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5호=김길수 발행인) 유례없는 사상 초유의 긴 무더위가 끝났다. 그렇게 매서웠던 폭염이었건만 가는 여름의 뒤꽁무니에 딸려 끌려 나갔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 속 폭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숨’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추석인데 ‘한숨’이라니…

요즘 뉴스를 보면 폭염 후 밥상물가 비상이라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긴 폭염 탓에 수산물 가격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등했고, 2만 5,000원대였던 시금치 4㎏ 도매가격은 현재 7만 5,000원으로 3배나 뛰었다. 배추와 무, 달걀 값도 두 자릿수 상승했다. 수박 한 통에 3~4만 원이나 하니 여름철 대표과일이 여름철 대표 관상과일로 전략해버렸다. 폭염으로 육계 폐사가 증가한 데다 말복이 겹치면서 닭고기 가격도 크게 올랐다.

통상 8월 중순을 넘기면 채소 가격이 안정됐지만 올해는 폭염에 태풍 솔릭까지 겹치면서 가격 오름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전국의 농작물 피해 면적은 2334㏊에 달한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포도 등 과수농가의 피해가 1105㏊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포도 2kg(거봉, 上品) 도매가격은 평년

보다 약 17%나 올랐다.

밥상물가가 걱정스런 요즘인데 이 물가가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까지 이어질까 서민들은 더 걱정스럽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무색할 만큼 올 추석은 물가폭탄 걱정에 서민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먹거리 물가의 상승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가계부담 증대로 이어진다. 차례는 지내야 하는데 치솟는 물가에 가계 주머니는 좀처럼 열기가 쉽지 않다. 서민경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은 더 이상 예전처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명절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상황이 염려스러웠는지 최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폭염과 가뭄으로 일반 농가와 축산·과수 농가 피해가 심각하다”며 “수급 이상이 소비자 물가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제사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무, 배추 등은 비축물량이 있어 최대한 관리하고 있지만 대책이 시급하다”며 심각성을 인식했다.

올해 추석 물가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물가 당국의 분석이다. 성수품 수급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심각성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2주 전부터 성수품 특별공급을 확대하면서 할인판매, 알뜰 소비정보 제공 등 소비자 부담도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먹는 게 귀하던 시절, 추석만큼은 도란도란 모여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했다.

집집마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겹게 담소를 나누던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이제는 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걱정스런 명절이 되어 버린 듯해 아쉬운 마음이다.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서민들의 몸과 마음이 추석을 앞두고 물가폭탄 앞에 더 지쳐가고 있다. 정부는 철저한 수급관리로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해 서민들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 내주기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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