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인 난국, 연말까지 여야 대치정국 이어질 가능성도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이 됐음에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은 여전히 정국의 ‘뇌관’이다. 팽팽한 ‘국정원 대치전선’이 정치적으로 시원하게 풀릴 기미도 없어 여야 간의 ‘정쟁의 늪’의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지난 대선 당시 불법적인 댓글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석 이후 다소 느슨해진 듯하던 ‘국정원 정국’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방부는 서둘러 개인 요원 성향에 따른 활동에 불과하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계정 글을 퍼나르고 일과시간에 불법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과의 조직적인 연계 속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여기에 국가보훈처도 안보강연을 통해 야당 후보를 공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공공연히 펼친 것도 드러났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정치개입이 국정원을 넘어 군(軍)과 정부부처에까지 만연해 있었던 것이 아니냔 판단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체제의 불법을 넘어 ‘이명박 정권 차원의 불법’으로 간주될 중대한 사안이다.
또 윤석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검찰 전 특별수사팀장의 직무배제 사건도 불거졌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5만 5,000여건의 정치성 글을 트위터에다 조직적으로 퍼나른 혐의를 잡아내고 이를 추가해 공소장에 넣으려다 검찰수뇌부와 남재준 국정원장에 의해 이른바 ‘찍어내기’ 대상이 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이렇듯 상황이 확전양상을 보이자 국가정보원에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도 대선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열린 첫 주말 촛불시위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민은 촛불행동, 국회는 입법투쟁, 국정원 전면개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여론 조작과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트위터 여론을 조작한 국정원 요원들이 긴급체포됐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강연을 통해서 선거에 개입했다. 국가 기관의 불법적 대선 개입이 어디까지 개입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수사팀장의 교체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을 도입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물론 부당한 수사 개입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김모씨(42)는 “최근에는 촛불시위에 잘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군대까지 나서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다시 나왔다.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울광장을 찾은 송모(46) 교사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반드시 책임자는 처벌받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가정보원과 군의 대선 개입 논란이 정국의 뇌관으로 다시 부상하면서 정국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가열되면서 국감 이후 정기국회의 본령인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이 시점에서 뒤로 밀리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계산속에 가용 화력을 총동원한 전면전을 벌이고 있어 연말까지 대치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지고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특검 등을 통해 전면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향후 원활한 국정운영을 담보 할 수는 지름길임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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