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합법지위 상실, 활동 위축 우려…교육현장 혼란 불가피

한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합법 노조’지위를 잃게 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합법화된 지 14년 만에 법외 노조가 된 전교조는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밝힘에 따라 정부와의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행 교원노조법에는 현직교원만 노조에 가입하게 돼 있다. 그러나 전교조규약에는 해직교사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노동부는 관련 규약개정을 요구했지만, 전교조는 이를 거부, 일반 기업 노조들도 있는 규약을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교원과 공무원 노조 가운데 전교조가 유일하다며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고용부가 전교조에 해당 규약 시정을 요구한 것은 2010년 3월. 같은 해 전교조는 고용부의 규약 시정 명령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이 명령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고용부가 규약 시정을 재차 요구했으나 전교조는 “조합 활동을 하면서 불이익을 감수한 동료를 버릴 수 없다”며 반발했고, 고용부가 결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 제9조 2항에 따라 이같이 통보했다.
이번 조치로 전교조가 입는 타격은 크다. 단체협약체결권을 잃을 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구제, 노동쟁의조정 신청권도 사라졌다. 물론 노동조합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또 노조 전임자 70여 명이 업무 현장에 복귀해야 하고 시·도 전교조 지부 사무실에 대한 지원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자칫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전교조의 반발은 거세다. 박근혜 정부가 더 이상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의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와 노동계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현 정부의 노·정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지도 논란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전교조 법률지원단은 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반드시 법률로 해야 한다는 헌법의 법률유보 원칙을 행정당국이 파기하는 위헌적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시행령을 근거로 한 데 대한 문제제기다. 국제적으로는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이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한국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전교조는 전했다.
현재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 76명의 학교 복귀 명령,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교조는 노조 전임자의 학교 복귀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대량 해고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교육부 방침에 대한 각 교육감들의 이행방식은 차이가 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강원, 광주, 전남, 전북 등 진보교육감들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도 교원단체로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24년 전 전교조는 ‘참교육’을 내걸고 출범했다. 당시 비록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권위주의 시대의 교육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그 후 10년 만에 합법적인 노조가 됐다.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학교현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동안 지나친 정치적, 이념적 투쟁으로 교육현장 등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한때 9만 명을 넘었던 조합원은 30% 이상 크게 줄었다. 현재 우리 교육계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전교조는 순수한 교육개혁에 한 몫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명분에만 치우쳐 초심을 잊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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