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진 60년의 고집

[시사매거진 242호=주성진 기자] 작년 대한민국이 ‘살충제 달걀’로 한바탕 대혼란을 치루었다. 달걀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 결국 미국에서 달걀을 수입했다. 우리는 언제쯤 건강한 닭과 달걀을 식탁에서 만날 수있을까? 친환경 인증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농림 축산 식품부가 인증하는 친환경 인증 친환경 인증은 유기축산 등 동물복지형 농장에 한해 허용하고, 사육밀도도 유럽연합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인증 기준을 강화해 친환경 마크가 붙은 계란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인데 전부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다. 기준의 모호와 관리감독의 부실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중 60년 넘도록 동물복지 수준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전국 두번째로 무항생제 닭 인증을 받은 농가가 양평에 있는‘세계치킨’을 찾아 대를 이어 양계업을 하는 홍현래(49)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치킨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버님(홍무길.78세)이 14살 때 양평읍 창대리에서 닭 몇 마리로 양계를 시작했으니 60년이 넘었다. 채소농사를 지었는데 당시 인분을 비료로 많이 사용했다. 비료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닭을 키우면 계분을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습니다. 닭을 키우는 집은 많았지만 축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던 시절이다. 닭이 한두 마리씩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에서 축산업으로 중심이 바뀌어나가며 아버지와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보자 하여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닭 키우는 방식이 독특했다고 하던데

한 마리 먹으면 10년 젊어지는 닭을 꿈꾸셨다. 예전에는 닭이 그만큼 귀하고 몸에 좋은 보양식이었어요. 미네랄은 우리 몸에 좋지만 흡수가 안 되는 영양소며 아버님은 몸에 좋은 성분을 닭에게 먹이면 닭을 통해 사람이 간접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TV 프로그램에 뭐가 좋다고 나오면 남해, 통영, 무주, 태백 등 가리지 않고 쫓아가서 잔뜩 사오셨고 아마 그걸 건강식품으로 개발했으면 대박이 났을 거에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오로지 닭만 생각하고 닭에 꽂혀 사신 분이에요.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사온 맥반석, 게르마늄, 셀레늄, 함초 등을 잘게 부숴 닭 모이에 넣었어요. 알코올보다 흡수가 빠른 식초에는 아로니아, 유황, 사포닌을 희석시켜 먹엿어며 희석 식초는 미생물소독제와 함께 사육장에 뿌리기도 하는데 나쁜 균의 활동을 억제시켜줍니다. 그런 노력과 연구가 있어 지금까지 화학적인 것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닭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계업을 이어 받았나

사실 양계는 하기 싫었어요. 닭 값 변동이 심해 안정적이지 않기에 집에 있는 빚 털어주고 기분 좋게 내 인생을 살고 싶었어요. 여러 일을 알아봤는데 돈은 벌 수 있었지만 진로와는 맞지 않지만 결국 양계농장을 물려받기고 결정하고 2005년 ‘세계치킨’ 브랜드를 상표등록하고 전국 두 번째로 무항생제 닭 인증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해왔던 대로 항생제는 물론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먹이고, 효소액을 비롯해 각종 미네랄 성분이 든 먹이로 닭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위생과 면역력 강화를 위해 햇볕이 투과되는 사육장에서 닭을 기르고, 전염병 발생에 대비해 마리당 사육밀도도 낮다. 최대한 자연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데 그러다보니 생산양은 일반 양계장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무항생제 닭이라면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무항생제 닭은 드물어요. 인증을 받은 농장도 마찬가지며 몇 년 전까지도 수의사가 처방한 항생제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해도 무항생제로 인정 되었으며 그나마 나아진 기준이 휴약 기간의 2배가 지나면 인증을 받는 겁니다. 보통 30일이면 도축을 하는데 15일전까지 항생제를 투여해도 검출만 안 되면 무항생제 닭이라 합니다. 말이 되나. 대기업이 양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무항생제는 사실상 힘들며 대기업 위탁농은 닭을 죽이지 않고 빨리 키워서 납품해야 합니다. 대개 육성율이 90%면 본전, 95% 정도는 돼야 이윤이 생기며. 육성율이 안 나오면 기업에서 당장 자릅니다. 공장식 밀집사육을 할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 받은 닭이 면역력이 약해지니 항생제를 놓아요. 생계가 달린 문제라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항생제 쓸 수밖에 없으며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현실, 관련 법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희망이 없습니다. 농부들도 변해야 되며 진짜 친환경으로 하고 있나. 판이 한번 크게 깨져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하며 얼마 전 한 방송사가 인터뷰 요청을 해 이런 얘길 했더니 욕먹을 게 걱정됐는지 음성변조를 해서 내보냈어요.

세계치킨의 유통과정은?

인터넷과 직거래 판매, 생활협동조합 납품을 합니다. 세계치킨을 믿고 거래하는 소비자가 주 고객이다. 지역 식당과 양평친환경로컬푸드매장에도 일부 납품하며 2013년부터 삼계탕, 닭곰탕, 양념닭갈비, 참숯닭가슴살 등 육가공품을 차례로 개발했습니다. 무항생제 닭으로 정성껏 길렀는데 일반 MSG 들어간 양념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이 안 돼 제품개발마다 1년씩 걸렸습니다. 우리밀, 국산콩, 유기농설탕 등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했고 MSG에 마비된 우리 뇌가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산물 등을 천연감미료로 사용했어요. 육가공품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가공식품은 수익률도 좋고 레트로트 포장으로 유통도 용이해 해외진출을 준비 중이며 현지인 입맛에 맞게 래시피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 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건강한 식재료를 선사하기 위해 세계치킨은 노력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