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처벌강화 vs 처벌보단 교화가 우선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주범인 김모양(오른쪽)과 공범 박모 양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_뉴시스]

(시사매거진244호=김민건 기자) 지난 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초등생 살인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인천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사건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아를 유괴해 살해까지 저지른 범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로 알려져 더더욱 충격을 안겨줬다.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고교 자퇴생 A(당시 17)양은 범행당시 꿈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에는 이른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해 또 다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연이어 벌어지는 청소년의 강력 범죄로 인해 처벌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청와대 게시판에는 소년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답변 기준수가 20만 명을 최초로 돌파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청소년들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육체적, 정신적 발달은 조숙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청소년의 사건사고 또한 수직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문제는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이 덜 된 아이들이니까..”라고 말하기에는 점점 심각할 정도로 도가 지나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수 차례 청소년 폭행에 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작년 9월, 부산 사상구 한 공장 앞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부산 모 여중생 3학년 세 명이 다른 학교 여중생 2학년 B(14)양을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선배에 대한 태도가 불량하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세 여중생은 공장 주변에 있던 철골 자재, 소주병, 의자 등으로 B양을 폭행하며, 이 과정에서 가해자 A양이 피해자 B양에게 또래들이 보는 앞에서 남학생과 성관계를 하면 풀어주겠다고 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걸로 알려졌다. 이후 가해자 4명 중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판결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잔혹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소년보호처분을 통해 일깨우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하고 있기에 소년부로 송치한다”는 솜방망이 처벌로 판결이 마무리가 되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바 있다.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학생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사건과 관련, 가해 학생 2명이 2개월 전에도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는 모습이다. (사진=CCTV 캡처)

또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강원도 강릉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해 7월, 여고생 A양 등 5명이 여고생 B양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평소 어울려 지내던 사이였으나, 쌓인 감정 등으로 인해 폭행을 하였다고 주장했다. B양의 가족은 "5명이서 7시간동안 동생을 구타했다. 몸에 침을 뱉고 욕설을 난무하며 폭행을 하였고, 지갑의 돈을 빼 갔다. 또한, 폭행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신고하면 언니를 해코지 하겠다며 협박했고, 옷을 벗기려 하며 성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후 B양의 부모는 경찰에 A양 등을 고소했지만 이 사건 역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으로 인한 소년원 송치로 끝이 났다. 심지어는 검찰의 구형도 부산 여중생 사건과 비교했을 때 구형수위가 낮았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소년원 송치로 그치게 됐다. 이로 인해 많은 대중들로부터 질타를 받게 되고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수면위로 올라오며 소년법 폐지와 개정에 대한 여론이 대두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되면서 대한민국은 지금 소년법의 폐지와 개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소년법의 사전적 정의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우리나라는 19세 미만의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로 처벌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점으로 소년법을 악용하는 것에 많은 문제가 생겨 현재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또 다시 소년법 찬반 논란의 과열을 부추긴 이른바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사건’은 많은 국민들이 소년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올해 6월 말, 가해자 B양(14)을 비롯한 중고교생 10명이 피해자 A양(17)을 노래방과 관악산에서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1차로 노래방에서 폭행을 가했고, 이후 피해자의 상처나 표정을 숨기려 마스크를 씌운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관악산으로 A양을 끌고 가 추가로 합류한 학생들과 함께 2차로 집단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악산 폭행 피해를 입은 여고생 A양의 언니는 사건 이후 한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미성년자이다 보니까 처벌이 가볍다는 걸 애들도 안다. 소년원 갔다 오고 이런 게 약간 훈장 같은 느낌인가 보다. 그런 걸 좀 자랑하듯 말한다”며 “어찌 됐든 잘못한 거는 처벌을 제대로 받아야 되는 건데, 그게 미성년자라고 해서 처벌이 제대로 안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틀에 걸쳐 노래방·관악산에서 집단 폭행당한 피해자의 상처 [출처=피해학생 지인 페이스북 캡쳐]

한편 지난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시작된 소년법 폐지관련 국민청원은 약 일주일 만에 26만 명을 돌파했었으며, 당시 문재인대통령은 이에대해 “몇몇 이상 추천이 있으면 답변을 할지 기준을 빨리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청원은 청와대나 각 부처가 성의있게 답변하는 게 필요하다. 청원사항 중 청와대나 부처가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도 있을 텐데, 그런 것은 직권으로 처리하고 ‘어떻게 처리했다’고 알려주면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국내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소년법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개정-처벌 강화’ 응답이 64.8%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25.2%를 차지하는 등 국민 10명 중 9명은 10대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규정인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자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소년법 개정이 현실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이다. 2017년 21건 법안 발의를 비롯해 2016년 1건, 올해 정부 발의 포함 2건 등 총 23건 모두 소관위에 계류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발의된 건은 논외로 하더라도 작년 발의된 21건 중 어느 것 하나도 통과된 것이 없는 점은 결코 해당사안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게다가 찬반 양상이 팽팽한 점도 법안 통과에 탄력이 붙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18.07.23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최다추천청원 게시글 및 청원 TOP5 목록 [출처=청와대홈페이지 캡쳐]

소년법 개정 <찬성 VS 반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년법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양쪽의 입장을 한 번 살펴보았다.

