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연산군이 명탐정이었다? 조선에 투캅스가 있었다?

▲ 조선의 명탐정들 ┃최혁곤, 정명섭 지음┃ 황금가지
세종대왕부터 정약용까지. 조선시대 실제 사건을 토대로 살펴보는 조선의 명탐정들
지금 우리 사회는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이기주의 팽배로 나날이 병들고 있다. 그러나 예의를 중시하고 덕망 높은 선비들이 많았던 조선시대 역시 넘쳐나는 사건·사고로 시국이 흉흉하고 바람 잘 날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놀라운 것은 최첨단 과학수사 장비가 없었던 그 옛날에도 명탐정은 늘 존재했다는 사실.

지난 10월 25일 도서출판 황금가지(민음사 출판그룹)는 실록과 역사서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강력 사건을 해결했던 실존인물들을 재조명한 「조선의 명탐정들」(저자 최혁곤&정명섭)을 출간하였다. 저자들은 학창 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또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쓰이면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정약용’을 비롯한 세종대왕, 종조, 연산군 등 조선시대 탐정으로서 맹활약을 펼친 역사적 인물을 한데 모아 총 13편의 단편적 이야기들로 구성하여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리고 역대 조선 탐정들이 풀어헤친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전모가 기록된 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해결과정을 그려 나간다.

그렇다면 과연, 그 때 그 시절에는 어떠한 접근 방식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나갔을까. 작품은 사건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진실을 파헤친 세종대왕, 희대의 폭군이었으나 천재적인 두뇌로 사건을 꿰뚫어본 연산군, 정조의 명에 따라 미해결 사건 91건을 조사했던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에 실제 벌어졌던 사건과 16인의 명탐정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본문 속의 당시 시대상과 역사적 전·후 이야기의 상세한 설명은 현대 추리서와 역사서를 동시에 읽는 소설적 즐거움을 증폭시킨다. 뿐만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한 기막힌 사건들에 작가들의 상상력을 더하여 놀라운 수사 기법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추리 소설은 문학적 특성 상 어려운 소재 선택 및 다소 복잡한 내용 구성으로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작가들은 짤막한 챕터 구성과 선조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작품 속 인물들과 가장 비슷한 외국 명탐정들의 캐릭터를 비교·분석한 부록을 통해 가독성을 높이며, 이야기 중간 중간 시작과 끝을 알리는 삽화로 집중도를 높인다. 이것이 바로 출간 이후 다양한 연령대에서 독자들의 이목이 쏠리며 인기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비결이다.

작가들과 함께 책을 편찬한 황금가지는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주)민음인의 픽션 브랜드로서 SF, 추리, 판타지, 호러 등 젊은 문학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며 국내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장르 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조선의 명탐정들」을 비롯해 최근에 내놓은 대표 작품으로는 「죽음의 한가운데」, 「퍼시픽 림」,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4~75」, 「‘워킹데드」, 「불의 여신 정이 1, 2」 등이 있다.

이번 겨울 따뜻한 방 안에서 상큼한 귤과 함께 황금가지의 구슬과 옥처럼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하며 황금 같은 겨울을 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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