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열정속으로

(시사매거진245호=차홍규 화가) 윤상민 작가는 페이스 북에서 필자에게 친구 신청을 하여 알게 된 사이로 이력이 다른 작가들과는 사뭇 달랐다. 가톨릭 의대를 졸업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활동하다 사진작가로 변신한 특이한 예술인이다.

지금도 명목상 의사 생활을 하나, 의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사진작가로서만 활동을 하려한다니 그 열정에 공감이 간다. 윤작가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갤러리인 꿈의 무대 Darkroom Gallery에서 2번이나 개인전 초대를 받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단한 사진작가로, 사진에 관한 저서가 3권이나 있을 정도이다. 같은 예술인으로 우선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았다.

 

어릴 적 꿈은

초등학교 때에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당시 만화, 라이파이로 기억되는데 무척 심취해 있엇고, 만화의 세상에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학자가 어린 마음에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꿈과 달리 의사로 살아왔지만 과학자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가 그림처럼 표현되는 새로운 카메라 기법을 창안하게 된 것 같다.

 

윤작가는 일반적인 사진작가와는 달리 그림과 구별이 안 되는 특별한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진작업을 하던 중 어느 날 의도하지 않게 그림처럼 표현된 잘못된 사진을 발견하였다. 그 순간 어린 시절 달력에서 보았던 빈센트 반 고흐의 나무가 살아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림을 본 충격적인 감동이 떠오르면서 잘못 촬영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좀 더 다듬으면 생동감 있는 사진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금기 시 되고 있는 카메라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면서 잘못 나온 사진을 역 추적해 가는 실험을 계속 진행하여 오늘의 사진이 탄생하게 되었다. 제 작품의 주제로 나무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고흐 그림에 대한 충격적인 감동의 결과이다.

 

윤작가의 사진작업은 그림보다 더 그림같이 보여 순수한 카메라 작업만으로 가능한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수한 카메라 작업 이외에 다른 어떤 컴퓨터작업도 하지 않는다. 다만 포토샵에서 색상과 명암을 약간 조정할 뿐이다. 다중촬영이나 컴퓨터 작업을 통해 사진을 합성해서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도 있는데 이들 사진과 내가 창안한 새로운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과는 엄연히 다르고 구분이 확연하다.

 

기존에는 그림처럼 표현되는 사진이 없었나

기존에도 많지는 않지만 카메라 움직임을 이용하여 그림처럼 표현하는 사진이 있었으나 국내에 소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기존의 사진은 회화적인 표현이 평면적이지만 내가 창안한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은 입체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이 큰 차이점 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사진은 빛의 직진성을 이용한 촬영방식’이기 때문에 하나의 시간대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미지이므로 평명적인 표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창안한 사진은 일직선의 빛이 카메라내부에서 회절, 굴절, 반사등을 일으켜 그림에서 덧칠을 하듯이 시간대가 각기 다른 수많은 빛이 중복적으로 표현되어 이미지가 만들어 지기 때문에 ‘촬영대상의 원래 모습에서 변형된 3차원적인 표현’이 된다. 이런 차이점을 알리기 위해 사진 책 3권을 출간하였다.

 

윤작가가 하는 ‘3차원적인 표현 방법’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작가가 있는지, 윤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무엇인가

조사한 바로 나의 촬영 방법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세계에서 내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창안해서 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서 사진을 합성해서 만드는 사진, 다중노출과 다중촬영으로 이미지 합성을 통해 그림처럼 표현되는 촬영 작업을 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카메라로 한 번에 찍어서 그림처럼 3차원적인 표현 하는 사진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컴퓨터 작업으로 합성한 사진, 다중촬영으로 만든 사진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여기서 일반적인 카메라를 사용하였다는 것을 언급한 이유는 카메라를 자체 제작해서 촬영하는 사람도 있고 다중촬영이 가능하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보통 카메라 이다.

