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책임만 강조하는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19일 내놓은 ‘2014년 업무보고’를 보면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을 손보겠다는 내용이 나와 눈길을 끈다.
조례 등을 보면 매매거래 중개수수료율과 임대차거래 수수료율은 금액의 비율대비 각 구간별로 상한선의 %값이 정해졌고, 이와 별도로 한도액이 있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3억 원 이상 임대차를 얻는 경우로 보인다. 예컨대 3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수수료율은 0.4%가 적용돼 120만 원이 들지만 전세거래일 경우 상한요율 0.8%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의뢰자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중개수수료도 논란거리다. 오피스텔은 일반 주택과 달리 거래금액의 0.9%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의뢰인이 협의해 수수료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이 업무용으로 구분돼 주택보다 중개수수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오피스텔도 준주택으로 분류된 만큼 수수료율도 주택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중개업자들이 대체로 상한요율까지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최대 240만 원까지 수수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영업실무상 ‘복비’를 상한선 그대로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값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한 물건을 여러 중개업소에 내놓는 경우가 많아 한 물건을 하나의 중개업소에 의뢰하는 형식의 미국과 거래 패턴이 다르다.
즉 원래부터 소비자의 지위와 발언권이 높아 수수료를 정하는 주도권을 차지(속칭 갑)해 왔다. 또 시스템이 상한선에 집착해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안 깎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널리 형성돼 있다. 어떻게든 깎으려 들고, 근래처럼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은 시기에는 정도가 더하다. 명백히 소비자가 ‘슈퍼갑’인 경우가 많다.
지금의 제도를 적용하다 보면 사례별로 위의 3억 원짜리 매매와 임대차 거래 때 오히려 매매를 주선하는 수수료와 임대차를 알아봐 주는 수수료가 역전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으로 비유하자면 ‘실험실’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케이스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없다시피한 경우라고 하겠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부담을 줄여주고 그런 와중에 작은 문제라도 개선하려는 정책적 취지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노력과 의욕을 꺾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 될 수도 있다. 거래 물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우에 따라 중개업자에 책임도 물리고 있다. 공제 가입 의무 등을 지우는 것도 그래서다.
가격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커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지금 정책방향은 의무와 책임만 강조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상한선을 끌어내리려는 노력만 할 게 아니라, 정찰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범위값을 촘촘하게 만들어 최소한 어느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중개업자들에게 보장해 주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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