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극 속에서 ‘죄’와 ‘속죄’의 진정한 의미를 묻다!

전직 드라마 작가로 각종 상을 거머쥐었던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みなとかなえ)의 2008년 데뷔작 「고백」은 섬세한 감성 표현과 충격적인 결말로 일본은 물론 국내 추리 소설계를 발칵 뒤집은 바 있다. 작품은 ‘2009년 제6회 서점 대상’을 수상하며 폭풍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그리고 작가는 수상 이후 첫 번째 작품으로 「속죄」(2009 作. 도서출판 북홀릭. 번역 김미령)를 내놓으며 독자들의 시선과 심장을 또 다시 집중시켰고, 출간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도 꾸준한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아니면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속죄를 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난 너희들에게 복수할 거야.”
소설 「속죄」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여학생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 속죄 ┃ 미나토 가나에 지음│ 번역 김미령 ┃ 북홀릭
살해당한 아이의 친구들이자 사건의 최초 목격자인 네 명의 소녀들은 사건 당시 범인의 얼굴을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그 말을 전혀 믿지 못하는 죽은 소녀의 엄마. 이후 이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긴박한 대치 상황과 비극적인 결말….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자 결국 죽은 소녀의 엄마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네 명의 소녀들을 향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아니면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속죄를 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난 너희들에게 복수할 거야.”라는 끔찍한 말을 전한다. 그녀의 말은 곧이어 저마다 깊은 사연을 지니고 있던 소녀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와 네 아이의 인생을 크게 일그러트리기 시작한다. 이렇듯 소설은 연쇄적인 비극 속에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속죄」는 네 명의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도 어릴 적 트라우마로 말미암아 극도의 절망과 비극으로 치달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각자의 인생을 독백을 통해 독자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전작 「고백」에서도 볼 수 있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독백 형식의 문체는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하는 매 상황마다 그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 상태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악의에 찬 단 한마디. 그리고 그것에서 빚어지는 연쇄적인 비극을 작가만의 섬세하고도 매력적인 필치로 작중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정교하게 표현하며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죄’와 ‘속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표를 남긴다.

오직 참혹한 결말만이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는 방법일까.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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