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렇게 지나가는 하루도 아름다운 것일지 몰라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월간 정여울 5월의 책 『달그락달그락』은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생각을, 마음을, 몸을 빠르게 채찍질하느라 멈추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을 때, 우리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편안하고 담백한 에세이다. 세상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조명을 비추는 듯하지만, 이곳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사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며, ‘평범’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는 것.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잘 견디고 버텨낼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하루를 좀 더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의 경로를 바꾸게 하는 것이다.

그는 우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아 오직 나만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직접 요리해보기도 하고, 사각사각 연필로 꾹꾹 눌러쓸 수 있는 작은 다이어리를 구매해 글을 써보라고 한다. 방 한가득 뭔가를 그득그득 채워 넣지만 결국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때에는 가차 없이 이별해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보라고. 때로는 “충동의 빛을 따라가는 여행”이 주는 기쁨을 누려보기도 하고, 행복한 척 착한 척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솔직하게 받아들이라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란 한 사람의 안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곁의 사람들을 보듬고, 더 커다란 사회와 삶을 뜨겁게 껴안는 것이라고. 이것이 『달그락달그락』이 마련해주는 마음의 자리다.

평범한 일상의 반짝임을

그린 에두아르 뷔야르

화가의 작품들과 함께하는 ‘월간 정여울’의 다섯 번째 책 『달그락달그락』의 화가는 에두아르 뷔야르다. 주로 실내 정경과 공원, 가족과 친구 등을 제재 삼아 일상적이고도 평온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 그의 그림은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 주변의 미세한 장면들까지 포착해내는 정여울의 글과 따로 또 같이 찰떡같은 호흡을 이룬다. 포근한 이불 속에 폭 파묻힌 한 사람, 호숫가에서 한가로이 식사를 하는 풍경,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에 선 두 소년, 바느질을 하는 여인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지금 우리도 한 폭의 그림 속 주인공인 것은 아닐까, 멋지고 굉장한 일들은 저 손 닿을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여기서 힘껏 살아가는 우리가 이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된다.

뷔야르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너무 커다란 이상을 꿈꾸느라 내가 놓친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반짝임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너무 커다란 기적을 바라고 있나요. 그렇다면 이미 당신에게 매일 일어나고 있는 작지만 위대한 기적을 바라보세요. 아직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빛을 뿜어내는 태양이 떠오른다는 것, 우리가 무사히 오늘 아침에도 눈을 떴다는 것, 그리워하고 애틋해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

「들어가는 말_ 달그락달그락, 아주 사소한 것들이 온 힘을 다해 굴러가는 소리」 중에서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