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향(落鄕)의 현대적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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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향(落鄕)의 현대적 아름다움
  • 강현섭 기자
  • 승인 2018.09.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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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섭 취재국장

고위 관직에 머물렀거나 오랜 세월 직장에서 머물던 사람에게 퇴직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마치 목걸이 풀린 강아지처럼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며 평생 지켜왔던 공직의 무거움을 떨어 낼 수 있고 자신의 남은 생을 정리할 수 있기에 좋다.

과거 우리의 선현들도 벼슬을 떠나 낙향하여 초막이나 정자를 짓고 시담을 읊으며 자신의 한가로움을 즐기며 생을 정리하곤 했다. 과거 선비들의 낙향은 유배와 달리 적절한 시점에 현실 세계를 탈피하여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말년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채근담에도 거향(居鄕)엔 불가애안태고(不可崖岸太高)니 요사인이견(要使人易見)하여 이돈구호(以敦舊好)니라'는, 말이 있다. 해석한 즉 '(사대부가 벼슬을 떠나) 고향에 살 땐 자세를 너무 고고하게 해서는 아니 되니, 옛정을 두텁게 함으로써 남들로 하여금 보기 쉽게 하여야 한다' 는 뜻이다. 여기서 애안(崖岸)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영어의 'positioning' 정도의 뉘앙스라 할까? 이 구절을 더 쉽게 풀이하면 권력을 잡고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하지만 권력을 놓고 나면 옛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고위공직자들이 낙향하여 자신의 고향이나 시골로 돌아가 저술과 강연을 통하여 나머지 자신의 생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은 보통의 국민들에게도 귀감이 되곤 하였다.

높은 관직을 내려 놓기도 쉽지 않지만 나아가 작은 봉사활동을 통하여 자신을 낮추어 밑기둥이 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낙향의 아름다움이 있다.

낮은 곳으로 향함은 위로만 치닫는 무한경쟁의 요즈음의 사회구조와 2등의 존재를 용인치 않는 제로섬 게임인 선거라는 흙탕물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에 남아 그 무슨 계파를 형성치 않고 자신의 고향 봉화마을에 낙향하여 오리를 이용한 농법을 자신의 고향에서 농민들과 같이 할 때 국민들은 그의 참신함을 보며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이병완(李炳浣, 전남 장성) 역시 당시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역임했음에도 낙향하여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서구 기초의원 당선되어 자신의 지역적 고향에서 봉사로 그의 뒤를 따랐다. 문재인 정부들어 노무현 정부시절 국정홍보처를 이끌었던 정순균 전 처장이 강남구청장에 하향 지원한 것도 사는곳이 제 2의 고향이라는 신조에 기인한 같은 맥락의 선택이었다는 후문이다. 모두 신선했던 뉴스였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저 많은 정치인들 중 낙향해서 자신의 마지막 삶을 사회에 대한 통합과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하며 정리해야 할 분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것이다.

퇴직할 나이에 그래도 주어진 시간 속에서 여유를 갖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의미의 낙향 시기라면 그들이 그들의 인생경험을 지인들과 나누고 보통의 국민들과 대화하며 이 사회를 위해 그들의 유익한 삶을 같이 보낸다면 인생의 소프트 랜딩이 성공적일 것이며 위에 언급한 사례의 낙향선택은 이 시대 지친 삶을 사는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파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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