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유산의 미래지향적 보존과 승화에 앞장설 것

사람들은 아테네 하면 얼른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린다. 한편 에펠탑과 콜로세움은 각각 파리와 로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이렇듯 건축물은 ‘거주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한 시대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기술을 상징하는 기록유산으로서 기능한다. 김태우 (주)디자인그룹 아리 대표는 이러한 근대 건축물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알아보고 창조성의 의미를 발휘하는 건축가다. 

 
그의 근대건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지난 2000년 명동성당 문화재 보수작업을 총괄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한국 가톨릭 역사를 대표하는 성전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건축이 단순한 공학이 아닌 고차원적의 예술과 문화라는 깨달음이었다. 그의 신앙은 이 같은 깨달음을 얻게 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명동성당 문화재 보수작업은 2000년 준비 작업부터 시작해 2009년 마무리됐습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소요된 셈이죠. 전 이때 문화재 보수작업을 총괄 감독했는데 보수 및 복원작업을 끝내고 나니 어느 새 근대 벽돌 건축물 보수 및 복원 분야의 전문가이자 권위자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식어 보다 더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둬들였고, 무엇보다 전 명동성당이 근대 건축사에서 갖는 가치를 보수 및 복원작업을 통하여 지근거리에서 생생하게 목격하고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저의 신앙도 좀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 2004년 (사)도코모모코리아 창립에 참여했다. 도코모모(DOCOMOMO)는 ‘근대 운동에 관한 건축물과 대지 그리고 일상의 주변 환경형성의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조사하며 보존을 위한 조직’의 줄임말로 1990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에서 열렸던 국제회의를 계기로 정식 발족한 국제조직이다. UN의 유네스코 산하단체이기도 한 도코모모는 현재 66개 국가가 가입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후 10년 가까이 이 단체의 활동에 열정을 바쳤으며, 이런 열정은 2014년 도코모모 세계대회 유치위원장으로서 한국 유치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도코모모 세계대회에서 2014년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됐습니다. (사)도코모모코리아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데 그동안 우리 근대시기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활용함으로써 국민들과 가까이 함께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전문가들의 활발한 학술교류와 민간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낭보가 날아든 것이죠. 아시아권에서 세계대회가 열리는 사례는 한국이 처음입니다. 말 그대로 쾌거였습니다.” 

건축과 정책의 소통 꾀하다 
그는 현재 자신의 심미안을 정책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이 바로 한국건축정책학회(가칭) 창립 준비 작업이다. 사실 이 같은 작업은 건축학계 석학들과 전문가들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그는 정책적 안목이 건축과 접목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건축을 통한 우리의 삶은 어떤 분야보다도 매우 다양하면서도 밀접하게 서로에게 연결되어져 있고 공존하기 때문이다. 

 

“2년 전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건축계의 숙원 사업인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을 건축계가 총력을 기울여 제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축은 설계뿐만 아니라 정책적 안목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동안 한국 건축계엔 개발논리가 팽배해 있고 이로 인해 근대 건축물은 새 건축물에 밀려 버려지거나 철거됐습니다. 그러나 건축유산은 그 시대의 문화이자 예술이며 삶이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깃든 보존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높은 우리의 건축물들을 건축유산으로 승화시킨다면 궁극적으로 국민이 행복하고 삶의 질 또한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정책적 지원과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건축유산들을 미래지향적으로 보존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이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건축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러한 건축유산이 국격으로서 인식될 때 국민이 행복한 삶과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중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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