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규채용 급감, 정부 실업대책 발표 불구 2007년까지 취업난 예상
지난해 11월 청소년(15~29세) 실업률은 7.3%로 98년 12월 19.7%보다 크게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전체 실업률(3.2%)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또한 청소년 실업자가 40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민간 및 공공부문이 함께 청소년 실업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청년실업 전체 실업률의 두 배 넘어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금융기관 등 여러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공공부문에서도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 공공근로, 직업훈련 등 단기적 고용안정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시장에서의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하여 청소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적극 유도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취업대란’으로 인해 경제 침체가 어느 해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대졸자를 중심으로 한 ‘청년실업’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러한 취업난은 기업들의 채용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신규사원 채용이 일제히 줄어들어 취업난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계열사와 금융기관만 보더라도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은 작년에 비해 평균 40% 가까이 감소했다. 또 지난 2년간 고용 확대에 상당히 기여했던 정보기술 기업들도 올해는 세계적인 IT산업침체 속에 채용 인원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이와 함께 인구 구조나 채용 패턴의 변화 같은 구조적인 요인도 취업난을 가중시켰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실업률은 3.2%인데 비해 20대 실업률은 7.1%를 기록했다. 20대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넘어 선 것이다.
통계청은 “인구 구조 측면에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의 자녀(79∼86년생)들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20대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의 채용방식에도 올해 큰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신입사원 채용보다는 실전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졸자들의 취업문은 작년보다 대폭 줄어들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켰다.
이 같은 취업난 때문에 작년 한 해 취업 전선은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신입사원 채용만 보더라도 300명 모집에 5만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1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수치를 보였다. 또 SK텔레콤·신세계·산업은행 등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의 공개채용 경쟁률도 대부분 수백대 1을 넘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격증 소지자들마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법시험·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이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무더기로 낙방하는가 하면, 토익 900∼950점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도 입사시험에서 불합격하는 일이 여기저기에서 수없이 벌어졌다. 청년실업이 사회불안 요인으로 대두되자 정부는 연말에 실업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턴사원제 및 직업훈련을 확대하기로 결정하였고 고용인을 늘리는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박사는 “20대 취업난은 앞으로 5∼8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면서 고학력자의 질적·양적 수급불일치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기업 취업난이 극심했던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였다. 구직자들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한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임시방편으로 외국인 근로자나 병역특례요원을 받아들였지만 인력난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위장취업’하는 고학력자 등장

청년 실업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력 수급불일치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 상당기간 장기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11월 중 실업률은 한달 전보다 0.1% 포인트 낮은 3.2%였다. 그러나 한때 줄어드는 듯했던 20대 실업률은 지난 10월의 6.3%에서 갑자기 7.1%로 급상승했다. 또 전체 실업자수는 71만4천명으로 전월에 비해 1만 5천명(2.1%)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20대 실업자는 30만5천명으로 3만9천명(14.7%)이 늘었다.
통계청은 “다른 연령대에서 실업률이 하락한 데 비해 20대 실업률이 크게 상승한 것은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구직활동 증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졸업예정자들이 본격 구직활동에 나서는 2∼3월까지 20대 실업률이 더 상승할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고 노동수요가 증가하면 전체적인 실업률은 떨어지겠지만 20대 대졸자의 실업률은 2007년까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반·실업계 고교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지난 1970년 26.9%, 95년 51.4%였으나 작년에는 70.5%(재수생 포함 때는 88.9%)로 급증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집계에서 나타난 실업자 수는 작년 대졸자 47만 2천명 가운데 진학과 군입대를 뺀 순수 취업자수는 29만명으로 13만1천명이 실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신규취업에 나서는 연령층을 남자 24살, 여자 22살 전후로 보면, 작년 20대 층의 인구는 77만3천명으로 가장 적다”며 “인구구조상 내년부터 이 연령층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데다, 대학졸업자는 2007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20대 취업난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20대 층인 대학 졸업생들 특히, 대학원생 졸업생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위장취업’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 A사에 지원한 박모씨(29)는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대학원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씨는 “경영학 석사(MBA)도 아니고 문과쪽 석사이기 때문에 취업하는 데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아 대학원 졸업 사실을 누락했다”고 말했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최모씨(24)도 지난달 한 외식업체의 매장직원 모집에 지원하면서 이력서에 고졸학력만 기재했다. 지원자격이 고졸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학력을 탐탁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조언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체들은 예전과는 달리 ‘학력과잉자’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이들은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졸 취업난 2007년까지 계속될 전망
LG경제연구원은 ‘대졸 취업문제’보고서를 통해 인구구조와 대학진학률 등을 감안할 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고학력 취업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최근 대졸 취업난은 이른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인 ‘베이비붐 에코 세대’(1979∼1986년생)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노동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992년 35% 안팎이었던 대학진학률이 1993년부터 급상승해 올해 70.5%까지 높아진 것은 대졸 취업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22살 전후의 대졸 여성과 24살 전후의 남성 인구를 합한 연령층은 2004년 이후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높은 대학 진학률 때문에 대졸 취업예비군은 2007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대졸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 3.0%에 비해 1.9배 높은 5.7%다.
