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선수 출전, 메달밭 선전 기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이달 7~2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올림픽에는 우리나라 역대 최대 선수단이 출전할 전망으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48명이 출전했던 것 보다 약 50%정도 더 많은 선수들이 출전해 진검승부를 겨룬다. 선수의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기량은 더 뛰어나고 볼거리는 화려해졌다.

우리의 관전포인트는 ‘피겨스케이트의 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과 ‘쇼트트랙의 천재 소녀’ 심석희의 선전이다. 쇼트트랙의 강력한 적수였던 중국의 왕멍이 발목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노릴 수 있는 금메달 수는 더욱 많아졌다. 또한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12개의 종목이 새롭게 선보이며 금메달 수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의 86개보다 늘어난 98개가 되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인 ‘뜨겁고,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처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얼마나 획득할 수 있을지에 기대가 모아진다.

김연아, 여왕의 마지막 길 “후회 없이 마무리 하겠다”
지난달 15일에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빙상국가대표 선수단의 미디어데이에서 김연아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진짜 진짜 마지막일 거 같아요”라며 ‘진짜 진짜’라는 말로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는 치열한 각오를 피력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우승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심경을 “많은 분이 올림픽 2연패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 어떤 결과를 얻든지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후회 없이 선수생활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 언론들은 변수가 없는 한 김연아의 2연패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여왕의 자리는 언제나 도전자들이 있는 법.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와 북미 지역의 신예들이 최근 200점대의 높은 점수를 올리며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김연아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겠지만 메달싸움은 4년 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보다는 치열할 전망이다.
먼저 개최국인 러시아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209.72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지난 달 19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피겨선수권에서 우승했다. 리프키츠나야가 지난 달 18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기술점수 71.75점은 김연아가 이달 초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올렸던 70.05점보다 1.70점이 높았다. 리프니츠카야는 외신에서 “올림픽에서도 결점이 없는 스케이팅을 선보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만 15세인 리프니츠카야는 역대 최연소 유럽선수권자라는 영예도 안았다.
리프니츠카야에 이어 또 한 명의 러시아의 기대주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는 같은 대회에서 202.36점으로 2위를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개인통상 공인 200점 이상 선수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24·일본)뿐이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200점대 점수로는 금메달을 바라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의 샛별 외에도 피겨강국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207.59점)는 이번 시즌 세 차례나 공인 200점을 넘어섰다. 2002년 이후 놓친 금메달을 찾으려는 미국의 신예인 그레이시 골드(19)는 김연아의 특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구사하며 지난 달 자국 선수권 대회에서 211점대로 1위를 했다. 전설적인 미셸 콴의 말을 빌자면 골드는 “기술적으로는 세계 어떤 선수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극찬했다.
김연아의 자리를 노리는 ‘여인들’도 있지만 이 외에도 경계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지난 달 19일 끝난 유럽선수권 대회를 두고 유럽 심판들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개최국인 러시아선수를 밀어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13개 공식후원사 중 10개가 일본기업이었을 만큼 입김이 강한 일본의 자금력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이는 피겨 단체전은 일본이 주도해 만든 종목이다. 피겨계에서 유럽과 함께 입김을 발휘해 온 미국의 외교력도 만만치 않다. 피겨는 예술점수 등 심판의 주관적 판단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제 김연아의 작은 실수도 ‘여왕의 마지막 길’에 흠집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김연아다’. 자신의 기량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이번 소치에서 금메달은 무리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메달밭 쇼트트랙 3가지 관전 포인트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양강 구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빅토르 안
빅토르 안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의 러시아 이름이다.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진선유와 함께 한국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는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부상, 소속 팀이었던 성남시청의 해체 등으로 갈 곳을 잃었다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러시아 빙상연맹으로부터 귀화를 제의받았다. 2011년 12월 안현수는 “마음 편하게 운동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러시아 국적을 얻고 ‘빅토르 안’으로 대표가 되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부상까지 입었었지만 지난 해 9~11월 월드컵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따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전 리허설과도 같았던 2013년 11월에 열렸던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와 지난 달 있었던 2014 유럽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선에서도 40초644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의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좁은 공간에서 상대를 제치는 기술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이런 안현수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 걸린 10일 남자 1,500m에서는 한국 선수들과의 묘한 기운이 감돌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한 안현수는 현 세계 최강자인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30)과도 전 종목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샤를 아믈랭은 언론에서 “소치에선 내가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시상대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라고 할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오르는 빅토르 안이 아믈랭과의 치열한 경합을 승리로 이끌지도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 우리나라 금메달 밭 쇼트트랙빙속 3총사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중국의 쇼트트랙 간판스타인 왕멍이 발목부상으로 불참하게 되면서 우리 대표팀은 더욱 많은 금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달 1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빙상 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여자 500m 2연패를 노리는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는 “지난해 3월 소치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었을 당시 밴쿠버 때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서 “다시 그 자리에서 올림픽을 한다고 하니 마음가짐이 새롭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이미 소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m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빙속여제의 자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같은 대회 남자 500m ‘동반 2연패’를 달성한 모태범 역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이승훈과 빙판 위에 올라서자마자 “밴쿠버의 빙질과 똑같다”고 전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땄던 이승훈도 1년 전 미리 경험한 소치의 빙질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승훈은 “빙질이 너무 좋으면 속도를 더 잘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소치나 밴쿠버처럼 약간 안 좋은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대되는 신예 ‘쇼트트랙 천재 소녀’ 심석희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전이경(38)과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진선유(26)가 있었다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쇼트트랙 천재’ 심석희(17·세화여고)가 있다.
심석희는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7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뒤,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전학했다. 오륜중에 입학한 뒤부터 중학교 3학년이던 2012년 3월 주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르면서 ‘괴물’로 소문이 났다. 심석희는 2012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한 후 이어 4월에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는 개인종합 1위에 올랐다.
심석희는 2012~2013시리즈와 2013~2014 월드컵 시리즈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며 2연속 종합 1위를 따낸 거물급 신인이다. 여자 계주 1000m와 1500m는 심석희를 앞세운 한국의 기량이 압도적이라 큰 변수가 없는 한 금메달이 유력하다. 3,000m 계주 역시 큰 실수만 없다면 1위가 무난하다. 이번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4개 전 종목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에이스 왕멍(중국·28)이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왕멍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500m와 1,000m, 3,000m 계주를 석권하며 한국 여자쇼트트랙에 노골드의 수모를 안겼었다. 실력이 뛰어난데다 교묘한 반칙도 서슴지 않는 승부사인 그녀의 불참이 심석희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소치에 뜨는 아시아의 별들
일본의 가사이 노리아키(42)는 역대 동계올림픽에 7회 출전하며 최다 출전기록을 자랑한다. 가사이는 1992년 알베르빌부터 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개근했다. 가사이는 일본의 첫 동계올림픽이자 최초의 금메달이 탄생한 역사적인 대회의 주인공인 스키점프의 가사야 유키오에 이어 ‘제 2의 가사야’로 불린다. 17세의 나이에 대표팀으로 뽑혀 올림픽에 개근한 그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소치 이전의 올림픽인 1994 릴레함메르 단체전에서 은메달 한 개를 따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부상을 딛고 일어선 의지의 사나이다. 힘든 재활 끝에 재기한 그는 “금메달을 딸 때까지 올림픽에 나갈 것이다”라고 전하며 2018 평창올림픽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일본 ‘스키점프의 아사다 마오’로 불리는 다카나시 사라 아버지가 스키점프 선수 출신이고 오빠 역시 현역선수로 뛰고 있는 스키점프 집안 출신이다. 다카나시는 2011년 말 성인 무대에 데뷔해 역대 최다인 15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다카나시는 151cm의 작은 체구에 몸무게 45kg이지만 어린 시절 발레로 다져진 유연성과 근력을 바탕으로 스키점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다카나시는 여자 스키점프가 이번 소치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되면서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다카나시는 귀여운 외모에 뛰어난 실력 덕분에 현재 일본에서 다카나시를 후원하는 기업은 10군데가 넘는다.

