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성패 여부에 따라 민심 움직일 것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민간부문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과 가정을 균형적으로 맞춰가겠다는 뜻인데 일각에서는 공공근로제, 유연근로제 등 말만 다르지 실상은 ‘땜질용 처방전’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두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일자리가 돼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계획 발표
정부는 지난해 11월13일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침과 주요내용을 확정하고 본격 추진에 나섰다. 이번 대책은 지난 6월 4일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이후 관계부처가 실무TF를 운영하여 공공부문의 주요 쟁점들을 정리하고, 민간부문에 대한 주요 대책을 확정한 것이다.
전제적인 아우트라인은 공공부문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 시간선택제 공무원, 교사 채용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한다. 우선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해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신규채용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규 채용에 대한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목표비율을 부여하여 2017년까지 4,000여 명을 채용하되 특히 신규 정원의 20%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공정한 인사와 처우를 위하여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한 겸직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공무원연금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공무원 채용목표비율은 내년 3%에서 2017년까지 6%로, 지방공무원은 내년 3%에서 2017년까지 9%로 정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경력단절 여성을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고 제도를 구축할 계획이다. 민간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채용박람회 개최, 기업지원 확대, 인프라 구축, 제도개선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 롯데, 신세계 등 10개 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는데, 약 1만 명이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참여했다. 삼성, 롯데, 신세계 등 10개 그룹은 그룹별 채용관, 홍보관, 컨설팅관 등을 운영하여 현장면접, 재취업 컨설팅, 멘토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국민의 다양한 일자리 수요를 충족시키고, 풀타임 위주의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자리”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를 통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고, 기업도 적재적소에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범부처적으로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직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
구직자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구직자의 88%는 정규직과 동일한 혜택을 받으면서 파트타임을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근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인드잡이 구직자 1,699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정규직과 동일혜택을 받으며 주 15~30시간 근무하는 일자리에 일할 의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8.2%가 ‘근무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결혼여부로 보면 기혼자가 91%, 미혼자가 86%로 기혼자의 응답률이 약간 더 높았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적정임금 보장’과 ‘고용 안정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35.9%가 ‘적정 임금보장’을, 이어 24.7%가 ‘고용 안정성 보장’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형태인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임금수준이 유지되고 정리해고 없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민간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부담액 전액을 2년 간 지원하고 임금의 절반을 월 80만 원 한도 내에서 1년 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지원이 끝나면 기업에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에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시간선택제와 전일제 근무 간의 자유로운 전환 필요
정부의 국정 최대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시간선택제 및 일-생활 균형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이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노사발전재단은 지난 11월12일 오후 렉싱턴호텔에서 ‘시간선택제와 일-생활 균형’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루디 윌러스 교수는 “1980년대 8.5%의 높은 실업률과 복지제도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으로 전일제 일자리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인상은 자제하는 정책을 취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당시 여성근로자들의 지지로 시간제 근로가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시간제 일자리 도입 초기에 노조 입장에서는 시간제 확산으로 인한 유연성 증가가 전일제 근로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고, 사용자는 채용 및 훈련비용의 증가를 우려함에 따라 제도 정착이 쉽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결국 서비스산업 및 여성 근로자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증가한 시간제 일자리는 1990년대 네덜란드 일자리 기적의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간제 근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자녀양육기의 여성, 학업기의 청년, 그리고 은퇴 이후 중장년 근로자들이 경력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일을 함으로써 일과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증가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고 역설했다.
앤 버그만 교수는 “시간제 근로가 남성에게는 거쳐 가는 일자리로, 여성에게는 막다른 상황에서 선택해야 하는 일자리로 여겨지고 있다”며 “스웨덴의 경우 아직까지는 전일제로 근무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현재 스웨덴 노동법원에서는 시간제 근무와 관련한 많은 사건들이 다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양성평등이 제고되어야 일-생활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시간제 근로가 하나의 좋은 대안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시간제 근로자의 자유의지에 따라야 하며, 개인의 발전과 경력 개발의 가능성을 포함해야 하고, 높은 지위와 더 나은 근무 조건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 모두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시간선택제와 전일제 근무간의 전환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현실 직시해야 성공
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자유로운 전환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당초 정부는 고용주와 고용자 모두 윈-윈할 수 있게 범정부차원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고용률 70%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이다.
물론 당장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고용률이 60.5%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3년 이상 고용률은 대체적으로 60% 내외에서 움직였을 뿐이다. 다시 말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과연 얼마나 고용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이전에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연근로제, 시간제근로제 등이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에만 일조했다. 그에 따라 일각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말이 정규직이지 반쪽짜리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기자회견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이미 저임금, 임시 일자리로 판명났다”며 “박근혜정부는 이러한 일자리 확대를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문제점과 고용의 질 제고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파트타임=임시직이라는 기존의 고용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임시직이 많은 상태에서 비자발적 파트타임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정책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행하면 예산만 낭비하는 ‘땜빵용 처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직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니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구직자들이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간다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박근혜정부의 최대 성공사업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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