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에 흥겹게 치러진 만델라 영결식

   
 
세차고 억센 비가 내린 10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다.

세계 지도자 100여 명과 남아공 국민 10만 여 명이 참석해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끝낸 만델라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데다 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혼잡이 발생해 영결식은 예정보다 한 식간 늦은 낮 12시쯤 시작됐다.

시작 전부터 스타디움은 “마디바, 마디바”(존경받는 어른, 만델라의 존칭)를 외치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부부젤라를 불며 수십 년 전 인종차별에 반대해 투쟁했던 시절의 노래들을 열창했고 영결식은 빗 속에서 아프리카식으로 흥겹게 치러졌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영결식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등이 참석했다.

추모사는 오바마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중국의 리위안차오 부주석 및 쿠바 라울카스트로 대통령 등이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디바’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 20세기 마지막 인물이었습니다. 만델라의 남아공은 우리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만델라를 우리와 함께하게 해준 남아공에 감사합니다”라고 추모사를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만델라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스스로 인류에게 모범을 보이고 교훈을 줬으며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헌신했습니다”라며 경의를 표했다.

이날 남아공은 인종과 이념, 종교를 뛰어넘는 화합의 장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문객으로 참석한 적대국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이웃한 두 나라는 반 세기 넘게 반목해왔으며 양국 정상이 악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핵 개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도 서방국가 정상들과 처음으로 만나 자리를 같이 했다.

영결식이 열린 FNB 스타디움은 만델라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이 경기장에 만델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었다.

고인의 장례식은 15일 고향인 쿠누에서 국장으로 거행되며 만델라의 시신은 11일부터 일반에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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