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국경을 인정하면서 넘어서는 정치적 해법, 민주적 연합체주의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시리아 내전이 격화일로이다. 내외신과 몇몇 국제기구는 이를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 타도를 위한 정당한 투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송유관을 둘러싼 주변국과 서구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결부된 전쟁의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다. 종교적 극단주의자인 반군이 정권을 장악 했을 때 시리아 인민들이 겪게 될 고통도 고려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독재자 축출’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게 이익을 안겨줄 새로운 정부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쿠르드의 향방에 주목한다.
시리아 내전의 와중에 쿠르드족의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다에쉬(ISIS)와의 힘겨운 무장 투쟁을 벌여온 시리아 쿠르드족은 터키의 침공으로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쿠르드족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쿠르드는 터키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그 한가운데는 19년간 터키 감옥의 차디찬 독방에 수감 중인 쿠르드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 이 있다. 압둘라 외잘란과 쿠르드는 그 존재와 지향에 대해 편견에 시달려왔다. 무장 투쟁을 통해 분리 독립을 이루려는 극단적 민족주의 조직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이다. 게릴라나 테러리스트 쯤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국내 지식인 중에도 정황을 모르고 “쿠르드의 분리 독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쿠르드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의 정치 사상
압둘라 외잘란과 쿠르드에 관한 편견을 벗기고 민족, 평화, 민주주의의 새로운 차원에 대해 모색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압둘라 외잘란의 정치 사상(쿠르드의 여성 혁명과 민주적 연합체주의)』(압둘라 외잘란 지음, 정호영 옮김, 훗 발행)이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압둘라 외잘란의 정치 사상인 ‘민주적 민족’, ‘민주적 연합체주의’, ‘여성 해방’을 만날 수 있다.
① 외잘란은 민족을 공통의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정의로부터 출발해서, 다원주의적, 개연적, 개방적 방법론을 가진 ‘민주적 민족’을 주창했다. 그래서 ‘쿠르드 민족’이 ‘독립된 국민 국가’를 가져야 한다는 기존 가치를 뒤엎고, ‘민주적 민족’ 안에서는 터키 국가와 쿠르드 민족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②이 맥락에서 ‘민주적연합체주의’가나온다. 더욱 민주화된 기존 터키국가와 민주적 민족으로 정체성을 갖는 쿠르드를 포함한 사람들이 공존 할 수 있다. 그 사상이 뒷받침된 것이 시리아 쿠르드로서, 이들 역시 시리아 국경을 인정하며 시리아로부터 독립을 꾀하지 않는다.
③또한, 외잘란은 ‘여성해방’에 주목한다. 여성의 노예화는 자연법칙도 운명도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론의 필요성, 조직의 필요성, 구현 할 수 있는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외잘란의 사상을 교육받고 실천하는 쿠르드 사회에서는 남성과 함께 어우러진 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을 볼 수 있다. 쿠르드의 여성 전사들은 다에쉬(ISIS)가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이기도 하다.