 세계 핀테크 산업은 초기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 핀테크 도입률이 중국은 69%이고,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약 578억 달러”라며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추진과제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 P2P대출 법제화 추진, 모바일 간편결제 활성화 지원 방향 수립, 금융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규제 정비, 디지털금융 확대에 따른 금융보안 종합대책 마련, 전자금융업 체계 개편 방향 마련, 마이 데이터산업 도입 추진 등을 꼽았다.

권 단장은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해 “‘신기술과 신사업에 대해 오픈된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는 의견과, ‘지난해 하반기 사회 병리적 현상을 목도하고도 그런 주장을 하느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양쪽의 간극이 넓은 것 같다”며, “국제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 많은 토론과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실태조사와 제도 정비 계획에 대해 당국은 실태조사와 후속 조치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ICO 금지 방침을 발표한 만큼 이 같은 방침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경우도 이 같은 조사를 통해 법령 위반이 있으면 검찰 고발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추후 형사처벌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부가 그동안 암호화폐나 거래소 이슈, ICO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꾸준히 진행해왔던 만큼 이번 실태조사 역시 제도에 대한 재정비와 추후 제도 마련을 위한 작업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암호화폐와 여러 투자들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질문지를 계기로 금융당국 뿐 아니라 정부는 하루빨리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인증할 수 있는 기관이나 방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지난 4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 심사 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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