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공기업’, 변화와 자정 넘어 근본적인 개혁 시급

흔히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독점구조 속에서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억대의 연봉을 챙기기 때문일 것이다. 공기업의 모든 문제는 결국 지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부채, 국민기업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제 변화와 자정을 넘어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의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기업의 개혁은 항상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도대체 우리 공기업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현재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관장하는 공공기관은 295개가 있다. 이중에서 30개가 순수 공기업이고 준정부기관이 87개, 기타 공공기관이 178개 등 도합 295개가 있는데, 그 295개를 우리가 통칭해서 공공기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 공공기관 부채가 493조, 지방 공기업 부채가 72조 5000억 원, 순수 정부부채가 445조 등 총 1,000조가 넘는 1,011조에 이른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980조 원을 더 할 경우 자그마치 2,000조 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부채공화국’이나 다름 아니다.
총 27개 주요 공기업의 최근 5년간의 총부채증가율이 자산 증가율의 2배 이상이다. 즉 예를 들어서 석탄공사 같은 경우는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중이 2배가 넘는다. 만약에 공기업이 아니고 민간 기업이었다면 벌써 도산을 했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정부가 보증을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 그런 한계기업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빨리 불어나는 상황 속에서 경기는 악화되고 투자 손실은 커져 수익성이 계속 악화된다면 향후 공공기관의 부실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재정 악화는 결국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시킬 수도 있다.
지방공기업의 경우를 더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현재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69조 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부채가 해마다 크게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구멍이 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지방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지방 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공기관이 되자는 것이 핵심 요지다. 효율성·책임성·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공기업에 민간기업과 같이 상시적으로 긴장감을 심어줌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도록 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특히, 한번 입사하면 자리가 보장되는 ‘공기업=철밥통’ 등식을 깨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시적 모니터링 및 기능점검 기능을 적용해 상시개혁 시스템을 가동하고 모든 부채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공공기관 부채관리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실천을 위해 새정부 집권기간 동안 7만여 명을 신규채용하고, 기관장 등에 낙하산 등 부적격인사가 선임되지 않도록 인사시스템을 뜯어 고치는 등 자율경영도 보장키로 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공기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업의 주인은 사장도 아니고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아니다. 오로지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다. 때문에 도대체 국민들이 우리 공기업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바로 이 점만 생각해도 지금과 같은 방만 경영이라든지 각종 복리후생비를 부풀리는 등의 행태들을 얼마든지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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