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수렁에 빠진 인도네시아의 비극
지진이 쓸고 간 인도네시아, 화산까지 들썩 ‘쓰나미급’ 공포… 조류독감까지 위험천만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만 13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지진해일) 참사에 이어 화산 폭발의 위험성, 지진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인도네시아는 끊임없는 재앙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서방 언론들은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인체간 전염 가능성’ 경고까지 묶어 대재앙 연속의 인도네시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진해일과 지진, 화산 폭발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의 자연재해는 어디서 멈출 것인가.



인도네시아 자바주 족자카르타시의 강진 피해 구호작업이 제대로 되기도 전인 지난 5월 30일, 동부 파푸아 지방에 규모 5.6의 강진이 발생해 구호 당국과 이재민들이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 사례가 더욱 늘면서 보건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주 째 연기와 용암을 분출하고 있는 인근 메라피 화산의 활동은 이번 지진 이후 3배로 강화된 것으로 관측되었다.

잇따른 지진에 ‘불의 고리’ 꿈틀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근에서 시작된 최악의 지진해일로 모두 22만 명이 숨졌다. 또 석 달 뒤에는 수마트라 서부 니아스 섬에서 규모 8.7의 강진이 일어나 1,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92년 12월에도 지진해일로 3,000명이 숨지는 등 인도네시아는 지난 10여 년간 끊임없이 재앙에 시달려 왔다.
이렇게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지각이 불안정한 환태평양 지진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환태평양 지진대란 동남아시아와 일본, 알래스카를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대다. 바로 지진과 화산 폭발이 빈번해 일명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화산대가 연일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7일 새벽 리히터 규모 6.3 지진이 일어나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의 족자카르타지 일대를 뒤흔든 데 이어 28일에는 남태평양 통가 섬과 파푸아뉴기니에서도 각각 리히터 규모 6.7,6.2의 지진이 일어났다. 1980년 5월에 폭발을 일으켜 57명을 사망하게 한 미국 워싱턴주 세인트헬렌스 화산도 리히터 규모 3.1의 지진이 일어난 후 화산재와 수증기를 공중에 뿜어냈다고 캐스케이드화산관측소가 5월 30일 밝혔다.
이어 5월 30일 정오께에는 강진을 겪은 인도네시아의 파푸아주 자야프라 지역에서 남쪽으로 147Km 떨어진 곳에서 리히터 규모 5.6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인도네시아 당국이 밝혔다.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연일 이어지는 지각 활동으로 지진이 강타 당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지역의 초미 관심사인 메라피 화산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화산재와 용암을 분출했던 메라피 화산은 5월 29일부터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화산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50차례였던 메라피 화산의 가스구름 분출 횟수가 지진 발생 후 150차례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환태평양 화산대는 환태평양 지진대와도 거의 일치하며 남미와 북미 해안, 일본과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등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역이다. 미국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세계 지진 전체의 90%가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일어난다.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특별히 화산과 지진이 잦은 것은 이 지역 경계부에 위치한 지각판들이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지질연구소는 “지난해 이 지역에서 7.0 이상의 강진은 총 11회 발생했으며 이는 1900년 이후 매년 평균 강진 발생 수치인 19.4회보다는 적다”며 “올해 지진이 예년에 비해 예외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구호물품 부족에 전달마저 힘들어
지난 5월 27일 발생한 족자카르타시의 지진 피해 규모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흘이 지난 30일 4,900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부상자는 2만 명, 이재민은 무려 20여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최종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시가 폐허가 된 피해규모와 달리 57초라는 짧은 시간에 족자카르타시 전역을 초토화시킨 지진은 리히터 규모 6.3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28일 인도네시아 니아스 섬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8.7로 더 큰 강도를 보였지만 당시 900명의 사망자만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6.4로 비슷한 강도를 보인 2004년 이란의 지진 당시에는 사망자가 1,000명을 넘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이번 지진피해는 엄청난 수치이다.
폐허가 된 족자카르타시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를 강타한 6.2 규모의 지진으로 사망자가 4,9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족자카르타시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앞서 지진이 강타한 족자카르타시에서는 국제사회 등 관련 단체가 구호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구호품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배급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형국이다. 전 세계 22개국이 지원을 약속하고 구호품을 실은 화물기와 구호물자가 속속 답지하고 있지만, 즉각 피해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족자카르타시 공항의 활주로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가뜩이나 산악지대여서 열악한 현지 도로 사정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장을 둘러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구호품 배급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 “배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난이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켜
이처럼 피해규모가 극대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지진연구소 김소구 박사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시 지진 피해 확산에 대해 “지진이 내륙섬 안에서 일어났고 족자카르타시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기에 피해가 큰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빈약해진 가옥, 내진설계가 거의 없는 구조, 지진이 새벽에 일어난 것 등이 피해를 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진피해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시는 수도 자카르타시에서 남동쪽 방향으로440km떨어진 곳으로 인도네시아 1만 3,000여개의 섬 가운데 인구가 가장 밀집된 자바섬에 위치해 있다. 일명 ‘족자’라 불리는 이곳은 유적이 많은 대도시이며 150여만 명이 사는 인구밀도가 조밀한 지역이다. 이곳의 가옥들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고 낡은 상태로 방치돼 있어 지진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진의 진앙지인 반툴은 80%가량의 집이 무너져 마을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족자카르타시 지진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지각충돌이 빚어낸 지진으로 분석된다. 미국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지구촌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이상의 강진은 500회에 이르는데 이중 15%가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일어났다.
