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엔터테인먼트
동물원 울타리 안의 생존극 '밤의 동물원'무장괴한으로부터 아들을 지켜내는 ‘엄마 영웅’ 스릴러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8.07.27 10:21
  • 댓글 0
  • 글씨키우기
  • 메일보내기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다섯 살 아들 링컨을 데리고 동물원을 찾은 조앤. 어느덧 폐장 시간이 다가와 출구로 향하려는 그때, 숲 너머에서 굉음이 들려온다. 터진 풍선이라기엔 너무 크고, 공사중이라기엔 빈도가 낮은 소리…… 그것은 다름 아닌 동물원에 잠입한 괴한들의 총격! 상황을 파악한 조앤은 아들 링컨을 업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한 번의 속삭임으로도 괴한들의 눈에 띄어 살해당할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아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녀뿐인데…… 어느 가을날 오후 4:55에서 8:05에 걸쳐 벌어지는 동물원 울타리 안의 생존극!

영화 <다이하드>에서 <테이큰>까지, ‘악’을 물리치고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는 ‘영화 속 영웅’은 항상 ‘아빠’로 그려진다. 그렇다, 어디까지나 ‘영화 속’ 영웅인 것이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현실’을 구성하는 ‘엄마’라는 존재를, 스크린이든 소설이든 ‘현대 영웅 서사’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육아와 양육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면서, 아이와 더욱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가 혹은 가족이 위기에 빠진 현장에서 왜 항상 소외되어온 것일까? 한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면, 여기 『밤의 동물원』이 하나의 훌륭한 전복적인 답변이 될 것이다.

소설에서 다섯 살짜리 아들은 조앤이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이자,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는 변수로서 극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삐죽거리는 입술이나 땅 위를 구르는 발 모양만 봐도 아들의 기분과 이내 아들이 요구할 일들이 눈에 선한 엄마 조앤의 미션은,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무장괴한을 피해 달아나는 동시에 놈들에게 발각되지 않게 아들을 제어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이의 귀엽고 엉뚱한 모습과 조앤의 감정을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스릴, 공감,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는 진정한 웰메이드 스릴러로서, 매 순간 조앤에게 닥쳐오는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을 상기시키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밤의 동물원』은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부모의 공포를 비롯해 늘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거나 방치하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동물원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벌이는 살인행위는 미국을 공포에 떨게 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들을 상기시키는 한편, ‘묻지마 살인’ ‘혐오 살인’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를 겹쳐 떠올리게 한다. 또한 작가는 일상에서 언제든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조앤의 공포, 조앤과 다른 인물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부모의 폭력성과 학대, 범죄 상황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기까지의 과정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위험과 공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