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경화 행보에 정부와 민간단체 강경대응으로 맞서야

일본정부의 역사 왜곡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의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아베 정부는 최근 통화팽창과 임금인상 등 아베노믹스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률이 오르지 않자 하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국수주의를 자극하는 우경화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어제 오늘 일 아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전례가 없던 신종 수법들이 속속 등장하며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도발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편입한 것은 1905년 1월28일. 이후 2월22일 시마네 현은 현 고시 제40호로 우리의 독도를 다케시마로 명명하며 오키도사의 소관으로 둔다고 공시하였다. 그 후 독도는 1952년 1월18일, 대한민국 국무원 고시 제14호로 인접 해양의 주권에 관한 대통령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에서 규정하는 해양 경계선은 한·일 두 나라 사이의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평화선’을 규정하였고, 그 뒤 1951∼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과정에서 두 나라 간의 외교문제로 논쟁 대상이 되었으나 그 해결이 뒤로 미뤄져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2월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 일본 시마네 현 마쓰에시 현민회관 밖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익들이 1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하루 종일 회관 주위를 맴돌며 확성기로 비난과 선전선동을 퍼부어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행사장 주변에서는 ‘재일한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등 60여 대의 우익단체가 가두 선전활동을 벌였다.
이 날은 시마네 현이 1905년 독도를 일방적으로 현에 편입한다고 고시한 날이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정부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뺏으려던 도중의 일이다. 이 일을 기념해 시마네 현은 2006년 조례로 ‘다케시마의 날’을 정해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부 고위 당국자를 파견했고 정부 당국자, 국회의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가메오카 요시타미 내각부 정무관은 행사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뒤 “냉정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 행사장에 모인 우익세력들의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익들은 이오가와 스미히사 시마네현 의회 의장의 인사말에 “한심하다”라며 딴죽을 걸고 나서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시마네 현이 지난해 6월 다케시마의 날과는 별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성실히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채택한 데 대한 반발이다.
반대로 우익들은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사쿠라우치 후미키 의원이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또 일장기와 욱일승천기를 흔들어대고 심지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군복을 꺼내 입는 등 거리에서도 몰역사적 행패는 이어졌다. 올해 일본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진행돼 온 우경화 책동의 정점을 찍는 정치행사였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행사에도 차관급 중앙관료를 보내 터무니없는 주장을 되풀이하게 했다.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도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유포시켰다. 유튜브 검색창에 ‘다케시마’를 입력하면 일본 외무성이 제작한 ‘다케시마에 관한 동영상’이란 제목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외무성 동영상 홍보채널’ 명의로 유튜브에 1분27초 분량의 이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 아래에는 ‘다케시마에 대한 정보는 외무성 홈페이지에서’라는 설명과 외무성 웹사이트 독도 관련 페이지 주소를 링크했다. 동영상은 “여러분, 다케시마를 알고 계십니까”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어 “17세기에도 막부 때 영유권을 확립했고, 1900년대 초기엔 어업도 본격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시 한국이 미국에 ‘일본이 포기해야 할 영토’에 다케시마를 포함시키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 “한국은 1952년 이승만 라인을 그어 불법적으로 점거했고, 일본이 세 차례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했다”는 주장을 담았다.

“日 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獨 수상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하는 것과 같은 것”

미국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해 12월6일 서울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고 설명하면서 아베 총리에게 야스쿠니를 “참배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2주 뒤인 12월26일 아베총리는 기습적으로 신사참배를 했고, 이에 미국 정부는 ‘실망’을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의 보좌관이자 현역 참의원은 지난해 말 미국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놓은 데 대해 “오히려 우리 쪽이 실망했다”며 미국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는 4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日 언론으로부터 제기됐다. 오바마 대통령 방일 시 신사 참배 문제가 초점이 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일 동맹 강화를 목표로 하는 아베 총리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아베의 우경화 정책은 한일, 중일 관계 역시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일이 격돌하는 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100년 전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유럽과 비교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동아시아의 불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작동을 막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는 1년 전 극찬 받았던 아베노믹스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며 경제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여러 가지 행보로 보아 아베는 과거 일제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인물이며 그 시절에 일제가 잠시나마 누렸던 동북아와 서태평양 일대에서의 패권을 영광스런 역사의 한 대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야심의 표현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선조 전범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며 그것으로 국내 여론을 자신의 야망에 따라 군국주의 부활의 길로 몰아가려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제 사회에서도 일본의 존재감은 예전같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부터 시작된 역사 부정·왜곡은 그동안 일본에 우호적이던 미국과 러시아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중국 등 아시아인들에게 저지른 심각한 범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일본을 비난했다. 네덜란드 유력일간지 폴크스크란트 또한 “어떤 독일 총리가 히틀러 무덤을 참배한 후 네덜란드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네덜란드는 어떻게 반응하겠는가”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의미있는 움직임들

▲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소피아 호텔에서 열린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와의 대화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각국 정상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조용한 외교는 유지하되 독도에 대해 필요한 주권행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대응 방향을 전환했다.
2011년 11월 당시 국토해양부는 독도에 방파제, 수중정원, 수중관람실 그리고 독도입도지원시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규모 시설사업 추진을 발표했고 2년이 지난 지금, 당시 계획된 시설사업들 중 독도입도지원시설은 예산이 편성돼 건설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이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면서 사실상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국가안전보장전략을 통해 발표한 것을 비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에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기술을 포함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관련 내용을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의 형식을 빌어 독도에 대해 부당하게 영유권을 재차 주장하는 것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독도에 대한 우리의 영토주권을 훼손하려는 일본 측의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군국주의 경향이 뚜렷해지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시도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는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한 철저한 대응과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특위는 국제 공조 방안 마련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의 철저한 준비를 촉구하고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행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하고, 교육부가 일본과 중국 정부와 보다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일본 시마네현에서 지난 22일 강행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이밖에도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 경남도의회 등도 결의대회를 열거나 성명서를 내고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강행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비판했다. 독도로 본적을 옮긴 사람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독도향우회’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케시마의 날’ 철폐와 과거사 사죄 및 재발 방지 약속, 평화헌법 준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충실한 대리인’ 역할을 하며, 날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해군력과 미·일 동맹을 활용해 댜오위다오의 실효적 지배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꾸준하게 독도문제를 제기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2010년 중국에 역전당해 세계 3위로 밀려났다고는 해도 여전히 경제대국인 일본 전체를 고립시키려 해서는 안되며 이 문제가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일본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케시마의 날 철회 촉구 대회를 열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독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들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또한 정부는 일본 우익단체 행동대들의 독도 상륙 시도 등과 같은 우발적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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