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게시글 작성, 외부조력자 300만원 활동비 지급

검찰이 법정에서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의 관련 혐의에 관해 ‘신종 매카시즘’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26일 오전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그릇된 종북관으로 무차별적으로 ‘종북(從北)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내부 회의에서 “정부·여당을 비방하는 개인 세력은 북한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종북좌파’들로 오염된 국민들의 생각을 사이버 활동으로 정화시켜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커피숍에서 노트북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게시글을 올렸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 20여명은 매일 한 명당 3~4건씩 게시글을 작성해 상부에 제출했고, 외부 조력자들에게 매달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 게시글을 작성토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적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심리전을 벌였다”며 “이는 국정원의 존재 이유에 반할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수행이 바로 국가안보라는 인식에 따라 사이버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소중한 안보 자원을 사유화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종북좌파' 개념에 대한 상당한 오해를 바탕으로 피고인을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종북좌파는 북한의 지시를 받아 국가체제를 전복하려는 자, 북한의 주장을 추종하는 세력을 말하는 것이지 정부에 비협조적인 세력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관상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종북 세력과) 야당 및 야당 성향 정치인들과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을 옹호한다고 해서 여당과 동일시하고, 북한과 유사한 의견을 냈다고 해서 야당과 동일시해 특정 정당을 지지·비방했다고 보는 것은 '국가 안전 보장'이라는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하는 것"이라며 "종북좌파에 대응하도록 지시한 피고인을 범죄인으로 몰아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6일까지 매주 한 차례씩 집중 심리를 진행한다. 다음 공판은 내달 2일 열린다.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향후 재판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정치관여·선거운동이 될 수 있는지, 원 전 원장의 지시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매주 한차례씩 집중심리를 갖기로 했으며 다음달 2일 열리는 2회 공판부터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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