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현대무용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에서 선정한 올해의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

피에트로 마룰로/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 ⓒYana Lozena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오는 10월에 전개되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18, 이하 시댄스) 개막작으로 피에트로 마룰로의 작품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이 서강대 메리홀에서 10월 1일(월)~2일(화)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안무자 피에트로 마룰로는 2018년 유럽의 대표적인 현대무용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Aerowaves-Dance Across Europe)에서 올해의 안무가로 선정되며 일약 유럽 무용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스타이다.

유럽 현대무용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는 매년 유럽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진 안무가 20인을 선정하여 플랫폼 기간 중 ‘에어로웨이브즈 트웬티(Aerowaves Twenty)’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에어로웨이브즈 트웬티에 선정된 안무가들은 에어로웨이브즈를 관람하는 세계 각지에서 온 무용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피에트로 마룰로/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 ⓒYana Lozena

2018년 한 해만 15여 건의 초청을 받은 작품,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올해 에어로웨이브즈 트웬티로 선정된 안무가 중 하나인 피에트로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의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덴마크,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멕시코, 이스라엘, 노르웨이, 미국, 대만 등 올 한 해만 15여 건의 초청을 받으며, 만 33세의 젊은 나이인 그의 명성을 세 번째 안무작 만에 단박에 신인에서 중견급으로 올려놓았다.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아르테 포베라 운동의 중심인물인 이탈리아 미술가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룰로는 처음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 <빛의 공간(spazio di luce)>을 보았을 때, 마치 빛이 공간을 차지하듯 부피가 부풀어 오르는 오브제를 만들어 공간을 채우는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오브제가 가지를 뻗고 뿌리를 깊이 내려 관객들에게 닿은 후 다시 서서히 부식되며 빛을 내는 광경을 상상했고, 이는 마치 쓰러져 같은 난파선을 연상케 했다.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에서는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 소재인 나무가 소프트한 오브제로 새로이 표현되었다.

피에트로 마룰로/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 ⓒYana Lozena

“얼어붙은 순간들. 소리 없는 비명. 희망이 없는 탈출.” – Lotte Wijers, Springback Academy

이탈리아 태생 피에트로 마룰로의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는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시각예술(주로 설치), 연극, 음악, 무용이 어우러진 다원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에 등장하는 커다란 검은 형체는 이리저리 스멀거리며 마치 사냥을 하듯이 무대 위의 무용수뿐만 아니라 객석까지도 위협한다. 무용수들을 집어삼키고 다시 뱉어내는 모습은 바다 밑의 괴물, 레비아탄을 상기시킨다. 현대의 레비아탄과도 같은 이 물체는 거대자본주의, 혹은 정체성의 포기, 혹은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의 형상화로, 유럽의 난민과 이주 문제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 ⓒMaude N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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