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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 사상가 지젝에 대해... '한 권으로 읽는 지젝'지젝의 대표작 24편으로 시작하는 지젝 바로 알기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05.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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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이 책은 지젝의 대표작 24편을 다룸으로써 지젝의 핵심적인 사유를 밝혀 보여준다. 옮기고 다듬으면서 파악한 이 글의 미덕은 무엇보다 글 전체에서 저자의 지젝 해석과 지젝 본인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데 있다. 한편으로 필자는 각 저서 내부의 흐름을 존중하여 충실히 기술하려 할 뿐, 지나치게 간략한 문구로 그것들을 일목요연하게 비교 정리하려고 들지 않는다. 우리는 어렴풋하게만 알아들은 내용이 글의 진행에 따른 거듭되는 중복 속에서 보완되고 명료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저자가 요구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 우리는 지젝과 더불어 철학함에 스스로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저자는 책임감과 독자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젝의 글들에 독특한 호흡을 불어넣는다. 그는 지젝의 철학을 헤겔-라캉-기독교-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네 입장의 절묘한 어우러짐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가 그려내는 지젝의 철학은 구체적인 현실과의 호흡 속에서도 철학적인 깊이와 견고함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젝은 철학뿐 아니라 문학과 문화 비평, 정치, 역사, 경제 등등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박식함을 보이고, 나아가 이론 연구를 넘어 깊이 현실에 참여하며, 심지어 상당한 유머감각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박력 있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연사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이 지젝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진지한 철학자로서의 면모이다. 다른 모든 특성들과의 조화로운 공명속에서도 이 글에서 가장 뚜렷하게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그의 철학적 사유다. 그래서 그가 가진 모든 다른 매력의 원천으로 작동하는 지젝의 ‘철학적’ 정수가 무엇인가를 묻는 이들에게 이 글은 특히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데에는 별도의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글은 주해서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명료함과 겸손함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열린 마음과 훈련된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듯 이 글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무관하며 각 장은 따로 혹은 같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즉 앞 장을 읽지 않고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장은 요구되는 만큼의 독립성과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책을 덮을 때쯤엔 각 장이 그려내는 지젝 사유의 그림들이 겹쳐져 하나의 유기체를 드러내 보이며 이 유기체는 우리 각자에게 대화를 건넨다.

지젝의 사유는 우리에게 가능한 타자성의 수용이란 어떤 것일 수 있는가의 물음과 관련해 하나의 모델을 제시해주는 것으로서 읽힌다. 그의 사유가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여기에서 자세히 고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의 목소리가 타자성과의 조우를 거부하면서 고립된 채 사유하고 행위하지 않는 이들을 뒤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지젝이 건네고자 했던 이야기를 각자의 귀로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선영 기자  sunneeh@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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