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9/11)

첼리스트 주연선 (사진=프레스토아트)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첼리스트 주연선, 이제 곧 여덟 밤이 지나면 그녀의 가을 향이 물씬 묻어나는 첼로의 굵은 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굵고 남성적인 연주가 매력적이다”라는 호평으로 그녀의 첼리즘을 눈여겨봤다. 그렇다면 주연선에게 이러한 첼리즘을 전수해준 스승은 누굴까?

그동안 첼리스트 주연선은 네 분의 스승을 사사했다. 정명화, 양성원 그리고 올랜도 콜과 린 하렐이다. 이 네 분의 스승들은 모두가 주연선 만들기에 자신의 음악 세계를 열어 보이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의 제자에게 첼리즘을 열어 가르쳐 보였다.

정명화 & 양성원 & 올랜도 콜 & 린 하렐

주연선은 중학생 시절 한예종 예비학교 때부터 정명화, 양성원 선생을 만났다. 정명화 선생으로부터는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훈련을 받았다. 내성적이었던 그녀가 무대에서 과감히 자신의 소리를 풀어나가는 용기과 자신감은 이때 정명화 선생으로부터의 영향이 크다. 정명화 선생이 숲을 가르쳤다면 양성원 선생은 디테일한 부분 즉 나무의 결과 잎사귀의 흐름을 따라가듯 음악에 있어서 음정을 비롯하여 소리 하나하나 그리고 아티큘레이션의 세심하고 정확한 연주에 대한 가르침을 강조했다.

주연선의 스승들... 정명화, 린하렐, 양성원 (사진=프로스토아트)

이후 주연선은 미국 유학 중에 올랜도 콜이라는 선생을 만났다. “그분은 정말 할아버지처럼 자상하시고 칭찬 많이 해주셨던 분이세요”라며 주연선은 콜 선생을 추억하며 당시 그분의 자상한 칭찬이 유학중에 있던 자신에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라이스 대학 석사 과정 중에 3년간 음악의 기본을 가르치며 <듣는 귀>에 대한 훈련을 강조한 지금의 린 하렐 선생을 만났다. 그는 “탁월한 스킬이 아트가 된다”라는 말을 비로소 실감하게 하는 첼리스트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다. 그래서 손 또한 거대하다. 그 손으로 첼로의 현을 누르고 비브라토를 걸면 울려 퍼지는 파동이 부채의 바람 같다고들 한다. 손이 크다고 테크닉이 둔한 건 아니다. 워낙에 정교한 손놀림과 정확한 테크닉은 경이적이어서, 특히 그의 고음역에서의 안정도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특히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 ‘귀’에 대한 강조로 무엇보다 소리에 관한 연구가 특별했다. “첼로를 가지고 사람 목소리처럼 자연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평소의 고민이 결국 지금의 “주연선”을 만들었다.

첼리스트 주연선, 2017 서울시향(지휘 성시연)정기연주회, ‘말러의 천상의 삶’에서 ‘에르네스트 블로흐’의 <셀로모>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서울시향)

첼로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주연선

네 명의 스승을 통해 첼리즘의 좋은 영향을 이어받은 주연선, 아직도 주연선의 수많은 연주 중에 감동적으로 기억에 남는 연주가 있다. 작년 2017 서울시향(지휘 성시연)정기연주회, ‘말러의 천상의 삶’에서 ‘에르네스트 블로흐’의 <셀로모>를 연주한 공연이다. 당시의 현장을 담은 기사 중 일부이다.

“첼로는 마치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는 악기처럼 주연선은 첼로가 되고 첼로는 주연선이 되었다. 그녀와 함께한 첼로는 셀로모 즉 솔로몬의 삶과 인생의 고뇌를 이야기하듯 그 멜로디의 흐름은 구슬프고 애절했다”

“음악은 블로흐의 예술가적 고통과 고뇌 그리고 천상에 대한 갈망을 첼로를 통해 이야기했다. 또한 솔로몬을 대신하여 그의 심경을 토로하는 대변자로서 울부짖는 듯, 비르투오적인 첼로의 깊은 탄식의 소리는 오케스트라 현악기를 통한 비브라토의 파장과 함께 악기들의 역동적인 소리들은 때로는 광풍이 되고 잔잔한 바람이 되어 콘서트홀에 울려 퍼졌다”

당시의 느낌 그대로 현장의 감동이 다시 피어오른다. 첼리스트 주연선 그녀가 이런 연주를 하기까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본인의 뛰어난 재능도 있지만, 원석을 발견하고 잘 다듬어 보석으로 만든 이들이 있기에 비로소 가능했다.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굵고 남성적인 연주가 매력적인 첼리스트 주연선, 첼로를 가지고 사람 목소리처럼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주연선, 이제 그녀가 정명화, 양성원, 올랜도 콜 그리고 린 하렐을 통과하여 내면의 소리를 거침없이 펼친다. 정확하고 세심한 음악의 디테일은 이제 비로소 주연선으로 인해 새롭게 탄생한다. 소리는 음악의 귀를 통과하여 심장과 손끝에서 흐르는 웨이브를 따라 첼리즘의 비르투오소를 발한다. 그녀의 훌륭한 스승들이 있기에 지금의 주연선이 있다.

첼리스트 주연선은 9월 11일(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슈만과 브리튼 그리고 그리그의 음악을 가지고 리사이틀을 펼친다. 가을의 저녁에 듣는 그녀의 비르투오적인 첼리즘은 어떨까? 빨리 여덟 밤이 지나고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프레스토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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