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도입 30년…5G 세계 최초 상용화 앞두고 기업 간 경쟁 치열

5G는 4G LTE에 비해 데이터 용량은 약 1,000배 많고 속도는 200배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LTE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선명 영화를 1초 만에 전달할 수 있다.(사진출처_뉴시스)

(시사매거진244호=신혜영 기자) 휴대전화 서비스가 도입된 지 30년이 됐다. 우리나라에 처음 휴대전화 서비스가 도입된 건 지난 1988년으로 첫 해 784명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91년 10만 명, 99년 2000만 명, 그리고 올 4월 기준 6460만 627명에 달한다. 가입자 수만큼 휴대전화 관련 기술도 발전하면서 대한민국은 휴대전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3년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2011년에는 4세대인 LTE, 그리고 이제 5G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30년 전 무게가 771g에 달해 일명 ‘벽돌폰’이라 불렸던 휴대전화는 이제 통화나 문자만 주고받는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피커 등이 가능한 ‘만능폰’으로 변신했다.

30년 전 한국에서 휴대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기계값 약 400만 원에 설치비 60여만 원으로 서울 일부 지역의 전셋값과 맞먹는 가격에 살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너도 나도 들고 다니는 필수품이 되었다. 30년 전만 해도 아무나 들고 다닐 수 없었던 휴대폰이 이제는 세월의 겹겹을 지나 진화하면서 전화 그 이상의 기능으로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1GB를 10초 안에 내려 받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영화 한편을 10초 안에 내려 받는다

국내에서 1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건 1984년으로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차량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1988년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고 1996년부터 문자서비스가 시작됐다. 1세대 이동통신이 아날로그였다면 2세대 이동통신부터는 디지털로 전환된 시대로 우리나라는 퀄컴의 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CDMA)을 이용해 문자메시지와 같은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자유롭게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휴대폰에 유심(USIM)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심은 개인 식별 정보를 담은 IC 카드로 사용자 인증과 글로벌 로밍,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기능을 1장의 카드에 구현한 것이다. 4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열린 건 2011년으로 ‘LTE-A’, ‘광대역 LTE-A’, ‘3밴드 LTE-A’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5G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5G는 4G LTE에 비해 데이터 용량은 약 1,000배 많고 속도는 200배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LTE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선명 영화를 1초 만에 전달할 수 있다. 5G의 공식 기술 명칭을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20’으로 2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4G와 달리,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30년 전 한국에서 휴대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기계값 약 400만 원에 설치비 60여만 원으로 서울 일부 지역의 전셋값과 맞먹는 가격에 살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너도 나도 들고 다니는 필수품이 되었다.(사진출처_뉴시스)


5G, 12조 3000억 달러의 경제효과 창출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네트워크 분야는 단연 ‘5G’였다. 당시 인텔은 5G 모뎀을 세계 최초로 발표하며 기가비트급 속도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량과 사물인터넷, 무선 광대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자율주행차·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홀로그램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IT 기술 실현에 지연 현상이 없는 실시간 전송은 필수적이어서 세계 각국에서 앞 다퉈 도입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5G는 2035년까지 12조 300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5G와 연계된 시장에서도 3조 5000억 달러의 생산 유발 효과를 생성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출간한 ‘5G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디어 산업에서는 5G로 초고용량 전송 처리가 가능해져 VR, AR 등 실감형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 2조 5000억 원, 2030년에는 3조 6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발생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5G는 도시, 비도시, 가정과 사무실 등 우리가 생활하는 기반환경에도 2030년에는 최소 5조 4087억 원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편익을 제공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가시화 된 서비스 중심으로 수치화 가능한 편익만을 추정한 것으로, 새롭게 나타날 서비스들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장 전무는 “5G는 전기, 컴퓨터, 증기기관 등 최상위에 위치한 여타 핵심 기반기술(GPT)들처럼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과 결합해 사회 및 경제 전반의 혁신과 진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5G 상용화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산업과 미래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Mobile World Congress, MWC)’ 개막일인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레이 후안 카를로스 호텔에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5G 상용화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출처_뉴시스)


기업들 앞 다퉈 개발 및 도입 속도전

지난 2013년 5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G 데이터 송수신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점유율이 3%에 그쳤던 삼성전자는 5G 장비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정보통신연구소에서 공개한 3.5GHz 대역 5G 기지국은 현재까지 발표된 국제 표준 기반 제품 중 가장 작은 크기다.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통신사 버라이즌과 손잡고 미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들어 버라이즌에 28㎓ 대역의 5G 고정형 무선 액세스(FWA)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고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전파 인증을 받았다. 이미 버라이존과 삼성은 올 들어 미국 7개 도시에서 5G 시험을 실시했으며, 하반기에는 새크라멘토에서 5G FWA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미 일본에서 4G LTE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다수의 국내외 통신사업자들과 5G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HS마켓 조사결과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8%를 차지한 중국 화웨이는 5G 주파수 대역인 3.5GHz의 통신 장비를 개발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안 우려 때문에 국내 여론은 화웨이 장비 도입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 준비와 함께 서비스 및 생태계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윤용철 Comm. 센터장은 “대한민국 이동통신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지난 30년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미래 이동통신은 5G를 통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곧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5G 핵심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인 ‘E2E 인프라 오케스트레이터’ 기술을 기존 기업전용 LTE 망에 적용했다고 지난 7월 17일 밝혔다.

‘E2E 인프라 오케스트레이터’는 단말에서 코어 장비까지 모든 네트워크를 가상화를 통해 연결해 5G 네트워크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총괄 시스템으로, 이를 활용하면 각각의 5G 서비스 수요별로 즉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어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성공적 5G 상용화를 위해선 이 기술 적용이 필수적이다.

전홍범 KT 인프라연구소장(전무)은 “KT는 E2E 인프라 오케스트레이터를 기업전용 LTE에 상용 적용함으로써 End-to-End 제어시스템에 대한 사전 검증과 운용 역량을 확보했다”며 “세계 최초 상용화되는 KT만의 차별화된 고품질의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보고서를 통해 “5G는 4G 이동통신에 비해 20배 빠른 속도, 10분의 1 수준 지연시간, 10배 많은 동시 접속 등의 특징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의 핵심이며, 초고주파를 사용하는 탓에 기지국 소형화와 경량화가 필수”라며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장비시스템, 스마트폰, 칩셋 기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5G시장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G 보안 안전할까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5G 최초 상용화를 두고 경쟁이 과열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7월 10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사업자 간 ‘최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며 “‘최초’가 ‘최고’라는 함정에만 빠지지 말고 우리 산업 전반의 득실을 철저히 따져 추진하는 등 국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중국 화훼이의 5G 통신장비를 두고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자 5G 통신장비의 보안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통사들은 할당 받은 주파수를 오는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그 전까지 통신장비를 선정한 뒤 5G 망 구축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늦어도 10월까지 장비업체 선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5G 장비 보안 검증 관련한 정부의 대책과 관련해 “5G로 가면 보안 이슈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라며 “화웨이 등 특정 기업의 장비만 보안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장비 보안 문제도 중요하다. 기지국 장비뿐만 아니라 옆단 코어 장비라든지 네트워크 장비도 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도 그 부분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기정통부가 5G 보안문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은 5G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정책 수립, 기술·인력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점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초’라는 의미에만 주력하다 자칫 5G 시대에 맞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최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휴대전화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을 고려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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