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주 변호사

(시사매거진245호=오병주 칼럼위원) 우리는 흔히 옛 선조들은 기껏해야 덧셈 등 기초적인 수학 지식밖에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우리의 옛 조상들은 놀라울 정도의 수학지식과 과학적 식견을 가졌었고 또한 이를 교육시켰다.

신라는 신문왕 2년(682년)에 국학이라는 국립대학을 설치하여 15세 이상 30세 이하의 학생을 대상으로 9년간 교육을 신시하였다.

이곳에 수학과를 설치하여 구장산술(九章算術) 등을 교육하였는데, 그 내용은 사각형의 넓이, 비율, 분수, 방정식 등이었다.

당시 교육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밑변이 3척, 높이가 4척이면 빗변은 얼마인가?’ ‘빗변이 5척, 밑변이 3척이면 높이는 얼마인가’ 등의 문제에 대하여 ‘밑변과 높이를 각각 자승(自乘)하고 이를 합하여 개유(開冇)하면 빗변이다’라고 풀이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330년 전 당시 이미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깨쳐 이를 가르친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시대 세종 재임 시절의 이순지(1406~1465)는 지구가 둥글다는 지구설을 주장하였고 이를 토대로 월식을 예측하였다. 그는 1442년에 완성된 칠정산내편이 일식과 월식의 예보에 문제가 있자, 세종의 명에 의하여 구구력(回回曆)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칠정산 외편을 1444년 완성하였는데 이 개정된 달력을 토대로 1년을 계산하면 365일 5시간 48분 46초에 비하여 불과 1초의 오차밖에 없음에 놀라지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그는 1447년(세종 29년) 음력 8월 1일 오후 4시 50분 27초에 일식이 시작하여 오후 5시 55분 53초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이는 실제와 정확히 들어맞았다.

조선 중기 홍대용(1781~1783)은 그의 수학서 ‘주해수용’에서 정현(正弦·sin A), 여현(餘弦·cos A), 정절(正切·tan A), 여절(餘切·cos A)의 현대수학 원리를 사용하였고 ‘구체의 체적이 62,208척이다. 이 구체의 지금을 구하라’라는 문제를 내고 그 해법을 제시하였다.

‘갑지(甲地)와 을지(乙地)는 동일한 자오(子午) 진설(眞線)에 있다. 갑지(甲地)는 북극출지(北極出地) 37도에 있고 을지(乙地)는 36도 30분에 있다. 갑지(甲地)에서 을지(乙地)로 직선으로 가는데 고뇌(敲檑)가 12번 울리고 종뇨가 125번 울렸다. 이때 지구 1도(度)의 리수(里數)와 지구의 지름, 둘레를 구하라’라는 문제를 내고,

그 해답으로 ‘지구 1도의 리수 250리, 지구의 둘레 90,000리(36,000㎞), 지구의 지름 28,648리(11,459㎞)’를 제시하였는바, 실제 지구의 둘레 40,008㎞, 지구지름 12,759㎞에 비하여 상당한 정확도를 가졌음에 놀라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이 덧셈, 뺄셈 정도의 기초적 수학 지식이나 초보적인 과학 지식밖에 없었다고 보는 우리의 선입관을 이제는 틸피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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