산업화 되어가면서 1980년대 초반까지 50%를 밑돌던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작년에는 59.4%까지 높아졌다. 반면, 20대 남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80년 86.3%에서 올해 70.8%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여성취업인구가 늘어나면서 예비 취업생들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또 산업현장에서는 이공계 대졸자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대학 입학자 중 이공계를 선택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면서 ‘전공별 수급 불일치’로 인해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원은 “대학입학자중 이공계 비중은 1997년 44.4%에서 작년에 41.0%까지 떨어졌다”며 “이는 대학들이 고가의 실험 기자재를 마련해야 하는 이공계 증원을 기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청년실업 대책마련 착수

청년층 실업을 줄이기 위해 내년도 공무원 신규채용이 당초 계획보다 50% 늘어나는 등 모두 15만 5천명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제공된다. 정부는 작년 12월 17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청년실업 대책회의를 열고 모두 5,246억원의 예산을 들여 30만명에게 일자리 창출과 교육훈련 등을 실시하는 내용의 청년 실업대책을 확정하기로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앞으로 청소년실업률이 5%대까지 낮아지도록 청소년 실업대책을 내실있게 추진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청소년 실업대책을 확정하기 위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청소년 실업률이 현재 7.3%로 외환위기 직후 수준(98년 11월 12.6%) 보다는 크게 하락했으나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 수준(97년 11월 6.1%)에 비해서는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또 “앞으로 청소년 인력 양성이 지식기반경제 구축과 관련된 분야, 특히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CT(문화기술) 등 차세대 산업분야에 필요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이날 경제장관 간담회는 청소년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직업훈련을 시켜 실질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정부는 올 1월부터 미취업 대학 졸업자와 재학생 등 5만명을 대상으로 인턴제를 확대 실시하는 등 모두 15만 5천명에게 새로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청년실업을 막기위한 일자리 확대방안에는 신규채용 공무원이 당초 6천명에서 9천명으로 50% 늘어나는 것을 비롯해 인턴 취업 및 연수생 지원 5만명, 청소년 공공근로사업 4만 7천명, 중활 1만명, 초중등학교 교무 전산보조원 채용 5,500명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2,186억원을 투입해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취업유망 분야 8만 6천명, 소프트웨어 기술분야 2만 6천명 등 모두 14만 5천명의 청소년에게 대대적인 유급직업훈련을 실시키로 했다. 교육에 참가한 청소년에게는 월 40∼50만원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정부는 또 교육부문과 산업현장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현장 연수에 대한 학점인정과 기업현장 전문가의 교수채용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청소년 실업자 수가 계절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작년 11월 34만명에서 올 2∼3월에는 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종합적인 청년 실업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업의 근원적 문제 해결 위해 노력
노동부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를 막기 위해 3월까지 공공근로와 정부지원 인턴제 등 실업대책에 모두 5천 38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동절기 고용안정대책 마련을 위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부는 내년 1/4분기까지 공공근로 2천 295억원, 직업훈련 1천 933억원, 정부지원인턴 356억원 등 모두 5천 38억원을 들여 31만8천명을 대상으로 실업대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노동부는 특히 4/4분기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공공근로 사업을 청소년 실업자를 중심으로 4만명 가량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공공근로, 직업훈련 등 내년도 주요 실업대책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실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내년도 예상 실업률이 3.7∼3.8%로 안정세가 이어지겠지만 신규 졸업자의 노동시장 진입과 계절적 요인으로 실업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추후 고용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필요하면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특히 청소년 실업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중장기적인 공급부문의 구조개선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나라의 실업률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이는 경기부진으로 인한 취업생들의 의욕상실에서 오는 일종의 포기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실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활동 참가율의 변화추이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9.2%에서 올해 1분기 3.7%, 2분기 2.7%로 계속 떨어지는데 반해, 실업률은 지난 7월 3.4%에서 10월 3.1%로 오히려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는 10월이 1,402만명으로 실업률이 더 높았던 7월(1,398만명)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최숙희 연구원은 “실직의 장기화로 구직활동을 포기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실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실질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는 실업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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