자체 제작한 카메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 중 대표적인 사람이 Susan Burnstine 인데 주로 몽환적인 흑백사진 작업을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내가 2016년도 처음으로 미래에서 온 사진이란 책을 발간한 후 국내보다도 먼저 미국 갤러리에서 내 생애 최초전시(Darkroom gallery, Vermont, U.S.A. 2017. 1. 05 – 1. 27.)를 할 수 있게 해줄 정도로 나의 작품을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필자가 잘 몰라서 우둔한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윤상민 작가의 작품도 몽환적인 그림처럼 표현된 사진이 많은데 Susan Burnstine과 윤작가의 작품사진은 무엇이 다른가?

세계적인 유명작가 작품에 대해 평가할 입장이 못 되지만, 내가 본 Susan Burnstine의 사진은 몽환적인 흑백사진작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 그림처럼 생동감 있는 표현을 하고 싶은 욕구에서 사진 작업을 출발하였기 때문에 초기 작품은 생동감위주의 작업을 많이 했으나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모네의 그림처럼 은은하면서 평화적인 분위기의 사진작업도 병행하게 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도 많이 있다. 어떻게 다른지는 보는 사람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Susan Burnstine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력과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참조하면 좋겠다.

윤상민 원장의 사진작품 ‘무도회의 권유 3’(Invitation to the Dance 3)

사진 작업을 하는 동안 어려웠던 일이나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으나 가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 받는 일이 있다. 내가 사진작업 할 때에 매일 같은 장소에 거의 비슷한 시간에 똑 같은 대상을 촬영을 하는데 그 이유는 같은 장소와 시간대에 같은 대상으로 작업을 해야 만이 비교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사찰에 있는 나무를 촬영하던 중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였다. 표면상으론 우연히 검문한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사찰에서 이상한 사람이 매일 똑 같은 나무를 일정한 시간에 촬영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신고를 해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또 사진작업 때문에 아들과 서먹해진 일이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과 아주 오랜만에 같이 미국 캠핑장에 놀러 갔는데 잠자다가 갑자기 사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새벽 2시경부터 작업을 하고 예정된 캠핑기간 동안 사진작업만 하고 다른 일정을 진행하지 않게 되어 같이 캠핑 간 의미가 없어졌고, 아들이 화를 내서 여행일정을 중단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성격상 한 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것을 잊는다. 심지어 밥 먹는 것도 잊는다. 몰두하면 배가 고프지 않아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지금도 산에서 사진작업 할 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카메라 배터리가 완전히 소모가 되었을 때서야 비로소 시간이 많이 흘러갔음을 인지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가톨릭 의대에서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이비인후과 질환에 관련하여 TV에 여러 차례 출연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강 상담 고정 라디오프로그램도 장기간 진행 하였고 여러 신문에 의학과 관련하여 기고를 많이 하였던 관계로 소위 잘나가는 이비인후과 의사였는데 의사를 그만두고 사진에만 전념하려는 이유가 있는가

내년 1월말 전문의 시험을 마치는 후배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병원을 물려주고 사진에만 전념하려고 한다. 이비인후과를 개원하면서 주 4일 진료하고 나머지 3일은 사진작업을 하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사진 작업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사진촬영을 하고 귀가하던 고속도로에서 졸음 운전한 대형 트럭에 의해 내 차 뒤를 추돌 당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 당시 자동차는 폐차 시킬 정도로 큰 손상을 입었고 나는 잠깐 의식을 잃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목숨을 잃을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직 세상에 무언가 해놓을 일이 남아있어 기회를 더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로써 생활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사진가로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학으로 사진 공부를 하였고 혼자 활동한다면 상대적으로 전시회의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전시회 같은 사진 활동은 주로 어떻게 하는가

사실 전시회는 혼자서 활동하는 나에겐 제일 어려운 문제이다. 국내에서는 그림같이 표현되는 사진에 관해서는 잘 소개되어있지 않은 상태라서 국내 전시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갤러리에 전시의사를 타진하던 중 Darkroom gallery(Vermont, U.S.A.)에서 연락이 왔다. 꿈(dream)이란 주제로 전시할 예정인데 내 사진 몇 장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는데 선택이 되어 내 생애 최초의 전시가 한국보다 먼저 미국에서 무료로 이루어졌다(2017. 1. 5. – 1. 29, Darkroom Gallery, U.S.A.). 당시 심사위원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인 Susan Burnstine이었다. 고맙게도 작년에 이어 2018년 올해에 다시 미국 다크룸 갤러리에서 Wendi Schneider 작가의 추천으로 초대전시회(공동)를 하기로 결정 되었다.

