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의 고행을 몸소 실천하는 불자의 몸으로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오며 우리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빛과 소금역할을 충실히 해온 스님이 있어 주변 이들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다. 살아있는 작은 부처로 불리는 진주 여래사.원의 동봉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낡은 장삼을 걸친 동봉스님의 소탈한 웃음과 인정이 넘쳐나는 표정만 살핀다면 스님이기보다는 그냥 이웃집 아저씨였다. 하지만 형형한 눈빛 속에는 형언 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윽이 담겨져 있는 듯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스님의 직분을 다하면서도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동봉스님은 그저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

불교에서 수행하는 이들은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그 어떤 나쁜 짓도 하지 말며, 착한 일은 받들어 행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는 것,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의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힘든 수행을 하고 있다. 동봉스님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은 중생들에게 설파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또한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개개인이 부처이기에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즉, 모든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무소유(無所有)’를 실천하라는 것은 무리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조차도 ‘무소유’의 실천에는 고행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인간에게는 소유욕만큼 억제하기 힘든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공유(共有)’의 개념을 개입시키면 소유욕도 억제시키지 못하란 법도 없다. 곧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가 그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스님 역시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를 통해 중생 구제에 여념이 없었다. 

동봉스님은 19세 때 일찍이 출가했다. 동봉스님의 출가 이유는 단순하다. 사찰의 거대한 기와지붕에 매료됐단다. 당시 거대한 기와지붕 속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이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출가를 했고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매진했단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도 이룬 것이 없다고 한다. 아니 당초 이룰 목표가 없었다고. 인간의 욕심은 한낱 ‘하루아침의 티끌’이라는 점을 깨닫고서는 천년의 보배라는 고행을 택했단다. 또 앞으로의 목표도 없단다. 단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그들과 함께 가는 길이 목표라면 목표란다. 동봉스님이 말하는 사회봉사는 결코 거창하지 않다. 자신이 가진 것만큼만 봉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봉사

평생을 불우한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살아있는 작은 부처로 알려져 있는 동봉스님은 외로운 노인과 불우청소년, 교도소 재소자, 소년소녀가장, 낙도어린이 등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끝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주민복지와 밝은 사회구현에 앞장서 오고 있다. 스님은 도덕과 양식이 날로 쇠퇴하면서 각종 사회병리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 최소한의 도덕의식을 되찾아 예의바르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71년부터 지금까지 수 십 회에 걸쳐 노인들을 모시고 시민위안경로잔치를 베풀며 여생을 편안히 지내도록 기원하고 있다. 

또 부모 없이 생활하는 고아들과 학업성적이 우수한 중·고교 불우학생 및 진학을 포기해야 되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숙식을 제공해 주는 등 청소년에게 장차 이 나라의 훌륭한 동량이 되도록 꿈을 심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75년부터는 매월 진주교도소를 방문, 위문공연 및 위문품을 전달하고 재소자들에게 부처님의 설법과 출소 후 갱생의 길을 걷도록 인도하는 한편 출감자에게는 직업알선 등 자활의 터전을 마련해줘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다른 봉사활동도 중요하지만 특히 재소자 교화사업에 가장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처럼 재소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말 나쁜 죄를 짓고 들어온 사람들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들어 온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재소자들을 위해 매달마다 정기적으로 찾아가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교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40여 년이 다 되었네요.”

재소자 교화사업을 시작한지 이후 40여 년의 긴 시간동안 비가 오나 눈이오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마다 재소자들을 찾아가고 있는 동봉스님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장기수 20여 명에게 매달 사비로 2만 원씩 영치금 지원도 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낙도어린이 초청, 숙식제공 및 관광시켜주기와 지난 98년부터 소년소녀가장 10여명에게 매년 1인당 30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해오는 등 끝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부으며 불심과 자비의 거룩한 정성으로 헌신적으로 봉사해오고 있는 있다. 

 

탐(貪)진(瞋)치(痴)를 버리고 하심(下心)으로 깨닫다

“수행하는 삶이라는 것이 반드시 힘겹고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평상심을 갖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선한 마음으로 생활한다는 그것이야말로 수행입니다. 곧 탐(貪)진(瞋)치(痴)를 버리는 일이겠지요.”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탐욕과 진에, 우치를 삼독이라 했다. 동봉스님은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다면 그것이 곧 수행이라 말한다.

“탐(貪)하는 것은 불행의 시작입니다. 진(瞋)하는 것은 병을 만들지요. 치(痴)하는 것은 문제를 만들기 십상입니다. 이에 탐·진·치를 버린다면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의 세상이라 할지라도 행복은 찾아올 겁니다.” 

또한 스님은 불교에서의 완벽한 삶을 ‘하심(下心)’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음을 낮춰 작은 것으로도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 또 그것을 위해 진실된 노력을 할 때 비로소 완벽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님은 그동안 진주시민상을 비롯해 진주시장 표창, 조계종 총무원장 표창, 법무부장관 표창 등 수많은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수많은 표창 수여도 좋지만 여래사.원을 통해 도움을 받는 사람들 중 단 한사람만이라도 중생 구제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며 소탈한 미소를 짓는 동봉스님. “대도무문(大道無門).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어떤 특정한 길이 따로 닦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는 자가 닦으면서 가는 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참답게 수행하면서 걸어간다면 수행자가 가는 길이 곧 부처의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즉, 깨달음이란 바로 스스로의 ‘열림’입니다.” 

정작 본인은 낡은 장삼 하나밖에 없지만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며 끝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붓는 동봉스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살아있는 작은 부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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