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은 요리사보다 손님이 가장 잘 안다

과거 한국에서는 입학식 날이나 졸업식 날과 같이 특별한 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중국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먹거리가 다양해져서 많은 음식들이 유혹하지만,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자장면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 있을 정도로 자장면은 우리에게 친근한 음식이다. 자장면은 한국인 8명 가운데 1명은 매일 먹을 정도로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우리나라 최초로 자장면을 만들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천차이나타운에 위치하고 있는 공화춘의 이현대 대표이사를 만나 공화춘에 들어보았다.

인천이 있는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화교사회를 겨냥한 외국인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는 일련의 법 개편 인플레이션과 부익부 빈익빈을 몰아낸다는 정부방침으로 행해졌던 화폐 개혁으로 인해 상당수의 재력과 능력을 갖춘 화상(華商)들의 경제적 입지가 약해졌다. 이에 화상(華商)들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부산 등 대도시를 근거로 사업을 운영하던 것을 포기하고 세계 각국으로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그 근거지를 옮기면서 우리나라의 차이나타운은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지금은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미국이나 일본 등의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차이나타운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인천광역시에서 차이나타운 개발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많은 자본이 몰리고 있고 특히 2001년 월미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송도 관광개발특구와 관광 경유지로 연계하여 개발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고 다양한 개발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그 첫 작품이 인천역 앞의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 공화춘(共和春)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공화춘
1883년 인천이 개항하면서 청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하였고 무역이 성행하면서 항구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밥 대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자장면이었다. 이 후 1905년 공화춘에서 최초로 자장면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1945년 해방 직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대중음식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및 재산권 행사에 제한 때문에 공화춘 역시 폐업을 했으나 이현대 대표이사의 노력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먼저 그는 공화춘이라는 브랜드를 상표 등록부터 하였다. 공화춘이라는 이름으로 중화요리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후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2004년 인천차이나타운에 100년의 정신을 이어 오는 공화춘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하게 되었다.

 
국내 최초의 중국요리 전문음식점
국내 최초의 중국요리 전문음식점인 공화춘은 인천 차이나타운 내에 자리 잡은 인천지역 대표 맛집이자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 길이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다. 현재 인천 차이나타운이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는 관광명소가 되기까지는 이현대 대표이사의 역할이 컸다. 인천 차이나타운이 활성화가 되기 전, 사람들은 차이나타운 가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90% 이상이 중국인이거나 화교들입니다. 때문에 한국인이 제가 중국요리 전문음식점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반대가 엄청 심했죠. 비록 한국인이지만 100년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공화춘의 맥을 잇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화춘이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원리원칙과 기본을 고수하는 이현대 대표이사의 경영방식 때문이었다. 

“모든 음식의 가장 기본은 바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음식점 사장은 음식을 만드는 조리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때문에 공화춘에서는 요리사는 바뀌더라도 공화춘의 맛은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을 볶는다는 의미의 자장면(炸醬麵)은 춘장을 볶다 물을 넣어 짠맛을 연하게 풀어주며 양파와 양배추 등 야채를 듬뿍 넣어 전체적으로 단맛이 나게끔 만든다. 일반적으로 자장면에는 돼지고기가 필수 식재료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공화춘의 자장소스에는 돼지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자장면 자체가 느끼한 음식이다 보니 돼지고기까지 들어가면 아무리 맛있어도 느끼한 맛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화춘의 자장면에는 돼지고기 대신 갖가지 신선한 해산물을 위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자장면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전분으로 인해 생기는 수분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자장면을 ‘물자장’이라고도 하는데 이현대 대표이사는 ‘물자장’이라는 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10,000원짜리 자장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민 음식의 대표적인 자장면에 신선한 해산물을 넣어 시간이 지나도 면발이 쫄깃한 명품 자장면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어 수년 간의 연구·개발에 의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인해 공화춘의 자장면은 물자장면이 아닌 명품 자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표 메뉴로 거듭나게 되었다.  

자장면에서부터 최고급요리까지 신선하고 다양한 메뉴 
공화춘에서는 자장면과 짬뽕을 비롯해 수십 가지의 중국전문 요리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각종 신선한 해산물과 야채, 육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원하고 깔끔한 요리인 냉채류, 식사 전 냉채와 더불어 입맛을 돋워주고 속을 부드럽게 해주는 스프류, 중국에서 최고급 요리로 손꼽히는 상어지느러미를 이용한 샥스핀류, 조개류의 황재라 불리는 전복과 자연송이를 이용한 송이 전복류, 그 맛도 뛰어나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영양식품이며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하는 성분이 있는 바닷가재류 등을 비롯해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스테미너에 좋고 칼슘 함유량이 생선 이상으로 많아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에 탁월한 새우류, 저지방 고단백 음식으로서 다이어트에 좋으며 두뇌를 활발하게 하는 음식인 생선류와 대하류, 관자류 등 진귀하고 고급음식으로 국내외의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항상 직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합니다. 모든 음식은 기본에 충실할 때 본연의 맛을 잃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하루 세끼를 웬만해서는 가족(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분위기라든지 부족한 음식재료 또는 필요한 부분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이런 모습들이 직원들에게 다소 부담을 되기도 했지만 직원들도 이현대 대표이사의 진심을 알고부터는 오히려 직원들이 먼저 다가오며 사장과 직원이 아닌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서로 마음의 있는 이야기들을 터놓게 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공화춘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계기가 되어 편의점에서도 사람들이 손쉽게 공화춘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숨은 봉사자
공화춘의 무한하고 잠재적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자 시작한 사업이 이제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고 전하는 이현대 대표이사. 

“처음 화교사회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배타적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요리 전문점이 2군데에 지날 정도로 미비했었습니다. 이후 도처 은행의 조력으로 지금의 공화춘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일푼이었던 그를 은행에서 도움을 주게 된 것은 바로 끊임없는 노력과 근면·성실함으로 인간관계에서 무엇보다 소중함을 중시하는 그의 성품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 남에게 받는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알게 된 그는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게 되자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초등, 중, 고등학생을 한명씩 추천받아 장학금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관내 보육원과 시설기관, 그리고 군장병들을 위해 자장면 봉사와 금전적인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외래음식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의 100대 문화 상징에 들어가며 정부의 중점물가 관리 품목으로 선정되어 있기도 한 자장면. 그 역사와 전통을 잇기 위해 남들이 무모하다고 할 때 과감히 도전해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는 공화춘의 이현대 대표이사. “마음으로 고객을 모시는 편안한 서비스와 가족이 먹는 음식과 같은 엄격히 선별된 재료로 깨끗하고 정성이 듬뿍 담긴 일품요리로서 고객 여러분의 맛과 멋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전하는 그의 바람처럼 공화춘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그의 행보에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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