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IBK홀,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9/11)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요한 세바스챤 바흐(1685-1750), 그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음악의 아버지’이다. 그러나 이보다 요즘의 현대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음악의 DNA”라 칭할 수 있다. 즉 세상의 종말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흔적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오로지 바흐의 음악만 있다면 모든 음악의 기초를 다시 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기에 그를 통한 음악은 시대를 넘어서 지금까지 모든 음악에 그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성 토마스교회 앞에 서 있는 바흐의 동상 (사진출처=블로그 물리학자의 연애편지)

음악의 메커니즘을 이루는 화성법, 대위법, 기타 형식들과 음을 12개로 균등히 분할한 평균율의 체계까지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시스템에 있어서 그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이야기도 성립이 안 된다. 심지어 감정을 지양하고 소리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음악과 숫자저음(Figured Bass)의 워킹베이스를 기본으로 하는 재즈의 세계에서도 그 베이직은 바흐다. 그래서 “모든 음악은 바흐로부터”라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첼리스트 주연선은 지난 2016년에 "첼로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두 시간 삼십 분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하고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6곡을 모두 담은 앨범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을 발표했다. 주연선은 이때 바흐를 경험하면서 음악의 경지가 무엇인지 비로소 어느 정도 체감했을 것 같다. 맑은 영혼을 가지지 않고서는 진정한 바흐를 표현할 수가 없다. 악보대로 연주했다고 음악이 되는 게 아니듯 기본적으로 바흐의 악보는 어떠한 표식이 없다. 그러기에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수 천, 수 만 가지의 음악을 펼칠 수 있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016년 3월에 첼리스트 주연선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리사리틀을 펼쳤다. (사진=프레스토아트)

그만큼 바흐의 음악은 조화와 균형의 완벽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바흐는 27년간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요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음악목사 직분인 칸토르(cantor)로 예배를 위한 음악을 주관하던 그였기에 작곡을 마치고는 늘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Soli Deo Gloria)”를 신앙고백처럼 고백했다고 전해진다. 그러기에 신은 바흐를 선택했고 바흐는 신의 은총 아래 천상의 음악을 오선지에 다운로드했다. 그러기에 신은 오로지 그 누구보다 바흐여만 했을 것이다.

여기에 주연선 또한 바흐의 정신과 일치한다. 그녀의 맑고 명징한 첼리즘은 오로지 신에게 향한 경외감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원인이 되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첼리즘을 펼친다. 그녀의 스승 린 하렐은 “경이로운 연주자” 또한 지안 왕은 “환상적인 첼리스트”라고 부르며 첼리스트 주연선의 연주를 칭송했다.

첼리스트 주연선 (사진출처=아트엠콘서트)

무엇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한다는 주연선은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아티스트로, 오는 11일(화)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호흡을 맞추며 슈만과 브리튼 그리고 그리그의 음악을 통해 가을의 서정을 담아낸다. 그녀의 아름답고 굵은 선의 비르투오즘은 가을의 초입에 사색의 길을 산책하듯 상상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어린아이의 물장구 소리처럼 개구졌던 여름날이 지나고 이제 시를 읊듯 생각하는 계절에 첼로의 떨림을 마음속 깊숙이 간직하는 그날이 이제 곧 우리에게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IBK홀,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프레스토아트)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