더욱 화려해지고 풍성해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총 12개 종목이 새로 등장하면서 금메달 98개가 늘어났다.
이번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이는 종목으로는 여자1인승, 남자1인승, 남자2인승이 차례대로 1km 트랙을 달려 합산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 ‘루지 팀 릴레이’, 스키를 타고 반으로 자른 모양의 경기장에서 공중 묘기를 선보이는 종목인 ‘남녀 스키 하프파이프’, 두 선수가 나란히 출발해 속도를 겨루는 종목인 ‘남녀 스노보드 평행회전’, ‘여자 스키점프’,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으로 남자2명과 여자2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남자선수 7.5km, 여자선수 6km를 타는 ‘바이애슬론 혼성계주’, 남자 싱글, 여자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선수가 한 팀을 이뤄 국가 대항전 방식으로 치러지는 ‘피겨 단체전’이 있다,
이번 신설 종목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남녀 스키·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이다. 슬로프스타일은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종목으로 슬로프에 설치된 여러 도약대와 인공 장애물을 이용해 묘기를 겨루는 종목이다. 루사 후토르 익스트림 파크에서 열릴 이번 대회에 필요한 눈의 양만 4만 3,000m³이다.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선수가 동일한 코스를 이용하고 점프대는 총 3개가 설치된다. 선수들은 3번 점프하는 동안 앞뒤 방향으로 돌거나, 회전하는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 총 3개가 설치되는 나무 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박스 또는 레일 등으로 구성된 장애물은 매번 주최 측에서 새로 디자인하며 장애물을 지나면서 다양한 동작으로 묘기를 부릴 수 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스피드,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에 출전 선수가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여자 컬링이 처음으로 참가하고 봅슬레이와 루지는 전 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하는 등 참가 종목이 다변화되면서 한국 겨울스포츠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이상 획득해 3년 연속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우리나라 선수단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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