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문장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이 책은 30년간 신문사에서 교열 작업에만 매달려 온 베테랑 교열 전문가의 ‘글다듬기 비법’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평소 업무 중에 발견한 비문, 악문 등을 17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그리고 그 문장이 어색한 이유를 다양한 근거를 통해 제시한 뒤 읽기 편하고 의미도 잘 통하는 문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 책은 어법을 떠나 읽기 편한 문장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예컨대 ‘등록금 동결을 한다’보다는 ‘등록금을 동결한다’로 쓸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도 ‘실내 정돈이 잘됐다’와 ‘실내가 잘 정돈됐다’는 뉘앙스가 다르므로 상황에 맞게 골라 써야 한다는 노파심도 드러낸다.

이 밖에 최근 기사체 문장을 중심으로 ‘퇴화하다’와 ‘퇴화되다’, ‘개막하다’와 ‘개막되다’, ‘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가 혼용되고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느 표현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독자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쉬운 문장, 술술 읽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독자에 대한 배려로 표현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글을 꼽는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의 서두를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로 썼다가 나중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로 바꾸었는데, 그 이유는 ‘말미암아’와 호응하는 말 ‘받은’을 넣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생을 마감하는 비장한 순간에도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고자 한 고인의 글쓰기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77개 핵심코드를 익히면 전문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는 학자, 미디어 종사자, 기획자, 칼럼니스트, 작가 지망생들은 물론, SNS로 소통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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