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을’인 우리들의 이야기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프리랜서, 계약직, 파견직 등 10여 년간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일했고, 현재도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할 일이 끝났어도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아파 죽을 것 같아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내가 쓴 기획서의 작성자 이름이 바뀌어도 반항하지 못하고, 퇴근 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고, 3년 내내 연봉이 동결됐다는 통보를 받으면서도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족도 건드리지 않는 나의 휴일은 ‘가족 같은’을 강조하는 회사가 워크숍, 체육대회, 산행, 봉사활동 등의 명목으로 침범한다. 회식 자리에서는 내 인생과 아무 관련도 없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 했다.

그렇다고 저자는 현실을 비관하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진 않는다. 정규직이 목적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해도 된다고, 기죽지 말라고 조언해줄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상사가 내일의 계약직으로 돌아오는 반전처럼 인생에도 반전이 기다리니 말이다.

책에는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약직의 이야기가 나온다.

입사하고 싶었던 대기업에 다니는 동창에게 질투를 느꼈으나 계약직인 것을 알고 민망함을 느꼈다는 지인, 계약 종료 3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다 잘되겠지’라며 나 몰라라 하는 상사와 동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아는 동생, 결혼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 모두 걱정했다는 계약직 커플은 내 가족, 친구처럼 친숙하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겪어봤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드라마틱한 모습도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온갖 불쾌한 갑질의 정수를 보여주던 과장은 함께 일했던 계약직 선배가 정규직으로 입사한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하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 영원한 정규직도, 영원한 비정규직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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