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 3.5% 전망…국내외 36개 기관 정부보다 비관적 예측

내년 한국 경제에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국내 연구기관과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경제예측기관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5%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비롯한 각종 악재들이 예상보다 안 좋게 작용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더 추락할 수 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36개 기관이 발표한 2014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5%로 나타났다. 이 중 29곳이 정부 예측치보다 낮게 잡았다. 3.9%와 같거나 더 높은 수치를 제시한 기관은 7곳에 불과하다. 가장 낮은 곳은 ING와 독일 데카방크로 2.6%를 예상했다. UBS(3.0%), HSBC, 크레딧스위스(각 3.2%) 등은 3%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웰스파고, 피치(각 3.4%), DBS, 아시아개발은행, 국회예산정책처(각 3.5%)의 전망치도 3% 중반을 못 넘겼다.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등 7개 기관은 3.9∼4.0%를 내놨다. 정부 예측치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2.6%)보다 1.3%포인트 높고, 가장 긍정적인 전망(4.0%)보다 0.1%포인트 낮다.
이들 기관은 한국의 대내외 요인 변수를 고려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대외적으로 내년에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기 회복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약세 등으로 그나마 수출은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과 주요국 금리 인상, 유로존 경기 불안 등 위험 요인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대형 변수들이다.
대내 여건은 상대적으로 더 좋지 않다. 투자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건설투자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부담도 가중되고 부동산 경기에도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기존 4.0%였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 아래로 추락하면 세수 확보나 일자리 확충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정부는 향후 5년간 238만개(연간 47만 6,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 성장률을 3.5%로 잡은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2017년 취업자 수가 연평균 1.4% 증가해 매년 36만 1,000개가량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목표와 11만 5,000개나 차이가 난다. 세수 결손도 우려된다. 지난해 정부가 예산 편성 당시 4.5% 성장률을 전망했다가 연간 실질성장률이 2.0%로 하락하면서 무려 9조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내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재정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 확대로 여의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여러 기관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인 벽이 구체화하면서 내려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생겼기 때문인데, 정부의 예측치를 달성하려면 우리 경제가 상당히 선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목표이다.
정부의 성장률 오류와 적자 예산은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 스스로 중기 재정계획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실토할 정도다. 적자 재정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더 절실해졌다. 정부가 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집행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추경예산으로 메우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악순환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국민은 정부가 앞장서 재정을 풀고 경제를 살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국민들이 뛰어야 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수도 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기업들이 뛸 여건을 만들지 않고 경제가 좋아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안 된다. 재정 확대가 아니라 투자 확대에 길이 있다. 그 길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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