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정말 답이 있을까? 번역의 ‘정석’이 과연 가능할까?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며 번역계와 학계에 충격을 주었던 이가 있다. 그는 『이방인』을 새롭게 번역 발표하면서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인 이유가 단지 햇볕 때문이었다는 기존의 이해는 오역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뫼르소의 살해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었다.

그것을 두고 국내 불문학도들을 포함한 출판계는 자신의 번역서를 팔아먹기 위해 대가를 공격하는 ‘노이즈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거세게 공격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주장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마당이다(실제 구글에서 ‘Meursault, self-defense’라고만 쳐봐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뫼르소의 살인이 ‘정당방위’로 이해되고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그는 『어린 왕자』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를 모두 평소 주장하는 ‘원래 작가가 쓴 서술 구조를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번역 출간했다.

그럼에도 그가 번역서를 낼 때마다 번역계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 “실제 번역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이론”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실상 번역된 그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실제로 저자가 쓴 쉼표 하나까지 살려내려 애썼다.”라는 그의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의 번역서는 다른 어떤 번역서보다 ‘잘’ 읽히는데,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목적으로, 수많은 시간을 고뇌하며 ‘잘 읽힐’, ‘좋은 문장’을 써낸 것인데, 그것을 오히려 번역자가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해체시킨다면, 그게 과연 원래보다 잘 읽히는 좋은 문장일 근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작가가 원래 쓴 문장만큼 잘 읽히는 문장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있다면 그건 다른 창작물이지 번역이 아닌 것이다.”

반면 그동안 우리가 읽은 고전 소설은 어떠했을까? 일반적으로 고전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심한 의역으로 인해 작품 고유의 재미와 감동을 살려내지 못해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번에 『번역의 정석』이라는 책을 통해 여러 번역서들을 놓고 비교ㆍ분석하면서 한때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한 베스트셀러 번역서가 다른 번역서의 ‘번안’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명확히 밝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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