2004년 말 발생했던 쓰나미 재앙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같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호주판이 자바섬의 경계를 따라 순다판과 잦은 충돌현상을 빚어낸 결과 피해가 커진 것이다. 김 박사는 “이번 지진은 호주판과 순다판이 충돌한 결과이다. 호주판은 매년 6km씩 순다판 밑으로 침하하는데 이로 인해 서로 강한 충돌이 일어나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AI 공포까지 덮쳐
지진해일(쓰나미)과 지진, 화산 폭발 등 잇따른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도 커져가고 있다. 주변 다른 나라에 견주어 봐도 감염건수나 사망자수의 급증이 두드러진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 결과, 지난 5월 28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사망자는 전세계에서 124명, 감염자는 218명이며 이중 인도네시아에서만 45명이 감염돼 35명이 숨졌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의 한 마을에서 일가족 5명과 친척 2명을 비롯한 7명이 조류인플루엔자(AI) 변종 바이러스인 H5N1에 감염돼 숨진 것과 관련, 조류인플루엔자(AI)의 인간 대 인간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학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인간사이에 전염될 경우 그 피해는 가공할 수준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와 관련, 지난 5월 27일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인체간 전염 가능성에 대비해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 재고량을 준비해 두도록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에서 근무 중인 세계보건기구의 전염병학자인 스티브 비요즈는 “인도네시아 보건부 관계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를 퇴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실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 관계자도 “몇몇 지역이 조류인플루엔자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일종의 풍토병이라고 여기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조류인플루엔자(AI) 책임자는 지난 5월 31일 로마에서 이틀간 열린 조류인플루엔자(AI) 국제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과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수가 실제보다 적게 보고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농민들에게 가축 폐사 시 적절한 보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메라피 화산 폭발은 제2의 재앙
각종 언론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사망자 수와 함께 제2의 재앙도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자바 지역 주민들도 이번 지진으로 인한 화산 폭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수주 동안 뜨거운 재와 파편이 섞인 연기를 내뿜던 메라피 화산이 이번 강진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잇따라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지진 진앙지에서 메라피 화산은 북쪽으로 불과 3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현재 자바섬 근처에는 지난 5월 15일경부터 메라피 화산이 들끓고 있어 폭발임박설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라피 화산 활동이 지진 이후 3배가량 활발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만년 동안 규모가 가장 컸다고 알려진 1815년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 폭발에서는 거의 십만 명의 생명이 희생됐고, 1980년 미국 워싱턴주의 세인트 헬렌 화산 폭발의 100배가 넘는 화산재가 분출된 적이 있다.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섬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산이 폭발할 경우 인도네시아 자바섬 전역은 암흑의 도시로 변모되고 말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다.
이 때문에 1883년 핵폭발 같은 위력으로 인도네시아 해안을 날려버린 크라카토아 화산과 같은 대폭발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높다. 높이가 2,914m에 달하는 메라피 화산은 1930년에도 폭발해 1,370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는 1만 1,000개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 메라피 화산 말고도 100개가 넘는 활화산이 있다. 그 동안 화산과 지진 발생 사례를 보면 두 자연현상과 밀접한 연관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2004년 쓰나미(지진해일) 당시 인도네시아 아체지역 주민 수만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터여서 이번 강진으로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메라피 화산 폭발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 6월 12일, 대규모 폭발 직전까지 진행됐던 인도네시아 메라피 화산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화산학자인 안토니우스 라트도모푸르보는 “용암 원정구가 일부 붕괴되면서 압력이 낮아져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원정구의 완전한 붕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위험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머라피산 주변에 사는 25만 주민들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지진에 화산폭발에 조류독감(AI)까지, 인도네시아는 지금 사상 최대의 재앙에 직면해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이 애지중지하는 18개 신전이 보관돼 있는 회교 사원 프람바난도 일부가 붕괴돼 사람들은 마음의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지만 완전 초토화된 시가지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진 희생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그러나 더 이상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서 구해낼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인들은 화산폭발만이라도 터지지 않기만을 노심초사 고대하고 있을 뿐이지만 메라피산의 화염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여러분의 작은 마음이 큰 힘이 됩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사회공익활동 사이트 ‘사이좋은 세상’은 지난 5월 29일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자 돕기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어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등 7개 구호 단체도 자원봉사나 후원금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이곳에 올렸다.
하루 만에 2,300여 명이 지진 피해자 후원에 참가했다. “힘을 내라”는 내용의 격려 댓글도 1,200건 이상 올라왔다. 9명은 자비로 항공 요금까지 부담하며 1주일간 인도네시아 현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이용한 사회공헌 커뮤니티로 누구나 원하는 사회봉사 단체와 일촌을 맺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기부할 수 있다. 올해 5월까지 25만 명이 ‘도토리’를 기부했으며 자원봉사 신청은 약 2만 2,000여건이나 된다.
한편 NHN은 지난 5월 10일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운영하는 기부 포털 사이트 ‘해피빈’을 통해 ‘콩 200만개 퍼뜨리기 이벤트’를 열었다. 누리꾼들이 간단한 퀴즈를 풀고 사이버 기부금 ‘콩’(콩 1개는 100원에 상당)을 받아서 원하는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행사다.
뜨거운 반응으로 온라인 기부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한 달 일정의 행사는 닷새 만에 끝났다. 준비한 2억 원 상당의 ‘콩’ 200만 개가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추가 행사를 열어 달라’는 등의 댓글 6만여 개가 달려 지난 5월 30일 2차 행사도 열었지만 이도 마찬가지로 나흘 만에 막을 내렸다.
디지털 세상에 ‘나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기업과 누리꾼이 함께 만드는 나눔의 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 한국의 앞선 인터넷 문화는 척박한 기부문화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는 기업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현금이나 현물 기부, 임직원 자원 봉사로 채울 수 없는 ‘2%’를 인터넷을 통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사회복지단체와 기부자를 연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며 오프라인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