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NSA의 글로벌 정보수집 ‘일파만파’ … ‘사이버 냉전’ 촉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을 주요 정보 수집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우방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해온 것으로 다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시리아 화학무기 등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반 총장의 예상 발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도·감청 등을 감행했던 것으로 최근 들어나자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이 2007년에 한국의 외교·군사 정책과 정보기관, 전략기술 등을 핵심적인 정보 수집 대상으로 지정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한국은 적성국·우방국을 포함해 모두 33개 핵심 정보 수집 대상국에 속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가 최근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 일부를 인터넷에 공개해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문서는 국가안보국이 적성국이나 테러단체 감시뿐만 아니라 외교·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핵심 동맹국들을 광범위하게 감시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구체적인 감시 대상국의 명단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에 대한 미국 NSA 도청
‘미국 시긴트(SIGINT) 전략 임무 리스트-2007년 1월’이라는 제목으로 돼 있는 이 문서는 작성일로부터 12~18개월간의 임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해당한다. 시긴트는 ‘신호정보’(Signal Intelligence)의 약어로 첨단 전자장비를 활용한 정보 수집 활동을 뜻한다.
이 문서는 테러·외교정책 등 16개 임무를 규정하고, 각각의 임무를 미국의 이익에 치명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Focus Areas)’과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이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정된 위험(Accepted Risks)’ 두 가지로 분류했다. 특히 초점 지역은 반드시 임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하고 있어, 요원들이 정보를 수집하려고 도청·해킹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리라 추정된다. <뉴욕 타임스>는 “국가안보국이 영국·오스트레일리아·일본·한국에 주요 국외 기지를 두고 활동해 왔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이들 16개 임무 중 외교정책과 정보기관 활동, 미군 주둔지역, 전략기술 등 4개 부문에서 초점 지역으로 꼽혔다. 국가안보국은 대상국 외교정책의 목표·태도·프로그램·조처에 관한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러시아·프랑스·독일·일본·이란·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북한·아프가니스탄·이라크·베네수엘라·시리아·터키·멕시코·인도·파키스탄 등 17개국 및 유엔과 함께 초점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문서가 작성될 당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북핵 6자회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라크전 파병 연장 등 미국과 관련된 민감한 외교 현안이 많았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이 나돌던 때다.
정보기관 활동에선 중국·러시아·쿠바·이스라엘·이란·파키스탄·북한·프랑스·베네수엘라 등 9개국과 함께 한국이 초점 지역으로 지목됐다. 미국 우방국 중에선 한국과 이스라엘·프랑스 3곳뿐이다. 이 문서는 “미국 정부와 군사·과학기술·정보당국에 대한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활동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군사·과학기술에 대한 한국 정보당국의 첩보 활동에 미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 주둔지역 부문에선, 한반도 전면전 대비 작전계획(작계)인 ‘작계 5027’에 대한 한국의 군사계획·작전 지원이 초점 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작계 5027에 대한 ‘한국 지도자의 의도’는 ‘인정된 위험’으로 분류됐다. 참여정부 땐 북한의 급변사태 때 핵 등 대량파괴무기(WMD) 처리를 미국이 맡는 쪽으로 구체화하는 ‘작계 5029’를 작성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한국이 반대해 갈등이 있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 정부는 ‘작계 5029’ 작성을 비밀리에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떠오르는 전략기술’ 부문에서 한국은 러시아·중국·인도·일본·독일·프랑스·이스라엘·싱가포르·스웨덴과 함께 초점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문서는 전략기술을 “전략적인 군사·경제·정치적 이익을 제공하는 핵심 기술”로 정의하고, 정보기술과 컴퓨팅·스텔스·전자전·나노기술 등을 항목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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