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9/11)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진=청림출판, “우리가 몰랐던 다비드상의 진짜 모습” 중에서)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세기의 아티스트 미켈란젤로, 그에게는 불후의 명작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티칸 성 시스틴 성당의 천정벽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바로 이것이다. 본래 그의 전공은 회화가 아닌 조각이다. 그런 조각가에게 회화?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천정화라는 것은 마치 영화처럼 무언가 미켈란젤로를 향한 음침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 같다.

사실인즉 그는 진짜로 모함에 의해 그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를 모함한 도나토 브라만테는 당시 그도 유명한 화가였다. 그런 그가 미켈란젤로를 시기 질투하여 이 모든 음모를 꾸며 미켈란젤로를 추락시킬 목적으로 사건을 벌였다. 그 일을 제대로 완수해내지 못하면 소위 교황청(율리오 2세)으로부터 파면을 당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미켈란젤로 입장에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공도 아닌 회화로 불후의 명작을 남긴 사건은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대반전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에는 스토리가 있으며 영혼이 깃 들여 있어 사후 그의 작품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 있다. 또한 그의 역작들 중에는 특히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알려진 ‘다윗’을 테마로 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진=청림출판, “우리가 몰랐던 다비드상의 진짜 모습” 중에서)

생기만 불어넣으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이 대리석 덩어리는 마치 당장이라도 골리앗을 향해 달려갈 것 같다. 실제로 역사를 보면 다윗은 전장에 출정할 때 그의 주 무기인 물맷돌을 다섯 개 들고나갔다고 전해진다. 그 이유인즉 골리앗의 형제가 모두 다섯 명이었던 것. 그의 용맹스러움을 조각으로 재현해낸 <다비드 상>의 불꽃같은 눈빛과 힘찬 근육은 인체에 흐르는 크고 작은 근육들의 면면을 심도 있게 연구한 미켈란젤로의 섬세한 손길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미켈란젤로는 누군가 자신의 조각에 대한 질문에 "대리석 안에 천사가 갇혀 있었다. 나는 정과 망치로 그 천사를 풀어 주었다"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주연선 (사진=프레스토아트)

첼리스트 주연선, 소리에 소리를 조각하다

미켈란젤로가 정과 망치로 대리석을 조각했다면 주연선은 첼로와 활을 가지고 소리를 조각하는 ‘아티스트’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녀의 손으로 빚어진 군더더기 없는 명징한 울림은 비르투오소적인 비브라토를 타고 우리의 귀를 통해 심장을 향해 진격한다. 어린 시절 여러 악기들 중에서 유독 첼로가 좋았다고 하는 주연선은 “깊이 있으면서도 위협적이진 않은데 그 안에 담긴 웅장함. 정말 끝도 없이 파고 내려가는 그 심오함에 매료되었다”라고 말한다.

한국에서의 엘리트적인 음악 코스를 마치고 도미하여 그녀의 인생에서 좋은 스승(린 하렐 Linn Harrell)을 만났다. “첼로에만 한정되기보다 다양한 음악을 통해 시야를 넓힘으로써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린 하렐 교수의 가르침이 자신에게 오늘날 음악가로서의 삶에 있어서 귀한 자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그녀가 슈만과 브리튼 그리고 그리그의 작품을 들고 리사이틀을 펼친다. 정과 망치가 아닌 첼로와 활을 들고 소리의 명품을 향한 조각을 해나갈 것이다. <다비드 상>의 꿈틀거리며 생동감 넘치는 다윗이 골리앗을 향해 담대히 사자후를 발하는 것처럼 주연선은 소리의 군살들을 제거하며 정제되고 심도 깊은 비르투오소적인 영혼의 호흡을 펼쳐 갈 것이다.

첼리스트 주연선! 아직도 그녀 앞에 골리앗이 있는가?

첼리스트 주연선 리사이틀, 포스터,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사진=프레스토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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