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은 몇 곱절의 실망감만 가져와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의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서 조금이라도 비겨가고 싶은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두가 알만한 카드사 세 곳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현재까지는 국민·농협·롯데카드에서 상당수 고객은 성명과 카드번호, 유효기간, 주민등록번호까지 털렸다.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 결제계좌, 사는 집, 직장정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의 카드 재발급 요청이 폭주하면서 이에 따른 불만 또한 늘고 있다. 기존 고객이 대거 빠져나간 카드 3사에는 현재 3개월간 신규 회원 모집중단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제재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카드 3사는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모양새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됐다. 카드 3사는 정보 유출로 인해 고객이 카드 재발급을 원할 경우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으며 카드사용 문자(SMS) 알림서비스도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한다. 통상 카드 1장당 재발급비용이 카드 플레이트 제작비용 3,000원, 배송비 2,000원으로 총 5,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했을 때 카드사들은 현재까지 109억 원 가량을 사용한 셈이다. 카드 재발급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2차 유출 피해다. 업계는 카드 복제와 허위 결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다.
IT 보안업계에서 관련 대기업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가올 위험이 보이지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존심인 것이다. 이들에게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해도 외부로 알려질까 걱정만 할 뿐, 실질적인 조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금융권을 포함해 IT 보안과 연관된 업계들은 하나같이 ‘폭탄 돌리기’를 할 공산이 크다.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유출 경로가 여느 사고와는 다르지만 ‘보안의식 부재’로 추린다면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행보는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믿고 따르는 소비자들에게 몇 곱절 이상의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처세술이 필요하다. 관련 임원이 책임을 통감하고 줄줄이 사퇴했다고 소비자들의 분이 풀릴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 당장 접어야 한다. 소비자의 믿음을 믿음으로 되갚아야 기업의 지속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예방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대응에도 실질적인 해결책 제시가 있어야 하겠다.
지난 1월21일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관행 개선과 카드해지 후 개인정보 삭제, 마케팅 대출모집 차단 등을 골자로 한 근본적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관계 장관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의 ‘폭탄 돌리기’는 업계의 ‘고인 물’로 간주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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