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3호=오병주 칼럼위원) 버클리시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들어가려면 바다 위에 가설된 베이교(Bay Bridge)를 건너야 한다. 통행료는 1달러였다.

다리는 2층으로 가설되어 상층 4개 차선은 버클리에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하층 4개 차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버클리 방향으로 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무려 70여 년 전에 벌써 왕복 8차선의 교량을 건설하였고 그 다리가 지금도 불어난 막대한 교통량을 무난히 소화해 내며 잘 유지되고 있다.

금문교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의 세월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대지진에도 끄떡 없이 세계적인 명물로 유지되고 있다. 70여 년 전에 미래의 교통량을 내다보고 왕복 8차선의 대규모 다리를 튼튼하게 건설하여 오늘날까지 끄떡 없이 안전하게 사용하는 미국인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꼼꼼한 유지관리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베이교에는 차선마다 1~2초 간격으로 점멸하는 신호가 있다.

편도 8차선 도로에서 편도 4차선의 교량으로 진입 시 차량의 안전운행 및 병목현상 해소를 위해 톨게이트를 지난 후 3~5초간씩 일단 정차한 후 점멸하는 파란 신호에 따라 진행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경우 톨게이트를 지나 차선이 좁아질 때 서로 먼저 가려고 하다가 접촉사고가 나거나 혼잡한 병목현상을 야기함을 비교하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LA지진으로 인해 도로, 교량 등이 파손되고 정전으로 인해 신호가 작동되지 않은 극한 상황에서도 교통경찰이 없이도 교차로의 차량혼잡이나 무질서가 없어 우리나라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흔히 우리는 미국 사람들이 질서의식과 양보정신이 높아 교통신호나 교통경찰의 수신호 없이도 차량 소통이 원활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 물론 미국인의 질서의식, 양보정신은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인공적인 신호 없이도 교차로에서 차량이 원활히 소통되는 것은 단순히 미국인의 양보정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도로에는 주택가 골목길에도 교차로에는 페인트로 칠해진 정지표시가 있어 교차로에서는 정지표시에 따라 장애물 여부를 불문하고 일단 정차하여야 하며 위반 시 거액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일단 정차된 차량은 좌우를 살펴 장애물 여부를 확인 후 재출발하여야 하는데 4거지 교차로의 경우 먼저 도착한 차량에 우선권이 있고 동시에 도착한 경우에는 우측 차량이 먼저 지나가도록 양보하여야 한다. 운전면허 시험시 정지표시 준수 여부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따라서 교통신호 고장 등 비상시에도 교차로에서 모든 차량이 일단 정지 후 도악 순서에 따라 한 대씩 통과하므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위와 같은 교차로상의 정지표시 개념이 없으므로 신호 고장 시 모든 차량이 뒤엉키고 소통불능이 되기 쉽다. 우리는 이를 단순히 미국인은 질서의식 및 양보정신이 높은데 반하여 우리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국민에게도 이와 같은 정지표시제도를 도입하고 운전면허시험 때부터 이를 교육시켜 평가한다면 마찬가지로 비상시에 교차로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법과 제도를 그대로 놓아두고 국민들의 질서의식, 양보정신 결여만을 탓함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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