2017년 미국 전시회 이후로 국내에서 개인전시(경인미술관, 서울)를 2회 하였고 국제사진 전시회 2회(2018 KUCA, 우크라이나 키에프, 이태리 피렌체, 공동전시) 와 국제아트페어 2회(부산 국제아트페어, 한국 국제아트페어 KIAF) 그리고 수차례 국내에서 공동전시할 기회도 찾아왔다.

 

사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진은 “상상력이 동반된 빛의 예술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진작업은 나태해지고 타성에 젖어 새로운 모습을 표현하지 못한다.

 

앞으로 계획은

2017년 생애 최초 전시회를 무료로 하였던 Darkroom Gallery (Vermont, U.S.A.)에서 올해(2018. 7. 25. - 9. 2.) 다시 무료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또 한중미술협회 국회초대전(2018. 8. 28. - 8. 30. 국회의원회관 2층) 그리고 KIAF 2018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orea. 2018. 10. 4. - 10. 7.)가 예정되어있다.

흑백 사진에 관심이 많아져 현재 흑백사진 작업도 병행 중이다. 흑백 사진이 화려하지 않고 단순해 보이지만 무게감이 있어 매력적이다. 앞으로 전시에서 흑백사진도 같이 선보일 계획이다.

 

의사에서 사진작가로 변신을 하는데 예술가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을 존경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아있는 동안 단 1점의 그림도 팔지 못하는 고난 속에서도 화가 인생 10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걸작을 만들었고 가난과 병에 시달리며 겪는 고통을 동생 테오에게 전하는 빈센트의 편지 내용은 지금도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시대에 감추어진 또 다른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예술인들을 내가 존경하는 이유이다.

 

인간이 환경을 해친 대가로 폭염, 폭설, 폭우 등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사진가로써 환경보존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사진작업을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자취가 없는 좋은 장소로 생각되어 작업을 하다가 보면 주위에 남아있는 인간의 흔적을 어김없이 본다. 플라스틱 통, 과자 포장비닐, 유리병 등 시간이 흘러도 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것들이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제 남겨놓고 간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을 본다. 지구를 구성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 중에서 미약한 존재중 하나가 인간임을 잊지 않는다면 좀 더 자연을 존중하게 될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자연을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다. 산악자전거를 오래전부터 즐겨왔던 나는 산에 오염물질을 방치하지 않는 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자연 사랑은 처음 시작이 어려울 뿐 몇 번 하다보면 습관이 된다. 사진가로써 플라스틱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것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내 사진의 특성상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면서 삶의 또 다른 변화인 것처럼, 일직선의 빛이 카메라에서 회절, 굴절, 증폭 등의 변화로 빛의 흘림이나 채색의 혼합이 일어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랑, 인내, 평화 그리고 꿈의 느낌을 표현 하는 것이 윤상민 작가의 작업 의도이다. 빛의 흘림과 채색의 모호함은 작품을 표현하는 윤작가 만의 또 하나의 언어이고 미학적 메시지이다.

빛은 태양이 사랑을 실행한 결과물이다. 그 빛이 태양과 이별의 고통을 통해 카메라의 렌즈에 담길 때 하나의 꿈이 탄생된다. 윤작가는 인내로 무장한 눈과 사랑을 품은 손끝으로 카메라의 심장을 건드려 꿈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가이다. 그리고 그의 사진에서는 사랑, 인내,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윤상민 작가가 빈센트 반 고흐와 모네를 향한 꿈을 갖고 작업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오랜 시간 인터뷰를 하였음에도 피곤은 커녕, 소년처럼 꿈에 들떠 있음은 윤작가의 열정에 동화되었기 때문이리라.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와인 바에 가서 기분 좋게 한잔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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