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요즘처럼 덥긴 처음이다. 기온이 40℃를 웃돌고 폭염으로 타들어 간다는 건 다른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물론 매년 여름은 더웠다. 하지만 낮 기온이 40℃를 웃돌 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38℃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발생한 온열환자가 1000여 명에 달하고, 이 중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어디 이 뿐만 이랴. 아파트 창가에 둔 라텍스 소재의 베개가 자연발화 하는가 하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달걀이 어미닭의 도움 없이 자연 부화했다. 온도가 37도 가량 일정하게 유지되면 달걀이 부화하는 사실에 기인해 보면 가히 올 여름 더위는 찜통이란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런 찜통더위가 바다도 덮쳤다. 더위를 피해 바다로 간다는 건 어불성설이 되었다. 역대 급 폭염으로 해수면 기온이 평년보다 3.5도 이상 달아오르자 다른 나라 소식에서만 듣던 맹독성 해파리의 잦은 출몰과 식인상어인 백상아리가 출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가와 어민들은 울상이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 더위에 가축들과 양식장 어패류가 폭염에 폐사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양식하던 돌돔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물고기 폐사가 잇따르고 있고 폐사한 가축이 이미 2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비교적 서늘하다는 고랭지의 배추와 무들은 말라 죽었다.

전력수요 또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전력수급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로 전국 곳곳에 정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111년 만의 더위라고 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더위와의 전쟁이다. 급기야 정부는 긴급폭염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폭염을 대비해야 함은 틀림없다.

더위 하나로 사람이 죽고, 가축은 폐사하고 농작물은 타들어 가고, 일각에서는 더위로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니 그냥 한 계절이겠거니 하고 지나칠만한 일은 아닌 듯싶다.

매년 유례없는 폭염이란 뉴스가 여름만 되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엔 또 어느 정도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지 심히 걱정스럽다.

물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다. 스스로 자전하는 지구의 움직임은 멈춤이 없다. 시간은 변함없이 흐르고, 만물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오고간다. 더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런 더위조차도 인간의 지혜로 조금은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올 여름 조금 더 슬기롭게 극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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