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의 목적과 적용대상 범위는 어디까지

(시사매거진=홍의현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 오지환 선수로 인해 또다시 운동선수의 병역 특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면서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차별 논란이 뜨거워졌다. 국방부의 병력자원 감축 발표에 따라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법이 개정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아니면 개선된 법안으로 다양한 인원이 병역특례를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초의 병역특례법, 언제부터 왜

병역법 제33조의7 제1항에 따르면, 병무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 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병역 혜택을 주고 있다. 올림픽 등 체육 대회에서 호성적을 올려 국위를 선양한 자나 국제·국내대회에서 입상한 예술 영재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제도로 일반 사람들은 병역 ‘면제’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군 복무를 ‘대체’해주는 제도이다.

병역특례법이 최초로 시행된 것은 1973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그 당시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예술인과 운동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4주 기초군사 훈련을 받고 나머지 복무기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34개월간 의무복무를 하게 된다. 2015년 7월부터 의무복무 기간에 자신의 해당 분야에서 544시간의 특기 봉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되면서 의무복무 34개월과 특기 봉사활동 544시간까지 마쳐야 군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다.

88년 서울올림픽 유치 확정 후 시행령 구체화

최초의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인원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다. 그러나 양정모 선수 이외에 국제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어서 병역특례법은 서서히 잊혀갔다.

구체적으로 병역특례법 개정된 것은 전두환 정부 시절이다. 1981년 9월 ‘88년 서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된 내용은 세계올림픽대회·세계선수권대회(청소년대회 포함)·유니버시아드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청소년대회 포함)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한 경우 병역 특례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과 함께 앞으로 계속 있을 국제경기 및 올림픽에서 메달권 선수를 양성하려는 방법으로 한국체육대학교 졸업성적 10% 이내인 경우에도 병역특례 혜택을 주겠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한국 선수단 개선 환영대회와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 76. 8. 3 (사진출처_뉴시스)

축소된 병역특례 범위, 흔들리는 혜택 기준

서울올림픽 이후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1990년부터는 올림픽 3위 이내와 아시안게임 1위로 대상이 축소됐다. 이는 선수들 기량이 상승하여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병역특례를 받는 인원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이때 축소된 병역특례 대상 범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990년 이후 축소된 병역특례 대상 범위가 흔들렸던 최초의 계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다. 당시 한·일월드컵 열기가 너무 뜨거웠던 나머지 여론마저 16강 진출 시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여론으로 국회의원 147명이 병역특례법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2002년 5월에 이한동 국무총리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고, 16강 진출 확정 이후 락커룸을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홍명보 선수가 “병역문제가 걸려 있는데 대통령께서 특별히 신경 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고 말하며 병역특례 혜택을 건의하기도 했었다. 그 결과 2002년 6월 25일 월드컵에서 16위 이상 입상자에 대한 면제조항(49조 6항)이 신설되면서 박지성을 포함한 대표팀 10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한·일 월드컵 당시 여론에 휩쓸려 너무 쉽게 병역특례를 준 까닭일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팀이 미국과 일본을 누르고 4강에 오르자 한·일월드컵 때와 비슷한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국방부가 성급하게 대표팀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면서 병역특례법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 비인기 종목 현역 선수는 “선수들이 동요하고 있다. 가뜩이나 비인기 종목선수는 프로축구선수나 프로야구선수보다 연봉을 한참 덜 받는 판에 병역특례 혜택마저 받지 못한다면 뭐하러 힘든 운동을 하느냐”고 말했다. 국가대표 코치협의회 변경수 회장은 “세계선수권대회는 대부분 2~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데다 200개 가까운 나라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그 종목 최고 권위의 대회다. 그 가치가 야구나 축구에 못지않다. 종목 간 형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커지는 비판 속에서 야구나 축구처럼 특정 종목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2007년 12월 28일 월드컵 16강과 WBC 4강을 병역특례법 시행령에서 삭제됐다.

단 1초라도 출전만 하면 병역특례 대상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을 앞둔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김기희 선수는 올림픽 대표팀 중 유일하게 경기를 1분도 뛰지 못했다. 병역특례 혜택을 받으려면 1초라도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데, 종료 4분 전 홍명보 감독은 김기희 선수를 교체 투입해서 병역 혜택을 받게 했다. 대회 이후 4분 출전으로 병역 특례를 받은 김기희 선수와 병역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불필요한 교체카드를 쓴 홍명보 감독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런던올림픽 축구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과 일본 대표팀과의 3-4위 결정전이 열린 가운데 김기희가 구자철과 교체되어 투입되고 있다.(사진출처_뉴시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나지완 선수가 부상 사실을 숨기고 야구대표팀으로 선발됐는데, 아시안게임 이후 그의 부상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은 거세졌고 리그성적이 부진하거나 경기 중 실수할 경우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논란으로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오지환 선수와 박해민 선수가 병역특례를 위해 군 복무까지 미루면서 야구대표팀 발탁을 노려 논란의 중심에 있다. 결국 이들은 대표팀에 합류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여 병역 혜택을 받아 논란이 더더욱 커졌다. 특히 오지환은 장염 등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고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해 ‘무임승차’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비판을 받았다.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일본과 대한민국의 경기. 한국 6회초 오지환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국위선양은 K-pop 또한 매한가지

앞서 언급했던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숨기고 야구대표팀에 합류한 나지완 선수의 비판과 함께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논란은 국회로 옮겨갔고 병역특례법 개정안까지 나왔다. 당시 19대 국회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공익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며 병역을 면제하지 않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34개월 중 2개월을 소외지역에서 지도자로 봉사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병역특례법을 유지하자는 주장 등에 밀려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와 야구대표팀이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특례를 받은 이후 병역특례 찬반논란의 양상은 스포츠계를 넘어 대중가요계까지 확산됐다. 美 빌보드 차트 1위를 두 번이나 석권한 방탄소년단(BTS)은 병역특례의 목적인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의 일등 공신이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K-pop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고 평가받지만, 대중가수는 병역특례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방탄소년단 '빌보드 200' 1위. 2018.05.27. (사진 = 빌보드 캡처)

병역특례법 개선vs폐지

국회는 병역특례 대상자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병역특례법 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 반면에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세계 1등 청년 병역특례법’이란 취지로 개선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대회에서 순위에 따라 점수를 주고 일정 점수를 넘기면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병역특례 마일리지제도’ 등의 개선안도 제시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하 최고위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으로 군면제를 받는 현행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_뉴시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군 복무를 안 하기 위해 마일리지를 적금하는 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선수들이 은퇴 후 재능기부를 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뜨거웠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형평성과 병역 감소 문제를 제기하며 병역특례법 폐지를 주장했다. 안규백 의원은 “병역특례법은 1973년 도입된 개발도상국 시대의 제도로 현역으로 입영하는 장병들의 형평성을 고려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봐야 한다”며, “현재 병력의 95%가 현역으로 2022년까지 병역 자원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전환복무, 의무경찰, 의무소방관 제도도 흐름에 맞춰 검토해야 하고 병역특례법도 폐지 등 제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병역특례법 찬성과 반대 논의만 반복해 왔다. 이제는 병역특례 법안에 대한 찬반의 논의만 반복되는 차원이 아닌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목적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 악용되는 법안이 아닌 군과 국방 차원에서도 국익을 위해 다양한 예체능 분야에서 본인의 특기를 살려서 군 복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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