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대충이란 없습니다”

굴비하면 ‘영광’이라는 말이 따라 붙을 만큼 영광은 굴비의 고장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법성포 굴비’라 해야 맞다. 영광 굴비의 대부분은 법성포에서 생산돼 이곳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염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포구로는 쇠퇴했지만 법성포의 굴비 맛은 여전히 일품이다. 이에 본지는 ‘바른 먹거리 기업’을 기획하며 굴비를 전통적 방식 그대로 생산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법성포 통통굴비’를 조명해봤다.
 

 
법성포가 굴비로 유명한 것은 조기가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법성포의 조기 어장은 일곱 개의 조그만 섬이 있다 하여 칠산 바다 혹은 칠뫼 바다라고 불렸는데 한때 이곳에 조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배 위로 뛰어오르는 조기만으로도 만선을 이뤘다는 말이 전해진다. 또 매년 진달래꽃 필 무렵이면 법성포에는 커다란 조기 파시가 형성돼 나라 안의 작부가 다 모이고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만큼 조기가 넘쳐났다.

지금은 예전만큼 조기가 잡히지 않으나 법성포 굴비의 명성은 여전하다. 오히려 그 명성은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법성포 굴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가 30여 곳 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400여 곳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명품에는 언제나 짝퉁이 따르는 법. 외부에서 들여온 가짜 법성포 굴비를 판매하는 소수의 업체들이 생기면서 법성포 굴비의 이미지를 실추 뿐 아니라 전통의 맛까지 훼손하고 있다. 이에 ‘법성포 통통굴비’의 고가은 대표는 “법성포 굴비 구입 시 굴비에 부착되는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 인증마크와 보증서를 확인하고 인증번호를 조회하면 진짜 법성포 굴비를 맛볼 수 있다”며 진짜 법성포굴비의 구별법을 설명했다.

 

수매부터 가공 및 판매까지 오랜 전통 방식 그대로

“어렸을 적 먹었던 굴비 맛 그대로입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법성포 통통굴비’는 현재 상위 오픈마켓에서 2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영광 법성포 굴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맛이 일품이라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는 통통굴비는 수매부터 가공 및 판매까지 예부터 내려온 전통적 방식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재차 다시 구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성포 통통굴비는 법성포 사거리에 위치한 법성포광주굴비에서 시작됐다. 고가은 대표의 시부모가 운영하던 법성포광주굴비는 비록 작은 규모의 굴비가공판매업체였지만 참조기의 수매부터 선별, 섶간, 엮기까지 오랜 경력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고 대표는 “시부모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대충이란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이라며 “그만큼 정성들여 깨끗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고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도시 사람이다.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늘 시간에 쫓기듯 사는 도시생활을 벗어나고자 결혼과 동시에 시부모가 계신 영광 법성포로 내려왔다. 시부모와 함께 지내면서 마음의 여유로움과 웃음이 더 많아졌다는 고 대표. 하지만 그녀는 영광 법성포 굴비가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굴비와 뒤섞여 소비자들로부터 굴비의 전통을 점점 외면 받는 모습이 내내 안타까웠다. 보다 못한 그녀는 시부모의 전통적 방식을 이어가겠다며 두 발 벗고 나섰다.

“단지 상품화를 위해 생산된 굴비와 오랜 방식을 고수하며 생산된 굴비는 맛부터가 엄연히 다르다”는 고 대표는 시부모님으로부터 오랜 전통의 비법들을 하나하나 보고 배운 후 2010년 통통굴비로 상호를 변경하는 동시에 인터넷 판매도 시작했다. 옛날 법성포 굴비 맛을 잊지 않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전파된 통통굴비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현대인의 입맛과 기호에 맞춘 영양 가득한 ‘전통 고추장 굴비’도 출시했다. 최상의 국내산 참조기만을 엄선해 만든 고추장 굴비는 법성포 겨울해풍에 4~5개월 얼고 녹기를 반복한 전통굴비의 순살만을 손수 발라낸 후 태양초 고추장과 사과, 배, 양파, 매실 등의 천연양념으로 숙성시켜 만들었다. 오래 두고 먹어도 변치 않으며 밥도둑이라고 할 만큼 식욕을 돋우는데 좋아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전통 고추장 굴비는 드셔보신 분들이 더 잘 압니다. 화학조미료 및 타르색소나 보존료를 전혀 가미하지 않고 자연이 준 재료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드실수록 굴비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법성포 굴비는 자연이 준 선물입니다”

법성포 통통굴비의 참조기는 몸빛이 회색을 띈 황금색이다. 머리에 단단한 돌이 들어 있다하여 ‘석수어’라고도 불리는 참조기는 머리에 다이아몬드 표시가 새겨져 있으며 입이 불그스레하고 몸통 가운데 있는 옆줄은 다른 조기에 견주어 굵고 선명하다.

통통굴비가 맛있는 이유는 첫째, 염장법이 독특하다는 데 있다. “반드시 1년 이상 간수가 빠진 칠산바다 천일염으로 염장한다”는 고 대표는 “이 방법은 손이 많이 가는데다 조기의 크기에 따라 간하는 시간 또한 달라 조절하는 일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법성포에서는 이를 섶장이라 부르는데 외지인에게는 그 세세한 방법까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염수에 조기를 담가 간을 하지만 영광 법성포 굴비는 한 마리 한 마리 천일염으로 켜켜이 섶간을 하고 재운 후 엮걸이가 끝난 굴비를 일급수인 물로 4~5회 이상 깨끗이 세척합니다. 깔끔하게 가공했기 때문에 씻지 않고 바로 조리하여 드셔도 됩니다.”

통통굴비가 맛있는 둘째 이유는 법성포의 기후 조건에 있다. 특히 ‘굴비는 바람에 말린다’고 할 만큼 바람이 중요한데 법성포 바다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은 굴비를 말리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게다가 봄부터 여름 사이 법성포의 습도와 일조량은 굴비를 말리는 데 최적이다. 고 대표는 “법성포 사람들은 굴비를 자연이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며 “따라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천벌을 받는다는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통통굴비의 주문량이 늘면서 고 대표는 매장의 규모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전통 고추장 굴비의 경우는 위생적으로 뛰어난 시설인 HACCP시설을 구축해 전통의 맛을 더욱더 알릴 계획이다. 

“굴비를 주로 한 간편 식품을 연구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굴비의 참맛을 알리고 싶다”는 고 대표는 최근 부모의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고자 정기적인 후원을 계획 중에 있다. “물질적인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공허함을 달래줘서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잃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게 고 대표의 소망이다.

전통적 방식만을 고수하며 작은 업체에서 시작한 통통굴비가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 우리 사회에 인생의 참맛을 전하는 행복전도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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