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끼 발명에서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인류 진화사 200만 년을 꿰뚫는 거대한 창의성의 힘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그러나 불완전한 대답.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우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한다.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간은 ‘선한 천사(도덕적 이성)’를 통해 고대의 폭력성을 억누르며 현대 문명으로 진화했다”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의 특별함’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인류학자 아구스틴 푸엔테스는 “여전히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세 가지 대혁명을 이끌어낸 더 근본적인 힘은 무엇인가? 인간의 진화는 단지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으로 이루어졌는가? 인간은 정말 내면에 ‘짐승’이 존재해서 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인가? 《크리에이티브》는 이 모든 기존의 학설을 전복하며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창의성을 넘어선 창의성,
인류 진화의 새로운 무대

《크리에이티브》가 말하는 창의성이란 한 명의 천재나 독창적인 사업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창의성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고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상상을 실현하는 집단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학자의 실험실과 예술가의 작업실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즐겁게 할까 고민하는 요리사의 마음에까지 깃들어 있는 능력이다.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일을 성취하고, 사랑을 이어가고, 행복한 인생을 설계한다.

이러한 창의성은 인간이 문자를 가지고 역사를 기록하기 이전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고대 인류가 자연의 식물과 동물을 변형시켜 농작물과 가축을 만들어낸 것이 1만 년 전이었다.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등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상상력이 나타난 것은 3만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는 이러한 과학과 예술의 시초 이전 시기부터 창의성의 기원을 들여다본다. 200만 년 전 등장한 ‘돌로 만든 칼날’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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