<찬성 입장>

찬성 측에서 가장 크게 내세우고 있는 근거는 재범률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 중 4범 이상의 재범률이 2006년 6.1%에서 2015년 15.2%로 눈에 띄게 증가를 했다고 전한다. 관악산 폭행사건과 같이 이제는 청소년들이 소년법을 알고 나이를 면죄부로 여기고 있으며, 이미 충분히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정해놓은 나이를 기준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잔인한 범죄에는 굳이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상상이상의 잔인성과 극악성을 띄는 심각한 범죄 가해자에게 소년이라는 이유로 지금과 같은 형벌을 내린다면 어느 누구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소년범의 처벌을 점차 강화해나가는 추세로, 소년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소년범죄의 처벌을 도외시 하면 안된다. 범죄의 억제력 측면에서도 나이를 불문하고 범죄에 대한 응당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따라서 강력 소년범 증가추세에 대응해 현행 사법처우 재인식과 새로운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형벌의 가중이 범죄의 억제력에 주는 효과가 미비하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그것을 빌미로 악용하는 사례가 잇달아서는 안된다. 범죄의 중함에 비례하는 형벌이 반드시 필요하며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대 입장>

반대 입장 안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우선 법률 개정에는 동의하나 폐지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이 많다. 또한 현재 대두되고 있는 몇 건의 흉악 범죄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미숙한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소년법 적용연령 하향 조정은 처벌의 측면에서만 논의 될 수 없고, 결국 몇 세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권리능력을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라는 입장이다. 해당 논의는 민법상 미성년자나 선거권 등의 연령에 따라 권리능력을 제한하는 모든 규정이 포괄되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소년법 뿐 아니라 다른 처벌에 대해서도 처벌강화에 대한 대립된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보였던 근거 중 하나는 무조건적인 처벌강화가 범죄 예방의 효과로 이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부족하며,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낙인효과 방지와 교화 가능성에 취지를 둔 소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도 반대입장의 의견이다.

따라서 찬성측의 입장에서 말하는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면 효과가 미지수인 처벌 강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범죄 재발을 방지할 대책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소년법

미국 – 미국은 전 세계에서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가장 강한 나라다. 미국은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약 20개의 주에서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청소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2,200여명이 18살이 되기 전의 범죄로 인해 이 같은 선고를 받았는데 이 중 350여명은 15살 이전의 범죄로 선고를 받게 되었다. 미국의 42개주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미성년 범죄자들에게 허용하며, 이 중 10개 주는 최소연령을 규정하지 않고 있고, 13개 주는 선고연령을 최저 10세에서 13세로 규정하였다.

반면에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의 경우에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소년원에 있는 소년범의 수가 372명으로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한다. 이는 2012년 소년원의 소년범수 대비 48%나 감소한 수치이다. 또한 보호관찰을 받는 소년범의 수도 지난해(2017년) 기준 2090여명으로 2012년과 대비했을 때 약 39.5%나 줄었고, 같은 기간 입건률도 53%나 감소했다고 알려진다. 이같은 변화는 지역 기반의 다양한 교화 및 갱생 프로그램의 효과로 보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말한다. 샌디에이고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의 일부 지역에선 소년범을 무조건 교도소나 보호관찰소로 보내기 보다는 교화와 갱생을 돕는 지역사회의 프로그램의 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매년 소년범을 위해 지역 기반 프로그램으로 지출하는 예산만 약 1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일본 - 일본은 2000년에 형사처벌 가능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춘 사례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기존에 20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에서 보호 갱생 조치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12~13세의 아동이 저지르는 범죄의 경우에는 형사상의 책염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보단 소년원 송치가 이뤄지지만 14세부터는 강력범죄의 경우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일본 역시 소년범죄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지난 2000년 형사 책임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추고 16세 이상의 청소년이 살인을 저지른 경우에는 형사재판에 넘긴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지난 2007년에는 소년원 송치 대상연령을 11~12세 까지 확대했다. 또 2014년 5월 9일 소년법을 개정해 무기형 대신 선고하는 유기형의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올리고, 부정기형의 상한을 장기 10년, 단기 5년에서 각각 장기 15년, 단기 10년으로 올린 바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사형 선고가 내려져야 할 범죄일 시, 무기징역을. 무기징역이 내려져야 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10년 이상 20년 이하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18~19세의 청소년의 경우에는 소년법의 적용을 받되, 형량은 성인과 동일하게 감형없이 정해진다.

영국 - 영국의 경우는 처벌보다는 소년범죄의 재발방지에 중점을 둔다. 소년범죄에 대한 대응을 단순한 감형에 제한하지 않고 훈련처분, 커뮤니티처분, 계획실천처분, 위탁처분 등을 두어 소년 교화에 다방면으로 접근한다. 10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두고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를 소년법 대상에 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는 형사미성년으로 추정하되 반증을 통해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다. 4년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소년은 2년의 복무 후, 소년원을 나와 감독관은 감시아래 있게 된다.

법은 다수의 국민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법을 준수함으로써 국민의 안녕과 치안이 우선시 되는 것이다. 가해자는 그에 맞는 응당 처벌이 필요할 것이고 피해자는 구제해야하는 대상이 된다. 서로를 관용하고 죄를 뉘우치고 다른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고 행할 줄 알면 그것은 진정한 교화가 되겠지만 반대로 죄책감 없이 정당화 하는데 있어서 법을 이용하고 악용을 한다면 그것은 죄질이 더 나쁘다고 하겠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저울대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한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소년법 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의 양상이 어떤 기준으로 변할지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피해자의 억울함이 대변될 수 있는, 그리고 가해자의 교화가 이뤄질 수 있는 현명한 판단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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