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1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길을 가던 중 어린 아이가 불쑥 나타나서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자동차 소유주인 K와 자동차 제조사, 주행 시스템 개발사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2 편의점을 운영하는 H는 뉴스를 보며 ‘로봇은 남의 이야기’라고 여겼다. 그런데 길 건너 편의점에서 사람이 아닌 ‘챗봇’을 직원으로 고용했다는 소식에 ‘나도 한 번?’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챗봇은 H의 사업에 도움이 될까?

#3 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긴 P는 회사로부터 ‘디지털 시대를 위한 스마트 비즈니스’를 구상하라는 업무를 받고 당황했다. IT라고는 스마트폰 게임밖에 모르는 문과생 P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위 질문들은 지금 즉시, 혹은 5년 내로 누구나 겪게 될 문제지만 바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기술이 일반 상식에서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다. 아이티컨버전스랩 연대성 대표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디지털 빅뱅에 대해 강의하고 자문하며 ‘IT가 점점 그들만의 리그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4차 산업혁명 100문 100답》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책으로, 기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평범한 사회인과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100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답했다. 정치나 경제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 변화를 이끄는 시대에 이 책은 미래시민으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지식을 최대한 쉽게 전달한다.

-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네트워크에 적용해…

- 2019년 국내에서도 금융 빅데이터 중개 시장 열려…

이런 제목의 뉴스를 봐도 이해되지 않는다면, 당신 탓이 아니다. 기술은 너무 빠르게 발전했지만 우리는 그에 맞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블록체인과 네트워크가 결합한다는 기사에서 ‘귀찮던 로그인 단계가 곧 사라지겠군’이라고 연상하거나 빅데이터 거래 소식에 ‘내 금융정보가 악용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IT라는 말에 고작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정도가 최선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벗어난 곳에서 SF 영화 속 풍경은 현실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할 때 인공지능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키워드다. 알파고라는 이름으로 이세돌 9단과 승부를 벌여 큰 충격을 주었던 인공지능은 이제 AI 스피커, 자율주행 자동차, 챗봇 등 여러 모습으로 생활 속에 등장하고 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월드컵을 시청하던 출연자들이 리모컨을 누르지 않고 ‘말’로 TV와 소통하던 장면 역시 좋은 사례다.

기계는 똑똑해지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과 같은 인격체로 진화 중이다. 즉, ‘윤리’와 ‘도덕’을 배우는 것이다. 실제로 로봇에게 8~12세 수준의 도덕을 가르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를 ‘인공적 도덕 행위자(AMA, artificial moral agent) 개발’이라고 부른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유럽연합(EU)에서는 로봇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법률인 로봇시민법(European Civil Law Rules on Robotics)을 지난 2017년 1월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영선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로봇기본법이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하니, 드디어 ‘기계에도 영혼이 있는가’라는 공상과학의 고전 주제를 실제로 토론해볼 때가 되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