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최주일 경기 광주 68

(시사매거진243호)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만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는다. 법원이 정권의 뜻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하며, 법원 스스로가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재판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일상과 운명을 결정짓고, 국가 정책을 좌우하기도 하며, 사회 전체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근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법관 사찰에 더해 청와대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재판을 담보로 거래까지 시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했다. 법을 가장 앞장서서 준수해야 할 법원의 최고 수장이, 청와대와 담합하여 재판으로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민주적 가치질서를 무참히 파괴한 것이다.

법원 스스로의 존재근거를 붕괴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 앞에서 혼자만의 성역을 주장할 수는 없다.

글_소설가 이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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