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도시 구미시에 환상적인 경기 보여줄 터

한국 토종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정문홍 대표)가 오는 10월 ‘삼족오’의 땅 구미를 찾는다. 로드FC는 오는 10월12일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13회 정규대회와 9회 영건스 대회를 개최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로드FC는 팬들에게 전국 투어를 공언한 바 있으며, 이번 구미 대회는 팬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로드FC의 전국투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로드FC는 지난 해 11월 부산 벡스코 오라토리엄에서 10회 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13회 대회 개최지로 구미가 선정된 일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드FC측은 당초 서울을 고려했었다. 구미가 급부상한 이유는 대회 흥행을 위한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구미의 경우 우선 UFC 진출 후보 영순위로 거론되는 ‘슈퍼보이’ 최두호 선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 종합격투기 팬은 물론 주짓수 수련인구가 많은 대구와 인접한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에 로드FC 정문홍 대표와 박상민 부대표는 7월24일 구미시청을 방문해 남유진 시장과 및 시의원, 시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정 대표와 박 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팬들과 약속한 지방투어를 위해 구미를 택했다. 지방투어에 나선 건 구미가 세 번째다. 지금까지 진행한 열 두 번의 대회보다 크고 화려한 대회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구미시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구미시는 공단이 밀집해 여타 지자체에 비해 인구도 많고 소득수준도 높다. 그래서 시 당국은 문화 공연 및 각종 행사를 자주 개최했다. 하지만 로드FC 같은 월드 클래스의 스포츠이벤트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남 시장은 물론 동석한 시의원, 시관계자들은 대회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지방 대회를 개최하려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핵심인력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마침 최두호 선수의 스승인 구미 MMA 이창섭 관장이 대회 개최에 적극 협조를 약속하고 나섰다. 이 관장은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물론 대회 프로모션에 남다른 노하우를 지녔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마당발로 불릴 만큼 인맥이 풍부한데다 오래전부터 구미-대구 지역에 연고를 구축해 왔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 때 이 관장은 대회 준비를 맡길 적임자였다. 이에 주최측인 로드FC는 이 관장에게 대회추진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이 관장은 위원장을 맡는데 주저했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을 넘보는 종합격투기 대회가 구미에서 열리는 만큼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대회 개최를 계기로 대구-구미 지역의 종합격투기 인기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관장은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이 관장은 위원장직을 맡자마자 지자체와의 협력, 기업 프로모션, 스폰서십, 오프라인 홍보, 티켓 판매 등 대회 개최 준비를 위한 제반 업무에 착수했다. 이 위원장의 말이다. 

“로드FC는 전국 투어를 약속했고, 이 약속을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전 이 약속을 지방에서 힘들게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들과 선수들을 위한 결정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로드FC13회 대회가 구미에서 열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정문홍 대표님이 구미 개최의사를 타진하자 좋다고 했을 뿐인데 예상 외로 계획이 착착 진행됐습니다. 구미는 공단도시입니다. 그러다보니 문화생활을 누릴 여건이 많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로드FC 같은 메이저 종합격투기 대회는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줄 것이라 봅니다. 한 마디로 시 차원의 축제란 말이죠. 동장, 시의원, 체육회장 등 구미시 관계자분들은 물론 시장님께서도 대회 개최에 긍정적이어서 더욱 어깨가 무겁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력, 흥행을 좌우하는 키포인트

물론 시 관계자의 관심이 흥행성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포츠 이벤트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흥행을 좌우한다. 로드FC는 12회 대회까지 환상적인 매치업으로 이종격투기 팬들을 열광시켰다. ‘헬보이’ 요아킴 한센, ‘수퍼 코리안’ 데니스 강, 티에리 소쿠주, 무랏 카잔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로드FC 케이지에 올랐다. 6월 한국 종합격투기의 근거지인 원주에서 열린 12회 대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여성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로드FC는 지방순회 경기라고 해서 매치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 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대회에서는 ‘스노우맨’ 제프 몬슨과 ‘국대 레슬러’ 강동국의 -97.5kg급 계약매치를 성사시켜 부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13회 대회의 대진이 모두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로드FC가 발표한 첫 공식대진은 이종격투기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로드FC는 지난 7월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13회 대회의 메인이벤트로 남의철과 쿠메 다카스케가 격돌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선수는 이미 지난 4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1회 대회에서 명승부를 연출한 바 있다. 

당시 남의철 선수는 쿠메를 판정승으로 물리치고 로드FC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경기 결과를 놓고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관중들은 심판이 지나치게 홈 어드밴티지를 적용해 남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했다고 주장했다. 팬들의 주장은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 경기 중계화면에선 남의철이 케이지를 자주 잡은 모습이 자주 포착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당시 경기의 주심이었던 장덕영 심판위원장이 사과성명을 내며 진화에 나섰을 정도로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장 위원장의 사과를 계기로 논란은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재경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끈질기게 제기됐다. 이런 팬들의 열망은 남의철과 쿠메의 격돌을 성사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로드FC는 먼저 쿠메 선수에게 제대결 의사를 타진했다. 쿠메 선수측은 고민 후 수락했다. 남의철도 재대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남 선수는 쿠메와의 재대결에서 KO승을 거둬 판정 시비를 잠재우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저와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UFC 같은 데서는 애매한 판정의 경우 곧장 재대결이 펼쳐지지요. 저와 쿠메의 대결은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경기가 되리라고 봅니다. 지난 번 경기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한 경기였다면 이번 경기는 방어전으로 치러지는 경기입니다. 무엇보다 1차전에서 불거졌던 판정 시비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쿠메는 레슬링 실력이 뛰어나고 그래플링 능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입니다. 서브미션 결정력도 좋고요. 하지만 막상 맞붙어보니 이 선수에 대해 잘 알겠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판정이 아닌 KO승을 거둬 보려고 합니다.”

로드FC는 대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해 나갔다. 로드FC의 고향인 원주를 근거지로해서 수도 서울을 오가며 저변을 확대했다. 또 최고의 콘텐츠를 선사하기 위해 뛰어난 경기력을 지닌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아시아 종합격투기 시장의 중심축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로드FC는 13회 구미 대회를 통해 지방 투어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올 연말 14회 대회를 끝으로 한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어 2014년엔 숙원인 일본 개최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개최가 성사되면 로드FC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종합격투기의 최고봉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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