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을 위한, 살아 있는 독서의 기술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스물한 살 남자 대학생이 쓴 글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오늘날의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학습서가 아니라면 시험을 볼 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책이 아니라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또한 책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산물이라는 인식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그저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제언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책을 읽을지, 읽지 않을지는 개인의 자유다. 그럼에도 저자는 책을 읽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고 말한다. 책을 대하는 선입관과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책을 읽고 싶지만 무슨 책부터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일상생활이나 회사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책을 대신할 수는 없다. 특히 이 책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무지의 지(知)’를 아는 것과 모든 일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얻는 길은 책읽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책을 찾는 이들도 많다. 자기계발을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 그저 책에서 매뉴얼적인 감각을 익히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실용서나 파란만장한 실패의 늪에서 헤어나 엄청난 성공을 이룬 자서전, 각종 입문서나 해설서 등 짧은 시간 안에 훑어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책읽기는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책 읽는 즐거움을 잃게 만든다. 책의 효용과 가치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업무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큰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서둘러 행동해야 할 때, 반성해야 할 때 등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려도 현명하게 행동하고 생각한다. 독서로 얻은 지식과 일은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혼연일체가 된다. 또한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이나 사고를 체험할 수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통찰과 이해도 깊어진다.

저자는 오랫동안 쌓아온 독서 체험뿐만 아니라 책이 자신의 인생과 일에 미친 영향 등을 꾸밈없이 털어놓고 있다. 그 솔직하고도 따끔한 일침을 맞으며,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고 ‘살아가는 힘’을 길러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수많은 책의 독자였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나는 인간의 증거인 자유로운 마음을 찾아 눈으로는 책의 글자를 좇고 손가락으로는 책장을 넘깁니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아직 보지 못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 책과의 만남을 찾아나갑니다. 이것은 분명 내가 죽을 때까지 매일 반복될 겁니다. 그런 내가 인생 최후의 순간에 보는 풍경은 역시나 책에 인쇄된 글자,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상상되는 미지의 세계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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