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맞은 대북정책, 동북아 평화협력 차원의 큰 그림 그려야

진정 새로운 남북관계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 최근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냉각 국면의 남북관계에도 예전에 없었던 ‘훈풍’이 불고 있다. 나아가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재평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현재 개성공단 정상화 타결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재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남북한은 9월25일부터 30일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11월 내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 차례 더 연다는 데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남북은 이 밖에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실시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지난 5년동안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묻어나온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상봉과는 달리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 씨가 피격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선 재발 방지와 신변안전 보장 등을 놓고 북측과 타협해야 하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
어쨌거나 이번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북의 한반도 정세관리 의도와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 개시 의지가 각각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 북은 이미 3차 핵실험과 병진노선 천명을 통해 미국과 중국에 핵보유 의지를 강력하게 선언해 놓은 만큼 이제 경제건설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대중 관계와 대미 협상을 대비한 한반도 정세관리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일정한 유지가 필요하다. 북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남북관계 진전을 요구한 이유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초반 북과의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었기에 재발방지와 발전적 정상화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밀어붙였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될 수 있는 남북관계의 시작은 이뤄내야 했다. 북한 붕괴에 입각한 대북 완전굴복 요구에 올인하다가 결국 남북관계 자체를 파탄시킨 MB정부의 잘못을 되풀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 의지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와 박근혜 정부가 지루한 기싸움 끝에 관계 개선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앞으로 행보가 마냥 순탄할 수만은 없다. 시작만큼 이후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당장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핵심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북측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재발 방지 등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정부가 유화 국면을 관리하기 위해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추상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개성공단 정상화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재평가를 받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간 남북관계에서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사태 타결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한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결국 한반도 비핵화 실현으로 나아가는 구상이어서 아직 갈 길은 멀다. 결국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은 비핵화로 모아진다. 때문에 북한을 비핵화 합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조라는 큰 차원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물론 남북관계 복원이 북한의 비핵화와 연관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남북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에 비중이 실린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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